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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탈모 치료기

[시작합니다]머리카락과 사랑도 잃어버렸습니다.

작성자운동장이마|작성시간07.05.27|조회수2,007 목록 댓글 14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지 이제 열흘째입니다.
      그동안의 속앓이를 한번쯤은 속시원히 표출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그 날인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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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태어날때 부터, 시원한 앞 이마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크리링의 태양권도 구사할수 있을만큼,
 드넓은 이마죠. 제가 태어난 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권하에
 있던 80년도라, 주윗 사람들이 이 녀석도 크면 전두환 대통령처럼
 높은 사람이 될거라고 우스갯 소리로 그랬답니다. ㅎㅎ 

 어렸을 땐, 머리숱이 많고 풍성하여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녔기
 때문에 특별히 넓은 이마가 컴플렉스라는 것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긴 핏덩어리가 자기 외모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만은 ㅋㅋ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다른 아이들보다 내 이마가 두배정도
 넓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여자 아이들 앞에서 철봉에
 거꾸로 매달릴때나, 세찬 맞바람이 이마에 부딪힐때면 제 고개는
 저절로 땅으로 수그러지곤 했죠.  그래서 지금도 제 목이 좀
 구부정합니다. ㅠㅠ 

 전 성격도 좀 예민한 편이라서, 얼굴에 여드름이 하나 생겨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생김새는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지만,
 남자답게 잘생긴 편이었기에 여자애들에게 나름 인기도 많았습니다.

 중학교 땐가 . . 반에서 장난끼 많은 한 친구와 꿀밤 때리기를
 하다가 감추어진 제 이마를 그만 노출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사춘기, 외모에도 민감할 나이에 . . " 우아!! 너 마빡 존나 넓다!! "
 그 한마디는 정말 얼굴에 여드름 100개 난 것 이상으로 큰 충격이었죠.
 그러면서 제 이마를 까고 반 친구들에게 이리와서 구경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ㅡㅡ;
 
 얼굴의 모세혈관이 확 달아오르면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낱낱히 발가벗겨진 기분 . . 여기저기 몰려든 아이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 . . ' 야 하지마!! ' 라고 뿌리치면 제가 제
 컴플렉스를 인정하는 것 같고, 그대로 두자니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고 . . 이도저도 못하고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쩔쩔 매던
 그  순간, 제 이마를 들추고 있던 그 친구의 얼굴로 저도 모르게
 제 주먹이 날아갔습니다. 재수없게 앞니빨이 하나 부러지더군요.
 전 대인관계가 원만해서 친한 친구들이 참 많았는데, 그 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아주 소인배로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도 결과론을 중시하는 것처럼, 철모르는
 아이들 세계에서도 역시 원인이나 이유 따위는 그리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 이마 깠다고 이빨 날린놈 '
 이 된거죠 ㅋㅋㅋㅋ 그 뒤로도 제 이마가 고스란히 노출이
 되는 상황이 올 때면 늘 아이들의 웃음과 놀림이 뒤따라
 왔습니다. 특히 수영하러 가서 배형 한번 하면 최악입니다.

 다이빙 할려고 높은데 올라가 있는 친구들은, 물에 동동
 떠있는 제 이마를 보고 눈이 부실 정도였으니까요. ㅋㅋ
 그나마 그 나이때는 머리숱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 흉한
 몰골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참 제 자신이 너무 소심하고
 옹졸한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또 그게 아닙니다.
 저의 컴플렉스를 합리화시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 지금까지 살면서 탈모가 아닌 정상 이마를 가진
 사람 중에 제 이마보다 더 넓은 사람 한번도 못봤습니다;;
 어느 조직체를 가나 항상 저의 이마는 지존이었고
 최강이었으니까요. 거기다 약간 돌출형에 이마 끝은
 잔머리도 없이 살짝 까져서 머리를 밀면 대머리 내지는
 마빡이 라고도 놀림 받을 정도였습니다. ㅠㅠ

