동짓날 긴긴 밤 / 홍사성
가장 긴 어둠이
지붕 위에 내려앉고 있다
숨소리도 얼어븥는 조용한 시간
한 해 동안의 긴긴 사연
어느 날은 곧고 어느 날은 굽었던 길
그 또한 나의 길이었다
겨울이 깊고 밤이 깊을수록
조금씩 밝아오는 내일
이제부터 한쪽은 길어지고
한쪽은 짧아질 것이다
김이 모라모락 나는 동지팥죽으로
뜨겁게, 붉게 심장을 데우고
다시 먼 길 나설 채비를 한다
가장 긴 밤이었으나
가장 가까운 새벽이
지금, 문밖에 성큼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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