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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택시

프랑스 파리 택시기본요금 7500원

작성자꿈돌이|작성시간09.05.30|조회수879 목록 댓글 1

 

 

 

 

 

프랑스 파리의 택시 속엔 다양한 세상이 들어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알제리, 튀니지, 세네갈의 음악과 뉴스 방송들이 흘러나온다. ‘북핵 문제 해법’을 다룬 중국어 방송, ‘사스 공포’를 주제로 한 베트남어 방송도 접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국민가수 아말리아(Amalia) 곡을 좋아한다고 하면 친절한 포르투갈인 택시기사가 “정말 너 우리 노래 아느냐”며 그 음악 CD를 들려주고 택시 값을 절반만 받기도 한다. 택시 안만큼은 철저하게 ‘택시 주인들’ 마음대로여서다.

 

주행 무대야 파리지만 파리 택시기사들의 국적(國籍)을 보면 정말 가지각색이다. 희한하게도 정작 파리에선 프랑스인 택시기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베를린 택시기사의 상당수가 터키 사람들이듯 파리 택시의 핸들은 알제리와 튀니지 등 아랍권 출신들이 주로 쥐고 있다. 프랑스 여인과 결혼해 파리에 정착한 지 십수 년 됐다는 중국, 베트남 출신 운전기사들도 의외로 많다.

 

어느 나라든 낯선 이방인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들은 택시기사, 그래서 ‘택시기사의 얼굴’을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한데 정작 파리의 샤를르 드 골 공항이나 고속열차 테제베(TGV)가 도착하는 역의 택시 정거장에 가보면 얼굴이 가무잡잡한 아랍계 출신들 투성이다. 파리의 첫 얼굴은 아랍계를 위시한 아시아계인 셈이다. 어려운 취업 문턱에서 택시기사라는 직업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겠다.

원래 파리는 자동차 타기보다는 ‘걷기에 좋은’ 도시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요즘 한국에도 들어온 긴 굴절 버스 외에 쌩쌩거리고 달리는 ‘총알 택시’들도 파리의 명물 중 하나다. 열두 개의 길로 갈라지는 개선문 주위 도로 표면을 보면 도로선이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다. 적당히 눈치 보면서 끼어들고 마구 돌다가 목표 길로 빠져나가는 택시들을 보고 있자면, 묘기 대행진이 따로 없어보인다. 프랑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택시’에 나온 특수 택시가 시속 298㎞를 자랑하며 고속열차 테제베를 추월하는 게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다.

 

현실 속의 파리 택시는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화려하고 신비롭지만은 않다. 오히려 파리의 총알 택시는 인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편이다. 프랑스를 소개하는 한 영국 책자는 파리 택시에 대해 잔뜩 흉을 봐놓았다. “파리에서 속도를 무시하고 마구 달리는 택시를 타면 속이 거북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곧 택시에서 내려 사람들 무리에 묻혀 걸을 것이란 점을 떠올리고 참아라.” 한데 유럽 다른 나라를 소개한 프랑스 가이드 북을 펼쳐보면 “파리 택시를 생각하고 안심해선 안된다”며 다른 나라의 택시를 잔뜩 비판해놓았다. 이집트 카이로와 터키 이스탄불 같은 곳을 방문했을 경우 ‘택시 기사에게 속지 않는 법’과 ‘바가지 요금 대처법’까지 설명해 놓았다.

 

 

“기본 요금 7500원” 가격 비싸

 

 

그렇다면 그네들이 경쟁력 있다고 여기는 파리 택시의 면면을 살펴보자. 현재 파리에서 운행 중인 택시 수는 2만5000여대라고 한다. 파리 택시의 운영 체계는 그네들 국민성만큼이나 까다롭다. 적용되는 원칙과 시스템 또한 한둘이 아니다.

 

 

파리 택시의 기본 요금은 5유로(7500원)로 굉장히 비싼 편이다. 유럽에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보다는 비싸고 스위스나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기본 요금이 5유로지만 택시를 타면 기본 요금부터 요금이 올라가지 않는다. 짧은 구간을 타서 3유로가 나와도 물론 5유로를 내야 한다.

 

 

프랑스 남북부 전국에서 통하는 요금 체계는 주행 시간대, 주행 지역, 콜 택시 여부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정상 요금을 받는 A 요금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적용된다. 이 시간대를 벗어났거나 주행 구간이 파리를 벗어난 지역이라면 요금 체계는 A보다 비싼 B 체계로 바뀐다. 가장 비싼 C 요금 체계가 적용될 때엔 오전 7시~오후 7시 외의 시간대인 동시에 주행 구간이 파리를 벗어난 경우라고 한다. 요금 체계 변동은 직접 운전사가 한다. 때문에 운전사 마음대로 비싼 요금을 함부로 매길 법도 한데, 낮 시간에 미터기를 야간 운행용으로 바꿔놓다가는 바로 경찰에 잡히게 된다.

 

 

택시의 뒤편에 있는 작은 전광표지판에 요금 체계가 A B C로 씌어있기 때문이다. 하루 근무 시작 시간, 일 년 간 일한 날짜, 어떤 요금 체계로 주행 중인지 모든 정보가 낱낱이 드러나있다. 파리 택시가 정한 나름대로의 기준과 시스템의 한 단면이다. 하기야 요금 체계 조작을 않더라도 택시 기사가 탑승객을 태우고 엉뚱한 방향으로 빙빙 돌면 바가지 요금을 피할 길이 없지만 말이다.