 학창 시절은 늘 두발 문제로 노심초사해야 했고,
 선생님들 입에서 '머리' 라는 단어만 나오면 똥꼬털이
 쭈삣쭈삣 서는 기분 아시는가 모르겠습니다. 전 두발 규제로
 모든 학생들이 짧은 상고 머리를 치고 다닐때도, 앞머리는
 항상 절반정도 초라하게 이마를 가리고 있는 어설픈 상고
 머리로 깍고 다녔구요.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모자와 핼맷없이 시속 30키로 이상 달려본적
 없습니다. ㅋㅋ 운동 실력이 뛰어난 편이라 달리기도 잘했지만,
 머리를 땅에 박고 눈만 치켜뜨고 달리는 폼 아십니까? ㅋㅋㅋ
 그래도 준내 빨랐어요 ㅎㅎ
 
 고등학교때 처음 사귄 여자 친구는 사귀는 동안 단 한번도
 제 이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별로 이마에 관심이 없는 애라
 다행이었지만,  두번째 사귄 여자 친구는 항상 제가 앞 머리를
 길러서 내리고 다니니까 답답하다면서 이마좀 까보라고 하더군요.
 어찌저찌 " 머리 스타일 구겨져 나중에 보여줄게 " 뭐 이런 핑계로
 그 상황을 모면하긴 했습니다만 . . .  끝내 그 약속을 지킬 정도로
 오래가진 못했죠. ㅋㅋ

 스무살때 큰 사고가 났습니다. 우측 두개골이 골절 될 정도로
 큰 사고였죠. 그 후유증 때문인지 정수리쪽 머리 카락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단번에 알아차린것은 아니구요. 어느 날,
 제 정수리를 들여다 본 엄마가 너 머리숱이 왜 이렇게 없어졌냐고
 하시는거에요. 잦은 염색과 반곱슬을 직모화 하기 위해서 한달에
 수 차례씩 사용한 스트레이트 퍼머약으로 인해 안좋아질대로
 안좋아진 두피가 머리의 충격까지 겹쳐서 탈모가 앞당겨진거죠 . .
 아 이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정수리 탈모시라는건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사고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죠 . . . .

 물에 젖은 머리는 두피를 드러내 보이고, 햇빛에 노출된
 정수리는 가늘어져 있었습니다. 정수리 머리숱이 줄어드니
 덩달아 이마를 가리고 있는 앞 머리의 양도 줄어든것 같더군요.
 도저히 헤어스타일이 연출되지 않음을 기점으로 코 밑까지
 덮어보았던 제 머리 스타일은 결국 스무살에 영원히
 막을 내립니다. ㅠㅠ 하는수 없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햇빛을 못봐 백옥같이 하얘진 저의 훤한 이마를 자외선에
 노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게 되죠 . . .

 다음편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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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라인 1센치 내렸습니다.)

 



  모발이식 12일 째입니다.
  수술하고 나서, 가끔씩 울컥하고
  뭔가 치밀어 오를때가 있습니다.

  단지 머리 하나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많은 것들 . . 늘 자신감이 없어
  상대방에 대한 배려만으로 오히려
  나 자신은 아껴주지 못했던 것 . . .

  하나님 . .  이제 담금질은 그만하셔도
  됩니다. 이미 전, 부러지지 않을만큼
  충분히 강해졌으니까요 . . .

  앞으로의 삶이 더욱 기대가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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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어진 정수리 . . .
가뜩이나 숱이 없는데다
힘이 없어 구부러지는 머릿결 . .

한날 거울을 보다가 짜증이 나서 거의 20년만에
처음으로 1미리 삭발을 단행 했습니다. 마침 동생이
미용을 하는 덕에 집에 바리깡이 있어서, 친구들의
머리는 수차례 밀어줘봤지만, 정작 제 머리는 한번도
삭발을 해본적이 없었죠.

