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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사랑방

2013년 7.12-17 필리핀의 슬픈 열대熱帶 (선교 사역 후기)

작성자신 20111114 오길묵|작성시간13.07.17|조회수200 목록 댓글 0

이른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더욱이 습기마저 차올라 후덥지근하고 끈적했던 12일 오후 7시 30분경.

인천기독병원 의료진과 제가 섬기는 교회(선린감리교회) 일행이 함께 모여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사의 필리핀 마닐라행 항공기를 탔습니다.

저희 일행은 40여 명으로 이루어진 인원이 제법 많은 단기선교팀이었습니다.

 

 

여담입니다. 제주항공사는 국내에서 서열 3위로 자리 잡은 값이 저렴한 항공사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항공사에 비해 자그마한 비행기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는 다른 항공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상냥하고 서글서글한 눈맵시를 지닌 스튜어디스의 모습은 아직도 아른합니다.

 

 

12일 이슥한 밤. 자정을 향하는 시간.

마침내 도착한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의 날씨가 7월달에는 우기입니다.

우기라서 그런지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고 습한 날씨였습니다.

 

 

마닐라 국제 공항 출국하자마자 한참 기다린 후에 필리핀에서 사역하시는

최윤수 선교사님(현재 필리핀 선교사회 회장)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최윤수 선교사님의 인도하심으로 의료 선교팀은 동부천 선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동부천 선교센터는 마닐라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했습니다.

게다가 아시안 퍼시픽 크리스천 스쿨(Asian Pacific Christian School)이라는

한국 교회가 지원해주심으로 세워진 국제학교가 선교 센터와 함께 있습니다.

 

 저희의 선교지는 필리핀 딸락(Philippines Tarlac)이었습니다.

13일, 저희 선교팀원들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결국 토막잠으로 수면을 취하고, 피로를 풀지 못한 채 선교지 마아못이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마아못으로 향하던 길이 끊기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도로를 포장하다가 중단된 곳에서 주위에 깔려진 돌멩이을 주섬주섬 줏어 모아서

길을 새로이 만들어야 했습니다.

가까스로 버스가 안전하게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였습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마아못은 전기가 유입되는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선교사님께서 선교 초창기 시절에 마아못에 관련된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당시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마아못으로 찾아가 원주민들과 동화同化되기 위해서 

호롱불 밑에서 잠을 자서 콧밑이 검게 그을려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아못에서는 의료사역과 보건교육사역과 체험학습사역, 마술, 마임공연사역을 펼쳤습니다.

저는 약국(pharmacy) 파트에 편입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의료사역 사진만 대다수 소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3살짜리 아기의 머리 정수리 부분에 상처 구멍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내버려 두었기에 상처가 곪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고름이 섞인 피를 짜내었습니다.

뼈까지 상처가 깊숙이 있기에 결국 봉합 수술은 하지 못했습니다. 드레싱만 했습니다.

아기는 엄청나게 울면서 보챘습니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그 아기가 시간을 좀 더 지체했다면 악화되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그 아기를 살리시기 위해 의료선교팀을 보내셨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아못 교회의 전경입니다.

 

마아못 어린이들에게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 플래시(flash)를 연달아 비추어줬더니

까르르하며 웃는 순진무구한 모습이 아직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14일 주일에는 필리핀 까띠뿌난이라는 원주민 마을로 의료선교를 떠났습니다.

후미진 산속에 자리 잡은 원주민 아이타족 마을.

그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못하는, 환경이 척박한 지역입니다.

 

 

원주민, 아이타스 부족은 도시에 사는 필리핀 사람에 비해서 키가 왜소하고 얼굴이 볼품 사납습니다. 따라서 도시인들에게 차별과 편견과 멸시를 받는 종족입니다.

 

아이타스 부족들은 산에서 벌목작업을 한 후에 숯을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불구하고 선교사님의 사역으로 장학금 제도를 마련하여 원주민들에게 더욱 나은 미래와 비전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과 문화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쓰십니다.

