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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치숙(痴叔)

작성자이정수|작성시간03.05.10|조회수459 목록 댓글 0
무능한 인텔리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아저씨는 일본에 가서 대학에도 다녔고 나이가 서른셋 이나 되는데도 철이 들지 않아 딱하다. 착한 아주머니를 친가로 쫓아 보내고, 신교육을 받은 여자와 살림을 차린다. 또한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투옥되어 5 년만에 풀려났을 때는 피를 토하는 폐병 환자가 되어 있었다. 식모살이로 제법 돈을 모은 아주머니가 쓸모없이 된 아저씨를 위하여 갖은 고생을 다해 가며 간호한 결과 차도가 좋아지자, 또 사회주의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경제학을 공부했는데도 생명의 은인인 아주머니에게 은혜를 갚을 생각을 아니하고 남의 재산을 강탈하여 나누어 먹자는 불한당질을 또 하겠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아주머니가 가여워 내가 아저씨더러 정신 좀 차리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도리어 일본인 주인의 눈에 들어 일본 여자와 결혼하여 잘 살아 보겠다는 나를 딱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소년인 '나'의 눈으로 바라보는 대화체의 풍자 소설이다. 1930년대의 일제 식민 치하에서 사회주의에 기울던 인텔리층의 좌절된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그렸고, 속담을 적절히 수용하여 이야기의 전통을 살렸다.



작품 해제

작자 채만식(蔡萬植)

갈래 단편 소설, 풍자 소설

문체 경어체, 반어적 대화체

어조 풍자적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배경 일제 강점기 군산, 서울

주제 지식인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모순과 노예적 삶의 비판

출전 동아일보 (1938)



등장 인물

나 보통 학교 4학년을 마치고 일본인 밑에서 사환으로 있는 소년. 일제에 의한 식민지 상황을 전적으로 긍정하고, 기꺼이 일제에 동화되어 가겠다는 인물.

아저씨 대학을 나온 뒤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이제는 병이 들어서 폐인이 되다시피한 지식인.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인물의 제시 방법 중에서 간접적 제시 방법의 특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인물의 간접적 제시 방식은 행동이나 대화 또는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 작품에서는 조카인 '나'의 독백체적인 대화 속에서 오촌 고모부의 성격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 교육까지 마친 오촌 고모부 아저씨가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이제는 병이 들어 폐인이 되다시피한 사실을 '나'라는 주인공 소년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매도(罵倒)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오히려 극히 개인주의적 의식 구조를 가진 소년이 현실에 안주해서 살아가고 있는 모순된 삶의 방식을 역설적으로 비판하려는 의도를 표출하고 있다. 작자는, 주인공 고모부를 신념의 인간으로, 그리고 화자인 조카는 무지하고 세속적인 인물로 나타내어 각각 다른 인생관을 보여 줌으로써 골계적(滑稽的)으로 가치의 차이가 드러나도록 꾸며내고 있다.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갈등의 대상인 두 인물을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주인공의 좌절을 무지한 조카의 눈으로 포착하여 묘사하는 이 작품은 토속 세계에 밀착되어 있는 생동적인 구어체와 구어의 일견 무질서한 흐름에서 빚어지는 생생한 리듬의 어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어조는 서술 위주의 문장의 길이가 긴 요설체의 문체로 대화체의 형식을 빌어 교묘히 배합하여 풍자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풍자와 반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사용되는 역논리(逆論理)의 기법, 즉 칭찬 - 비난의 전도라는 반어적 표현은 원래의 의도에 반대되는 진술을 행할 때는 생략, 문답, 억양, 도치, 반복 등의 수사상 기교를 사용하여 그 표현 효과를 극대화하고 또한 동일 비중의 사건이나 어구를 증언부언 반복하거나 비어. 속어를 편향적으로 사용하여 풍자나 반어의 주제를 드러내는 독특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일인칭 서술자인 '나'가 작품 표면에 드러내는 의식 세계가 정상적인 가치 규범과 상반됨으로 해서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과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작자의 현실 부정 의식을 간접화시킨 것으로서 작자의 서술을 일체 배제해 버리고 인물의 사설을 통해, 그것도 작자 자신과는 현실관이 다른 인물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의식을 독자에게 전달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자 자신에 의해 구체화된 작품의 표면 세계의 이면에 감추어진 함축된 작가와 함축된 독자 사이의 간접적이고 추론된 교신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전달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서술 자체는 반어적 성격을 지니며, 주제는 담화 속에 담겨 있을 뿐이다.