뽀얀 속살을 드러내 보이는 처녀의 수줍음처럼 . . .
달덩이같은 제 이마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습니다.
둥글둥글한 두상에 짱구형 넓은 이마가 어우러지니
황비홍이 따로 없었습니다. 혹자는 만화 주인공
독고탁이라더군요. 그나마 황비홍 보다는 독고탁이
낫습디다. ㅡㅡ;

상당히 혐오감을 주리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뭐 그런대로 삭발 머리도 어울렸습니다. 머리가
짧아서인지, 숱도 많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봐도
이마가 넓을뿐, 탈모라고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는 되더군요. 눈썹이 짙어서 약간의 착시 현상도
한 몫 한 듯 합니다. 이 정도면 대충 상상만으로도
사이즈가 나오지 않습니까? 조폭도 눈을 피하고 픈
강렬한 카리스마가 얼굴에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어차피 모자를 쓰고 다닐 생각으로 삭발을 한 것이라,
그렇게 신경은 많이 안 썼습니다. 우연히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적대감을 느끼지 않을때까진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요.

그러던 와중에 한 여자를 알게 됐습니다. 탈모가 일어나기
전에는 머리를 길러서 제 넓은 이마를 가리고 다녔기
때문에, 눈 코 입에는 자신감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또 긴 머리는 얼굴도 작아보이게 하고 분위기도
있어 보이는 효과를 주지 않습니까?

저는 그 탈모 전의 준수했던 제 모습과, 탈모가 일어
나서,삭발을 한 제 모습 사이에서 심리적인 혼란을
느낄 때였습니다. 다시 머리를 기르면 머리숱이
많아질 것 같고, 예전의 모습을 찾을수 있으리란
기대감 . . . 아마 탈모 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머리 스타일 하나가
진짜 사람 이미지를 180도까지 달라 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젊은 나이에 본인이 탈모란 걸 자각하고,
서서히 변화되는 자신의 모습에 적응을 해가면서 . . .
덩달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도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모자를 쓰고 처음 그녀를 만났죠. 탈모란 것을 알리 없는
그녀는 저에게 호감을 느끼는것 같았습니다. 제가 좀
이성한테는 소극적인 편이라 그런지, 여자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더군요. 물론 저도 첫 눈에 반했을 만큼
그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전 나름대로 유머 감각도 있고 말빨도
있는 편이라 훈남의 매력으로 그녀에게 어필 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두 세차례 더 그녀를 만날때마다 늘 모자를
쓰고 나갔습니다. 그녀가 왜 자꾸 모자를 쓰고 다니냐고
물으면 홧김에 머리를 삭발했는데, 너무 추해서 보여줄수가
없다고 변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머리 길었을때 찍었던
사진들을 대신 보였죠. ㅠㅠ  만나면 만날수록 전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사귀자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제 머리를 보고 나면 그녀가 실망할것만 같아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수가 없었습니다. 늘 스스로가 만든 경계선에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속내와 달리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야했죠.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전 이미
혼자만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나 봅니다.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 . .
사랑한다고 말할수 없는 심정 . . . 스무살 한창 꽃다운
나이에 시작된 탈모는, 어린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
들일수도 없었고 결국 스스로 제 인생의 족쇄를 채우게
된것입니다. 정상 모발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마음
이해하지 못합니다. ㅠㅠ

하루하루가 제겐 전쟁이었습니다. 그녀를 마음에서
떠내보내기 위한 전쟁과, 탈모를 받아들이기 위한 전쟁 . .
나의 자존심과 인격을 지키려는 전쟁 . . .
아버지의 유전자를 원망하지 않으려는 전쟁 . . .

그녀와 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았기에, 어쩌면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이 다행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삭발한 머리는 제법 길어서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되었고, 넓은 이마임에도 젤을 발라 머리를
세우고 다닐 정도로 전 제 모습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런대로 주위에서 잘생겼단 소리도
들어봤구요. 컴플렉스 라는것이, 본인이 떳떳하게
드러내놓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감추고 숨길수록 컴플렉스는
부각되기 마련이죠.
 
그래도 전 그녀에게 만은 모자 쓰지 않은 제 모습을
보여줄 용기가 안 났습니다. 그녀에겐 이미 모자를
쓴 제 이미지가 각인 되었기 때문이죠. 그것을
깨뜨리고 싶진 않았어요. 소심하고 바보같은 놈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사랑할 자격도 없나 봅니다. 탈모는 제게
외적인 장애와 더불어 마음의 장애까지 안겨줬습니다.