 

 

미국에선 “샌드위치를 한 개 주문하려고 해도 옵션이 너무 많아 고르기 피곤하다”는 말을 한다고 들었다. 프랑스에선 “왜 이리 원칙들을 많이 만들어놨는지 피곤하다”는 말들을 한다.

 

 

원칙들을 살펴보면 우선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택시 탈 때 포함되는 대기료를 들 수 있다. 트렁크에 짐을 싣게 되면 짐 개수당 추가되는 짐 값을 얹어야 한다. 짐 한 개당 0.9 유로를 받는데, 작은 짐이라면 그냥 좌석에 갖고 타는 게 낫다. 트렁크에 싣지 않으면 따로 짐 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물론 프랑스어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택시기사들은 ‘짐 운반료’ 얘기를 않는다. 슬쩍 짐 한 개당 2유로, 4유로씩 부르는 배짱 좋은 기사들도 많다.

 

 

일행이 네 명이라면 파리에선 택시 한 대에 한꺼번에 탈 생각을 않는 게 낫다. 탑승 정원은 보통 세 명인데 네 번째 승객이 타면 추가 요금이 지불된다고 한다. 실제로 운전 기사 옆엔 좀체 사람이 앉지 않는다. 딱 한 번 여자가 조수석에 앉아있는 걸 봤는데, 택시기사 왈 “내 애인”이라고 소개했다. 비워놓은 조수석에 사람 대신 강아지가 턱 하니 버티고 앉아있는 건 꽤 많이 봤다.

 

 

값도 비싸고 이래저래 추가 요금도 많은 파리 택시, 잡기나 쉬우면 좋으련만 그것 역시 신통친 않다. 택시 정거장이라고 따로 명시돼 있는 곳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합승은 상상할 수도 없는 데다 택시 정거장 인근 150m 내에선 승객을 태울 수 없다는 택시 업계의 규칙이 있다. 택시 정거장에서 오랜 시간 택시를 기다린 사람에 대한 예의 때문인가.

 

 

“파리선 10년을 살아도 외국인일 뿐”

 

 

마음은 급하고 택시는 타야겠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예약됐다는 표시의 꼬마등을 켠 택시들만 휙휙 지나간다. 그러면 콜 택시 회사에 전화를 한다. 한데 교환원은 지금 서 있는 곳의 길 이름과 번지 수를 요구한다. 어설프게 “○○ 옆 수퍼마켓 뒤” 같은 설명은 애시당초 통하질 않는다. 제아무리 유명한 대로에 서 있고 ‘○○○ 박물관 앞’이라고 해도 “길 이름과 번호를 대라”는 질문만 되돌아온다.

 

 

파리 체류 기간 동안 기자는 주로 교통편으로 지하철(메트로ㆍMetro)을 이용했다. 지금도 파리의 추억 중 지하철 노선표가 가장 목 울대를 뜨겁게 만든다. 파리에서 택시 타기는 나름대로 사치스러운 비일상이었다. 요금이 비싸서도 그랬지만, 지하철을 타고 땅 속으로만 다니다가 어쩌다 택시를 타고 불이 켜진 에펠탑과 알렉산드르3세 다리를 지나가자면 갑자기 호사스러운 기분에 젖곤 했다.

 

 

아름답고 여유가 있는 건 파리 풍경뿐이었다. 현실 속 파리 택시는 늘 어딘가 불편하고 마음에 차지 않았다. 다만 파리 택시를 움직이는 중심과 시스템 속엔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택시기사들과 나눈 대화가 작은 문화 체험이기도 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노골적으로 “아시아 여자를 원래 좋아한다”며 추파를 던지던 튀니지인 택시기사, 프랑스인 아내와 20년 살았지만 어딘가 이질감을 느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던 베트남 택시기사, 미국 부시 대통령 흉을 보면서 “너희 나라, 우리 나라 다 뭉쳐야 한다”던 중국인 택시기사, “리옹역에서 흑인 소매치기에게 돈을 빼앗겨 여름 바캉스를 포기해야 한다”던 포르투갈 택시기사 얼굴들이 떠오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서 왔다는 흑인 택시기사는 “감자칩 냄새가 좋다”는 말에 반가운 듯 “차 안에서 냄새 나게 해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너도 한번 먹어볼래?”라며 몇 개를 손으로 집어 주기도 했다.

 

 

돌아보면 파리의 택시기사들과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파리에서의 외국인 생활’이었던 것 같다. “파리는 10년을 살았어도 외국일 뿐”이라는 그들과 상대적으로 짧은 파리 체류를 한 기자 사이엔 나름대로 통하는 게 있었다. 복잡한 원칙, 철저한 시스템 아래 움직이는 파리 택시, 하지만 다국적 출신 택시기사들과의 만남에는 나름대로 ‘사람 냄새’ 나는 그 무엇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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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상도 | 작성시간 09.06.24 이렇게 자세한 게시글 에 감사드립니다..프랑스 공무원들에 투명한 행정아래 선진택시제도에서 택시기사도 보람과 긍지를 갖게 하는군요...우리는 언제나 공무원들이 제대로 된 택시제도를 구현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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