하지만 학업을 마치고 도시에 진출하는 아이타족 청년들은,

도시에 사는 필리핀 사람들의 냉대와 멸시와 편견 때문에,

결국 도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타족 청년들은 다시금 까띠뿌난(원주민 사는 지역)으로 되돌아와 살게 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선교사님은 앞으로 선교 사역 계획을 알려 주셨습니다.

21세기에 한국은 경제가 대규모로 수직으로 상승하며 발전하자 젊은 부부들이 자녀 없이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 추세입니다.

결국에는 한국의 출생률이 저조하면서 인구가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 지방 대학이 대부분 학생 유치를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한국 교회와 연결된 필리핀 원주민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영어로 용돈을 벌면서 학업에 전념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계획을 준비 중이시라고 하십니다.

 

 

그나저나 그 아이들의 사진은 차마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기기가 미안했고 힘겨웠습니다.

특히 밥을 배식하는 상황에서 밥을 한 주먹씩만 주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사는 그들에게 밥을 실컷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까띠뿌난에서 머리 감기 사역을 하였습니다.

난생처음 다른 이들의 머리를 감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씼지도 않은 아이들, 머리털이 땀과 기름과 먼지로 뒤엉겨서 추저분했습니다.

하지만, 꼬질꼬질한 아이들 안에 사시는 예수님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 드린 것 같았습니다.

몹시 기분이 뿌듯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박옥줄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 Levi-strauss)의 사상을 간략하게 말했습니다.

 

현재 서구인들의 사회처럼 진보적이며, 발명과 업적을 중요시하는 사회를 '과열된 혹은 동적 사회(hot or mobile society)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종합의 재능과 인간적 교환(상부상조)의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사회를 '냉각된 혹은 정적 사회(cold or static society)라고 부릅니다.

 

 

'냉각된 사회'는 기술적 진보에서 하나의 척도가 되는 개인당 에너지의 양을 거의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계적(mechanical)입니다.

이 사회는 원초적 상태를 여전히 유지하며, 또 기록된 전통이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매우 민주적이며, 위계의 서열에 의한 인간적 파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과열된 사회'는 열역학적(thermodynamic)입니다. 이 사회는 하나의 스팀엔진처럼 에너지를 산출하고 소비하면서 갈등을 통해 발전해왔고, 기술적 비약을 이룩했습니다.

 

 

우리들이 진보라는 것을 개인당 가용(可用) 에너지의 양에 의하여 측정한다면 서구 사회가 훨씬 진보한 사회이겠지만, 만약 그 기준이 불리한 지리적 조건을 극복함에 있어서의 성공에 주어진다면 에스키모족이 첫째일 수 있고, 만약 진보라는 것이 가족 및 사회집단의 조화로운 유지에 있는 것이라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떤 원주민의 사회가 가장 으뜸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현대의 서구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더 낫거나 우월한 것이 아니고, 단지 이것은 보다 유동적이기 때문에 더욱 축적적(畜積的)일 뿐입니다.

'과열된 사회'에 사는 서구인들은 변화의 궤적이 거의 없는 미개사회로부터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개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현대 문명 사회를 비판하는 차원에서 다시금 쉽게 풀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정체성(identity)의 혼돈 속에 있습니다. 현대인은 개인주의와 소외감과 불신에 따른 갖가지 정신병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품앗이와 두레라는 농사 공동체가 이루어져 마을 주민끼리 서로 농사일을 도와주면서 동고동락했습니다. 이사하는 기회도 거의 없었고, 어린 시절부터 만나 오던 사람들이 늙을 때까지 함께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정'(情)이라는 끈끈한 감정의 매개체가 공동체를 확고히 다져나간 시너지(synergy)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정보화 시대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 고교를 거쳐 대학과 사회 활동을 통해서 수많은 공동체를 거치고, 등록과 탈퇴를 거듭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직장 이동도 많고, 유학과 출장에 따른 지역 이동도 빈번합니다.