그렇게 전 . . 그녀를 단념하고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 내내 그녀가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제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련이 더더욱 남았던 것입니다.
군대에서 탈모는 더욱 가속화 되었죠. 전에는 햇빛에
노출되어도 두피가 훤히 드러나보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정수리쪽으로 점점 두피가 훤하게 노출되기 시작하고 . .
군대 고참들이나 동기들에게 대머리 될 것 같단 소리
엄청 많이 들었습니다. 이등병때는 연극을 했었는데 . .
제가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황비홍요 ㅡㅡ;
예 . . 분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ㅋㅋ

고참들과 전투화를 닦다가도 니 이마에도 물광을
내자면서 수건으로 제 이마에 물광을 내는 장난도
수도없이 당했습니다. 탈모란걸 깨달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 된다고
해야하나요? 성격이 좋아진다고 해야하나요? ㅡㅡ;
자신감은 자꾸 잃어갔지만, 성격이 점점 털털해지더군요.
머리가 털털해져야 하는데 ㅅㅂ ㅋㅋ

탈모라고 놀림을 받다보니, 마음에 쌓인 것을
용해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자연스럽게 인격 수양이 된 것입니다. ㅋ
그래서 대머리인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좀 푸근한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

아 .. 이런 친구가 밥사준다고 나오라고 하네요 ㅡ ㅡ;
한참 자기 연민에 빠져서 집중하고 있었는데 ㅋㅋㅋ
다음에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없는 글
관심갖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여 ~ ㅎㅎ

    3부 계속 이어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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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를 하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
 몇몇 분들의 공감을 얻은것 같아서, 지금
 매우 든든합니다. ^^ 글 솜씨가 부족하여
 탈모를 겪고 있는 젊은분들의 마음을 대변
 하기엔 턱없이 모자른 감이 있는 글이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제 마음
 속 깊은 응어리를 얘기해가며 이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행복인 것 같습니다.
 
 탈모를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인격적으로
 많이 성숙해 진 것 같습니다. 내가 아픔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많은 피 눈물을 쏟아야 했고, 상대방의
 아픔까지도 진지하게 이해 할 수 있는,
 드넓은 아량을 갖추게 된 것 . . .

 어느 분 말씀대로, 그것이 지옥이라 할 지라도
 탈모가 앗아간 많은 것들 보다는, 탈모가 준
 교훈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들의 잃어버린 머리숱에 대한 정신적
 보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분들, ~ 남자들 머리숱 없다고 너무
 싫어하지 마세요 ㅎㅎㅎ
 
 머리숱은 없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따스한
 심장을 지닌 사람들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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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제대 후, 왠지 사회물을 먹으면 머리가 다시
 올라올 것만 같았고, 여자 친구도 생길 줄만
 알았는데,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현실은 달라요! 였습니다. ㅡㅡ

 군대 가면서 중단했던 프로페시아를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고, 모자를 쓰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탈모인들에게 모자와 가발은
 마치 마약같은 것이라, 한번 쓰는 버릇을 들이게
 되면 벗기까지가 너무나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아실겁니다. 머리 숱이 많고 모발에 힘이 있어야
 모자를 오래 쓰더라도 그 형태가 심하게 짓눌리지는
 않는데, 반곱슬에 탈모까지 있으니 모자 벗으면,
 완전 최악입니다. ㅡ ㅡ 한번은 시내 중간에서
 오토바이 타고 배달가다가 바람에 휙하고 모자가
 날아간 적이 있었는데, 하필은 또 모자가 횡단보도에
 착지를 한 거에요;;

 물에 빠진 것처럼, 두상에 촤악~ 달라붙는 머리에
 땀까지 쩔어서 그야말로 가관이었죠.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봐  얼른 팔을 뻗어 모자를 주으려고 하는데,
 균형을 잃는 바람에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ㅡㅡ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스팔트에

 음식물이 쏟기고, 완전 난장판이 된 거죠 . . .
 지금 생각해도 이 기억은 정말 소름이 끼칠만큼
 비참한 경험입니다. ㅋㅋ 자동차 바퀴 자국이 난
 모자를 주어 쓰고, 목덜미까지 새빨개진채로 음식물을
 손으로 주어담고 . . . ??!! 더이상 쓰기 싫어요 ㅠㅠ

 보통 이런 비슷한 경험들은 비일비재 하실겁니다.
 머리숱이 많았어도 쪽팔린 일인데, 탈모가 있으니
 한 열배는 더 쪽팔렸던 것 같습니다. ㅋ 이후에도,
 모자 쓰고 일 할수 있는 아르바이트만 골라 했습니다.
 머리만 가리면 자신감이 생기는데,  머리가 노출되면
 자꾸 주눅이 들고 남의 시선이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죠.

