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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자율학습자료

[문학]화수분

작성자이정수|작성시간03.05.10|조회수361 목록 댓글 0
나는 어느 초겨울 추운 밤 행랑아범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 해 가을에 아범은 아내와 어린 계집애 둘을 데리고 행랑채에 들어와 있었다. 아홉 살 난 큰애를 굶기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어멈이 어느 연줄로 강화로 보내버렸다는 말을 듣고 아비는 슬피 운다. 그런데 어느 날 화수분은 형이 발을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추수하러 고향 양평으로 간다. 어멈은 쌀말이라도 해 가지고 올 것을 기다렸으나 추운 겨울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어멈은 어린것을 업고 길을 떠났다. 마침 화수분이 어떤 높은 고개에 이르렀을 때 희끄무레한 물체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어멈과 딸 옥분이었다. 어멈은 눈을 떴으나 말을 못한다. 이튿날 아침에 나무장수가 지나다가 그 고개에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아직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 것만 소에 싣고 갔다.



작품 해제

작자 전영택(田榮澤)

갈래 단편 소설

경향 사실주의, 인도주의

시점 1인칭 관찰자(1.2.4.5장), 1인칭 주인공(3장), 전지적 작가 시점(6장)

배경 일제 강점기 추운 겨울, 도시 및 시골

구성 액자 구성

주제 가난 속에 피어난 어버이의 고귀한 사랑

출전 조선문단(1925)



등장 인물

화수분 '나'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행랑아범. 한때는 부유했으나 결혼 후 지금까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 선한 인품에 우애가 돈독하고 부부애가 강함

어멈 가난 속에서도 선하게 살아가는 화수분의 아내. 순박한 성격의 소유자

귀동이,옥분이 화수분의 딸들. 못생긴 데다 마음씨마저 고약하고 고집 불통임

나 화수분네 가족에게 연민을 가지나 적극적으로 도와 주지는 못함. 냉정하지는 않으나 대체로 무덤덤한 관찰자로 일관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이중 구조 즉 액자 소설의 유형을 지녀 시점의 변화 양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즉 1인칭 관찰자 시점(1,2,4,5장)과 1인칭 주인공 시점(3장) 그리고 전지적 작가 시점(6장)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이는 설명이나 해설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면서, 대상 인물인 주인공들은 가만히 있고 서술자가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양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작품은 서술자와 서술 내용 사이의 거리가 너무 근접해 있어서 이야기 구조의 진실성을 해칠 우려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지니는 인정의 따뜻함과 동정어린 손길이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반어적 구조로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는 '화수분' 단어 자체의 의미와 주인공이 처한 비참한 생활이 대비되면서 비극적 결말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 인물의 의도적 설정은 작가의 연민을 강하게 표출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의 다른 사실주의 작품과는 달리 형용할 수 없는 처참한 정황을 그리면서도 주관적인 감정의 개입을 배제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필치로 사회의 실상을 그렸다. 환경에 패배당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려 자연주의적 경향도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은 서술을 위주로 하여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했으며 이러한 결과 인도주의적인 주제가 줄거리의 중간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는 소설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1925년에 발표되었음에도 특별히 시대적 배경을 짐작할 만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자식까지 남의 손에 넘겨 주어야 할 만큼 가난하고, 취업 기회를 좀처럼 얻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아서 일제에 의하여 극도의 피해를 입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으며 암담한 사회적 환경을 암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인 극심한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 밤은 단순히 풍경으로 그치지 않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형성, 주제와 연결되면서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사건의 개연성(蓋然性)과 필연성(必然性)이 결여되어 있으며 인물의 성격 설정 방법이나 사건의 추이를 직접적으로 진행시키지 못하고 아내의 말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등 소설적 구조를 보아서 몇 가지 결함을 지니고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문체에 의해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고 있다.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의 화수분 내외의 죽음, 서로의 체온을 나눈 사랑의 극치인 죽음에서 사랑과 부활의 상징인 어린아이는 살아 남는데 이는 은총 속의 부활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처참한 환경, 추위가 무참히 체온을 앗아가고 목숨마저 위협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식지 않는 사랑의 정화(精華) - 햇뱇속에 토닥거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이러한 결말은 작가의 인도주의 정신이 거둔 삶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황민수 외 <즐거운 소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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