유행도 어제와 오늘, 내일에 걸쳐서 그때마다 순식간에 바뀝니다. 정보도 매일 변하고, 우리가 배우는 학습도 내일이면 바로 구시대적 유물로 변모합니다.

사람들은 안주할 곳이 없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풍조(風潮흐름)를 뒤좇아 살려고 아득바득 애쓰며,

자기 자신만 지켜내고자 하는 본능과 서로 경쟁하는 심리.

세상 흐름을 좇지 못하는 낙오자들, 정신질환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랑은 그저 인스턴트(instant)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걸맞도록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적 풍토.

물질이 생명보다 우선시하는 세상입니다. 즉, 일시성 사회((temporality society)입니다.

 

빈민국은 물질보다는 일단 의식주 해결에 급급합니다. 농경문화를 토대로 이웃간에 친밀한 동질성을 가지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다독이며, 자급자족에 만족하는 순수성과 정(情)을 자아낸 문화를 형성합니다.

따라서 마음 밭이 옥토와 같아서 복음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반면에, 의식주를 해결한 선진 도ㆍ시민들은 삶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자 더욱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유흥, 쾌락과 놀이 기타 등등에 정신이 쏠리기 일쑤입니다.

영혼은 병들어 갑니다. 하나님과 교제가 단절됩니다. 그래서 유럽 교회는 문닫고, 그 건물이 상점, 도서관, 술집으로 대체된 것입니다. 결국 유럽 교회는 죽어버린 것입니다.

 

요약합니다.

농경 시대에서는 한 마을에 머물며, 농사일을 서로 도와주는 품앗이, 두레와 같은 사랑과 정으로 이루어진 농경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스턴트 세상입니다.

죽마고우(竹馬故友)가 드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일시적(一時的) 교제를 나누고 헤어집니다.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까지 꾸준히 교제를 지속하는 사람들이 드뭅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일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직장 동료 간에 사랑은 없으며, 형식적인 만남일 뿐입니다.

일회성과 신속성 때문에 사랑이 식고, 우리의 마음(mind)과 감정(heart), 혼(soul)을 좀먹고 있습니다.

시간에 허덕이며, 오늘 익힌 지식과 정보는 내일이면 구식이 되는 정보화 시대. (전 2:17-18, 12:12-13)

급속히 폐기처분될 첨단 도구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 생겨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소외당하고 불우한 이웃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이 땅 위에 천국과 같은 믿는 자들의 모임입니다.)

 

 

15일

 

 

아시안 퍼시픽 크리스천 스쿨(Asian Pacific Christian  School)이라는 선교국제학교와 지역 주민 대상 의료선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신체검사(physical check-up)를 진행하는 사역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몸무게와 키, 그리고 혈압을 검진했습니다.

 

특히, 크리샤라는 귀여운 8살짜리 여자아이가 아직도 인상에  남습니다.

대기 시간에 동그란 딱지들을 그러모아서

남자 학생들과 딱지치기하는 여자아이는 처음 보았습니다.

 

"do not the gambling!!! chrisha"라고  했습니다.

크리샤는 다소곳한 새 색시처럼 홍조紅潮를  띠며, 부끄러운 듯이 배시시 웃었습니다.

앙증맞은 모습을 결코 잊지 못하겠습니다.

 

16일, 수빅이라는 해변관광지와 SM 쇼핑몰을 거치면서

17일 새벽에 인천으로 귀가했습니다.

선교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회복되었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지 못하면서 실족할 뻔만 일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해 언어 공부도 좀 더 열중할  생각입니다.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필리핀 까띠뿌난 아이타스 족속에게 가는 길...

 

.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는니라 ...

10. 곧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의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은즉 화목하게 된 자로서는 더욱 그의 살아나심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을 것이니라

11. 그뿐 아니라 이제 우리로 화목하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 안에서 또한 즐거워하느니라 (롬 5:8-11).

 

  • 18.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
  • 19.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고후 5:1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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