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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여행

6월 도내답사

작성자고상호|작성시간26.06.22|조회수14 목록 댓글 0

제주 동부의 숨은 보석, 식산봉을 걷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
6월의 정기답사는 34명의 회원들과 함께 제주 동부 성산읍 오조리로 향했다. 이번 답사는 오조리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오름, 식산봉과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특별한 토종식물 황근을 찾아가는 뜻깊은 여정이었다.

 

제주는 세계인이 인정한 경이로운 자연을 품은 섬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을 모두 간직한 곳이자, 화산이 빚어낸 자연의 걸작이 곳곳에 살아 숨 쉬는 매혹적인 섬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 속으로 특별한 답사를 다녀왔다.

 

이번 답사의 중심이 된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그 아래 자리한 성산리와 오조리의 역사, 문화, 생활 풍습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길이다. 올레 2코스의 일부이기도 한 이 길은 성산갑문 입구 오조리 주차장에서 시작해 내수면을 따라 마을을 지나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길이 비교적 평탄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도보 여행길이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바다를 품은 식산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식산봉은 왜적의 침입이 잦았던 시절, 오름에 낟가리를 쌓아 마치 군량미가 가득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그래서 식산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작은 오름 하나에도 제주의 역사와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산봉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20~30분 남짓 이어진 해발 70m 정상까지의 짧은 오름길은 모두에게 상쾌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나무데크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희귀 염생식물인 황근의 노란 꽃 한 송이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바닷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난 그 꽃은 이번 답사의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오조리 마을로 들어서면 용천수인 족지물을 만날 수 있다. 용천수는 바닷가 가까이에서 솟아나는 맑은 지하수로, 물이 귀했던 시절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와 빨래, 목욕까지 책임지던 소중한 생명수였다.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그 역할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족지물은 여전히 제주의 옛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로 남아 있다.

 

마을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보이는 빨래와 정성스레 가꾼 화단이 정겨움을 더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시골 마을의 정취가 걸음마다 묻어났다.

 

다만 마을 안에서 잠시 길을 헷갈린 탓에 튜물러스를 직접 보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튜물러스는 내수면에 남아 있는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용암이 흐르다 장애물을 만나 부풀어 오르고, 그 표면이 빵 껍질처럼 굳어 만들어진 독특한 지형이라고 한다. 다음 답사에서는 꼭 다시 만나보고 싶은 곳이다.

 

이 길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광치기해변과 터진목으로 이어진다. 터진목은 썰물 때 모래톱이 드러나 예전에는 섬이던 성산리와 본섬을 이어주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톱이 메워져 옛 지형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곳에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아픈 역사가 남아 있다. 4·3 당시 마을 주민들이 집단 희생을 당한 장소이기도 하기에,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도 마음 한편이 숙연해졌다.

점심 후에는 섭지코지로 향했다. 드넓게 펼쳐진 들판과 바다, 기암괴석과 작은 섬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언제 보아도 장엄했다. 드라마 올인촬영지로 유명했던 올인하우스는 이제 낡고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우리는 그 풍경을 사진 몇 장에 담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시간에 쫓겨 하얀 방두포등대와 현대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작품인 휘닉스 제주 글라스하우스, 그리고 제주의 바람과 돌, 빛이 머무는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을 충분히 둘러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곳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라 자연과 건축, 예술이 하나의 감각으로 이어지는 공간이기에, 언젠가 다시 천천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종달리 수국길 답사를 마친 뒤, 우리는 어등포를 거쳐 출발지였던 제주시청 정문으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함께 걸으며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6월 정기답사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식산봉의 전설과 황근의 생명력, 족지물에 담긴 마을의 기억, 터진목의 아픈 역사, 그리고 섭지코지의 눈부신 풍경까지. 제주가 품고 있는 자연과 문화, 삶과 역사를 온몸으로 마주한 특별한 답사였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제주의 길 위에서 다시 만날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며.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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