 복학을 하고 나서는, 비교적 머리 손질 할 시간이
 많았기에 몇 일은 모자 쓰고 가고, 몇 일은 모자 벗고
 가고 . . 이런식으로 모자에 제 이미지가 맞춰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전 정수리 탈모라서 헤어스타일 연출 할때, 앞 머리는
 살짝 짧게 자르고 윗 머리는 어느 정도 기른 다음에
 가름마를 타서 뚜껑을(?) 덮으면 짝퉁 샤기컷 스타일도
 나오면서, 탈모라는 것을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는
 되었거든요. 시간이 무지하게 오래 걸린다는게
 문제였지만요 ㅠ

 그리고 우연히 예전 그녀와 다시 연락이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단 한번도 잊어본적이 없던 그녀였습니다.
 그녀가 저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선뜻 그녀 앞에
 나설수가 없었습니다. 또다시 혼자만의 이별을 미리
 준비하며 제 마음을 열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이죠 . .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미 한번 겪어봤으니까요.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번번히 만남을 거절했습니다.
 얼마 후,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마음에도 없는 축하 인사를 해주었죠.
 
 나도 . . 누구보다 잘해 줄 자신 있었는데 . . .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 . .

 머리카락을 뽑힌 삼손처럼 . . .
 전 알게 모르게 시들어가고 있었던 거에요.
 
 탈모로 살아 온 인생 얘기를 하면 한도끝도
 없을 것 같고,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ㅋ

 전 지금도 그녀와 친구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무살 이후로 만나진 못했지만, 인터넷의 발달이
 여러모로 꽤 쓸만하더군요. ㅎㅎ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남을 가졌던 여자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프로페시아의 꾸준한 복용과
 본인의 머리카락 밀도와 두상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찾으면 좀 어색하긴 해도 초기 탈모는 어느정도 커버
 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모발이식수술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렇게
 머리에 온 신경을 쏟아부어가며 상대방의 입에서
 머리 라는 단어 한마디에도, 움찔움찔해가며
 젊은 날을 자신감없이 살아가는것이 이젠
 너무나 지쳐서입니다.

 100프로 예전 모습을 찾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수술을 통하여 제 잃어버린
 자신감의 반만이라도 되찾을수 있다면 전 만족 할 것
 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머리 때문에 제 사랑을 떠나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머리카락과 함께 가지지 못했던 것 . . .
 놓쳐버렸던 것 . . 이제 모두 보상받으며
 살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젠 누구에게도 쉽게 고개 숙이지 않고,
 바람 부는 날에도 목에 힘 주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탈모인 동지 여러분!!
 탈모는 분명 극복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파이팅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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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탈모야 안녕 | 작성시간 07.06.27 탈모 때문에 좋아하는 여자에게 좋아한다고 말 한 마디 못하는 그 심정.. 여자와 잘 되더라도 탈모란 걸 밝혀야 하는 과제가 또 남아있으니까요.. 그 부분 읽다가 지금의 제 처지와 너무나 똑같아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정말 슬프네요..ㅜ
  • 작성자날다모 | 작성시간 07.07.01 정말 멋진글.. 감사합니다.. 힘이 되네요~~ ㅡ.,ㅠ
  • 작성자반니카라멜 | 작성시간 07.07.18 내마음을 그대로 써주신듯 정말 마음에 와닿다 못해 꽉채우는군요... ㅜ.ㅜ
  • 작성자미에나이호시 | 작성시간 08.01.24 진짜 탈모로 인해 고통받는사람들의 괴로움은 같은 탈모인이 아니라면 다 알아주기 힘든거같아요
  • 작성자머리빨휘날리며 | 작성시간 13.09.04 눈물 흘릴뻔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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