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곡화차 논쟁을 거듭하면서 느끼는 점은 기본적인 개념의 정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운남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운남을 중국에 넣습니다.
현재 중국의 영토에 편입되어 있는 것은 틀림이 없으나, 운남은 중국이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운남 지역은 강남차구가 아닙니다.
강남에서 강(江)은 양자강을 가리키는데, 대개 강남이라고 부르면 강소성, 강서성, 호남성, 호북성 정도를 가리킵니다.
복건성이나 광동, 광서, 귀주 등은 강남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 많아서 별도의 이름으로 부르죠.
중화 사고로 보면,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도 양자강 이남이니 강남이 되고 맙니다.
중국의 강남과 운남은 전혀 다른 동네입니다.
수륙 약2천킬로미터 이상이 떨어져 있죠.
티벳 역시 중국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식 사고방식으로 티벳을 여행하다 보면 많은 선입견이 사라지게 됩니다.
티벳을 강북으로 구분하면 또 역시 많은 오류가 생깁니다.
곡화차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중국의 글차 체계가 우리가 쓰는 번체 대신에 간체를 쓴다는데 있습니다.
만약 번체로 본다면 곡(谷)은 골짜기란 뜻 밖에 없으나, 간체에서는 곡(谷)이 골짜기란 뜻 외에 곡식이라는 '穀'의 의미도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기발한 착상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곡식이란 의미가 아니고 골짜기라는 본연의 의미라는 주장이 있을 때는 이것이 검증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두 가지 주장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계속 논쟁이 되는 수가 많습니다.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돌고 있는가?(천동설)
아니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가(지동설)?
이 두 논쟁은 수세기에 걸쳐서 거듭되었습니다.
천동설을 주장하는 분들의 당시 논지를 보면, 서적(성경 포함)을 인용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도 중요한 보조 자료였습니다.
그러나,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과학적으로 검증해 보니 아니었다는 것이 증거였습니다.
당시 지동설 주장자들이 과학적으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천동설 주장자들은 과거의 철학 서적등을 인용하면서 맞섰습니다.
오늘날 과학이 발달하여 과학적인 검증 자료가 많이 나오게 되니, 천동설을 주장하는 분들이 극히 적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소수의 분들은 천동설을 주장합니다.
죽천향님의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남대문에 문턱이 엄청 높다더라 하는 서적도 있게 마련인데, 그런 책을 인용해서 남대문 문턱에 대해서 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대문에 가 보는 사람들이 자꾸 생기다 보면 이런 논쟁도 차츰 사라지리라고 봅니다.
죽천향님은 시솽반나의 벼꽃이 9월 중순 무렵에 핀다는 주장입니다.
그런 책을 인용하신 것은 보면,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솽반나 지역에는 벼꽃이 9월 중순 무렵에 피지 않습니다.
그 무렵에는 대부분 추수를 끝내고, 곡화차 따는 일에 매달립니다.
우리 나라와 비교해 보죠.
우리 나라는 6월 초에 모내기를 해서, 벼꽃이 7월 말이나 8월 초에 핍니다.
넉넉 잡아서 모내기 한 후 2달만에 피는 것이죠.
시솽반나는 4월 중순부터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농사에 중요한 비가, 4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우기가 되면 많이 내립니다.
시솽반나 지역이 우리 나라에 배해 2달 혹은 1달 반쯤 모내기를 빨리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님의 주장대로 9월 중순에 꽃이 핀다면 모내기를 한 후 무려 5개월 후에 꽃이 핀다는 것이 됩니다.
한국의 벼가 모내기 한 후 2개월에 꽃이 피는데, 시솽반나의 벼가 5개월만에 꽃이 핀다니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현지에서 보면 6월에 대개 벼꽃이 피는데, 9월에 벼꽃이 핀다고 하니 많이 틀립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종교 재판에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거짓 선언을 했듯이, 필자도 그냥 9월 중순에 벼꽃이 핀다고 말하고 싶네요.
필자 등이 현지에서 사는 이유가 현지 생활에 매력을 느껴서가 아닙니다.
특별히 차장사하는 것도 아닙니다.
차장사를 할려면 곤명에 가게를 두고 하면, 한국 관광객들이나 한국 상인들에게 많이 팔 수 있습니다.
아내와 애들을 서울에 두고 이렇게 현지에 올인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보이차에 관한 한 중국 서적 등 자료가 너무 오류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거의 맞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을 짐작하시려면, 고구려에 관한 중국 서적을 한 번 사 보세요.
거의 맞는 것이 없습니다.
중국 쪽 고구려사를 인용하면 고구려는 중국입니다.
이것을 동북공정이라고 합니다.
티벳이나 운남에 대한 중국의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서남 공정이죠.
필자도 호암다원이란 차교실을 1991년 경북 포항에서 시작하고, 나름대로 많은 차인들을 길렀습니다.
중국 책을 믿고 정말 많은 분들에게 본의 아닌 사기를 쳤습니다.
특히 보이차에 관한 한 더욱 많은 유언비어를 유포했습니다.
책이 그만큼 허무맹랑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제, 중년을 넘어 그 사죄의 표시로 이렇게 맹해에서 스스로를 비우고 있습니다.
현지에 와서 보니, 보이차의 허히실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보이차가 흑차가 아니란 것도, 처음엔 말하기가 어려웠고 말하자 말자 반발도 많았죠.
이러한 어려움을 또 이번에 한 번 더 겪는군요.
이미 확보한 자료만 해도, 메가톤급이라서 감히 말하기가 두렵습니다.
차츰 차츰 말씀드리려 합니다.
여태까지 谷을 穀으로 가르치신 분들이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바르게 가르치시길 권해 드립니다.
보이차를 아직도 흑차라고 가르치시는 분은 안 계시죠?
이 문제도 중국 책을 인용하면 모조리 흑차입니다만, 이제는 흑차가 아니라고 다들 알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문제는 2011년 가을이 되어야 서로가 가슴 후련하게 풀리겠네요.
9월15일 시솽반나에 벼꽃이 피는 지 피지 않는지를 보고 나면, 谷인지 穀인지 알게 되겠군요.
중국 사람들이 보이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중국 서적이나 중국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중국 사람들의 견해가 반드시 맞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죽천향님과 같은 한국인입니다.
현지를 잘 모르는 중국인이 쓴 글과,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이 쓴 글이 있습니다.
또, 그 중국글은 쓰여진지 오래된 것이고, 한국인 글은 최근의 글로서 따끈따끈합니다.
한국인 주장이 터무니 없더라도, 민족 감정상 한국인 편을 드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저는 매번 여러가지 과학적인 증좌를 올리고 사진까지 여기 저기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님이 올리는 책이나 글은 운남에 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올린 글입니다.
논쟁하는 내내 혹시 죽천향님이 화교이신가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한국인이라서 제 편을 들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인도, 프랑스인도, 영국인도 제 견해에 찬성을 하는데, 이렇게 한국인에게 반대를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인이 왜 중국인만 믿고 한국인을 믿지 않을까?
보이차에도 "사대주의"가 있는가?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차 한 잔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