결국 서술자인 '나'는 무지와 왜곡된 가치 기준으로 인해 함축된 작가의 규범과 심한 불균형을 보이면서 자기 스스로 신빙성 없는 서술자임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작품의 진정한 주제, 다시 말해서 함축된 작가와 서술자 사이의 대립 관계는 비신빙성을 창출하는 전제로서 작품의 표층에 드러나는 현실과 그 이면에 내장되어 있는 본질적 의미 사이의 긴장을 구조화하고 있다. 따라서 서술자의 장황한 궤변 속에 드러나는 작중 현실은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나타낼 뿐이다. 그리고 작품의 진정한 의미는 웃지 못할 상황속에 감추어진 현실적 모순이며,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이다. 이 때 독자는 서술자에 의해 진행된 설명과 작품의 주제 사이의 차이를 감지하게 되며, 작품의 의미는 함축된 작가와 함축된 독자 사이의 간접적 교신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신빙성 없는 서술자를 통해 드러나는 가치 전도의 현상은 당대의 왜곡된 현실 즉 일 일본 군국주의가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강제 점령하여 경제적 수탈과 정치적, 문화적 탄압을 서슴지 않던 시대를 작품 속에 구조화하여, 그 상황적 의미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역설적인 표현방법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일제 강점하의 탄압 국면 속에서 당시 지식인들은 독립 운동이나 사회주의 운동을 지속하기는커녕 당장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생업을 찾지도 못하고 실의와 절망에 빠져 있었다. '인텔리의 몰락과 실업의 홍수'는 지식인의 자조(自嘲)와 절망을 가져 왔으며, 그것은 당시 지식인을 그런 비참한 지경으로 몰고 간 시대 및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이 작품에서 표출되고 있다.

자조와 비판을 바탕으로 한 자신과 사회에 대한 풍자를 주조로 하는 이러한 작품의 성격은 '칭찬 - 비난의 역전' 기법으로 사상의 자유로운 토론을 금지하는 일제의 강압 통치를 조롱하고 있다. -황민수 외 <즐거운 소설여행> 중에서



문체와 기법

전체적으로 이 작품의 문체는 풍자적, 반어적 특징을 가진다. 풍자나 반어의 효과를 내기 위하여 작가는 동일 비중의 사건이나 어구를 중언부언 반복하거나 비어, 속어를 편향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대화적 문체를 구사함으로써 갈등을 빚고 있는 '나'와 '아저씨'의 의식상 괴리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칭찬 - 비난의 역전'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작가는 나의 생활 방식을 칭찬하고 아저씨의 비현실적인 사고 방식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 심층적인 의미에서는 '나'의 생활 방식을 은근히 비판하면서 아저씨의 입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작가는 칭찬과 비난을 상호 역전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풍자하는 기법으로써 작가는 사회주의자인 아저씨를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나서지는 않는다. 이것은 작가 채만식이 동반자 작가였음을 염두에 두면 이해가 간다. 동반자 작가란, 우리 근대 문학에서 사회주의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을 보류하는 입장의 작가 모임을 지칭한다. 그런데 1936년 경에는 카프(KAPF)가 해체되고 사회주의운동이 탄압을 받아서 공개적으로 그것을 지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 작품에서 사회주의자인 '아저씨'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못하는 작가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또, 이 점이 '치숙'의 기법을 문제삼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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