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4130) 안나푸로나 베이스캠프에서 시누와까지
201604/08
ABC-MBC-데우랄리-히말라야-도반-밤부-시누와
나는 몇번이고 잠이 깨 어설픈 롯지 침실의 성애로 얼어 붙은 창을 닦다보니, 새벽 1시 쯤 날씨의 변덕은 사라지고 별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어서 추운 줄도 모르고 바깥으로 튀어나가 별에 안깁니다. 눈은 30여 센티미터가 쌓여 있는데 난 그 위에 옷도 빈약하게 입은 상태 그대로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향해 눈밭에 누워봅니다. 별이 가슴으로 빛을 쏘아대니 나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서 영하의 새벽 온도가 무색하도록 눈 밭에 있다가 침실로 기어오듯 들어와 다시 잠이 듭니다. 잠이 깬 베이스캠프의 일출은 우리를 황홀함에 가두어 말도 잃어버리고 움직임도 잃어 버린 하나의 조각상이 되어 버립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지는 생각의 여지도 없이 '이자리에 서 보세요.' 라는 말 밖에 더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어쩌면 모든 세속의 것들을 일순이나마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버리고 스스로의 본연에 충실한 순간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새벽의 쏟아지는 별과 지금 일출의 세상을 압도하는 아름다운 빛 속에 안겨 있음으로 땅에 서 있음을 잊어 버립니다. 히말라야는 그렇게 세상 사람들을 부르고 묵묵히 수억겁동안 처음처럼의 존재를 알리는듯 합니다. 우리네 세상도 그 처음의 본질을 이끌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나 푸로나의 일출
다 함께 감동을 공감하며
롯지에 아침이 옵니다. 설산은 새로운 빛으로 단장을 하면서 세상을 순백과 환한 빛으로 바꾸어 보이는 만상을 눈부시게 합니다. 대기는 티끌이라곤 섞이지 않아 푸르다기보다 우주의 블랙홀과 같은 끝없는 하늘을 보여주고 산봉우리의 바람이 만드는 하얀 구름은 그래서 더 돋보입니다.
롯지 지붕 위 설산에서 내리는 환한 빛
다시 롯지 뒤의 눈 밭으로
마지막까지 풍경들을 마음에 담고
스스로 오름에 대한 보상을 만끽하며
트랙킹 팀원이 모두 트랙킹 반환점의 아쉬움을
감동은 감동으로 남기고 산을 내립니다. 내일도 변함없는 히말라야겠지만 우리는 오늘의 히말라야를 간직하고 눈길을 내려옵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온 천지를 흰색으로 덮어 세상은 온통 순백으로 눈이 부시고 우리네 움직임만 유일하게 색깔의 독특함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고 싶은게 속성인지 순백의 세상에서 떠나길 꺼립니다.
하산하는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려고 힘겨운 걸음을 하고 이제는 멀어지려고 걸음을
안나푸로나 베이스캠프 롯지를 뒤로 보내며
다시 언덕너머로 롯지는 숨고
베이스 캠프와의 이별
눈밭에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길에 서서
내려오는 길은 더욱 힘이 듭니다. 이틀 일정으로 올랐던 길을 하루로 단축하여 내리니 정점을 지난 뒤이기도 하나 쉽사리 내리는 길이 아닙니다. 오를 때의 기대감은 목적지를 끝으로 완성되고, 내리는 길은 너무 길다는 느낌으로 힘이 듭니다.
설산길 막바지에서
다시 들른 MBC
오른 길로 다시 내림은
시누와까지 되돌아 오는 길은 참 지루하고 고된 길입니다.
누구나 새로운 길을 가는 호기심과 기대가 끝나면
반복되는 내림은 새로운 볼거리가 한정되어
더욱 길다는 느낌이 들텐데
실제로 내림길이 길어지니
걸음이 더딜 수 밖에 도리가 없는 게지요.
허나 우리는 천천히 ABC에서 벗어 나고 있습니다.
트랙킹에 필요한 서류 및 트랙킹 확인서
2016/04/21
문경 아침도시의 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