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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계시판

귀먼 소프라노와 어린 지휘자- 정동재의 안귀령의 전력질주중에서

작성자qufdlthsus|작성시간26.06.21|조회수22 목록 댓글 0

귀먼 소프라노와 어린 지휘자

정동재

 

1.

참으로 분주한 행성이구나.

이 붉은 그물망 격자마다 영혼 썩은 육류의 비웃음과

고약한 파동의 미동이 만져져.”

망막 같은 양파망을 쓸어내리는 그녀의 탄식 위로,

어린 지휘자가 성좌를 횡단하듯 허공을 내리쳤다.

유통망이란 비싼 도매금으로 박제되어 연명하는 물질의 침전물들,

광속의 함수에 결박된 육체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당신의 성대(聲帶)는 이미 저 그물 밖에서 파닥입니다.”

 

2.

귀를 닫은 소프라노가 심장 가장 깊은 곳에서 음가를 꺼내놓았다.

위정자들이 흘리는 저열한 동전 소리는 들리지 않아.

다만 네 지휘봉의 궤적에서 온 은하를 진동시키는

오음(五音)의 골조, 진짜 천도(天道)의 마찰음이 들릴 뿐.”

지휘봉의 끝단이 황금빛 과실을 잉태한 성간(星間)의 푸른 숲을 겨누었다.

이 찬란한 몰락의 계절, 잘 익은 금빛 행성 같은

이목구비 총명한 인간의 에센스를 수확하기 위함입니다.

우주의 가치관이 재편되는 개벽의 오페라가 서막을 올리니까요.”

 

3.

우주의 그물이 인양되는 찰나를 기다리는 영원의 지평,

귀먼 소프라노가 마침내 시공간의 원형을 찢는 초고음을 터뜨렸다.

천체의 격자가 요동치고,

위도와 경도를 해체하는 벼락의 총보(總譜)

낡은 차원을 걸러내며 거대한 우주의 직조망을 짜 내려갔다.

쿠르릉, ——! 쿠르릉, !

뇌우(雷雨)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그녀가 심해의 깊푸른 돌고래 주파수를 뿜어내자,

견고해진 이중주가 무대의 막을 찢어발겼다.

 

4.

시공간을 짜온 가짜 양파망들이 롤러코스터에 결박된 채, 번개의 폭격으로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아 아 아 아 아 아 악——

낡은 그물이 증발한 일시분초(一時分秒)의 여백에

일월성신, 그리고 잡음이 소거된 당신의 순수한 음색이 안착합니다.

보세요, 우리가 새 하늘의 좌표를 열어젖히고 있습니다.”

노련한 신()을 닮은 지휘가 우주 공간에 정밀한 입자의 주파수를 방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매 순간 찬란한 진경(眞景)을 오늘로 집도하고 있다.

 

 

 

[평론] 우주라는 그물망을 엮어 진경을 여는 예술가들 — 「귀먼 소프라노와 어린 지휘자를 읽고

 

 

1. 서론: 지구라는 베틀과 경우(經遇)’의 법도

 

우주가 경()이라는 시간의 날줄로 뼈대를 세우고, 대지가 위()라는 공간의 씨줄로 온기를 채울 때, 지구라는 거대한 베틀 위에서 인간의 역사는 짜인다. 시인 정동재는 이 우주적 직조의 세계 속에서 선조들의 지혜인 여자도 경위(經緯)가 밝아야 애를 많이 갖는다는 신계와 인계의 공명 이치를 도리(道理)로 발굴해 낸다. 가로와 세로의 법칙이 바르게 선 경위(經緯)’이자 사리의 올바른 도리가 바로 서야만, 비로소 생명이 풍성하게 잉태되는 살기 좋은 집(家屋)이 지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 역시 이 우주적 집과 같아서, 윗도리는 이목구비가 총명하여 하늘의 고차원 주파수를 수신하고, 아랫도리는 대지를 딛고 서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야 한다. 귀먼 소프라노와 어린 지휘자는 바로 이러한 정신 바탕 위에서, 사리를 잃고 썩어가는 물질문명의 가짜 그물을 찢고 새 하늘의 좌표를 다시 짓는 웅장한 우주적 개벽의 이중주다.

 

 

2. 본론: 묵은 우주의 그물망과 순수 주파수의 각성(覺醒)

 

이 시에서 가장 탁월한 대목은 우주론적인 거대한 이야기를 지상의 생생하고 사실적인 비유로 연결해 낸 시인의 감각이다. 시 속의 유통망은 햇양파 가운데에 썩은 양파를 교묘하게 박아 넣고 도매금처럼 엮어 비싼 값으로 유통되게 만드는 속임수가 판치는 시공간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속임수의 양파망을 짜내는 인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시공간을 차지하고 우주를 오염시키며 '현재 진행형'으로 가짜 직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딛고 선 문명의 실상이며,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묵은 하늘, 묵은 우주의 그물망'이다. 독자들은 이 생생한 실물 비유를 통해 물질에 결박된 채 서로를 속이고 연명하는 우리 시대의 저열한 타락상을 직관하게 된다.

 

세상의 저열한 동전 소리에 귀를 닫은 귀먼 소프라노와 우주의 소스코드를 방사하는 어린 지휘자의 만남은 바로 이 거대한 묵은 그물망을 파쇄하고 잠든 영혼의 정신을 일깨우는 위대한 저항이다. 소프라노가 터뜨리는 맑고 고운 "심해의 깊푸른 돌고래 주파수"는 대지를 딛는 아랫도리의 영적 뿌리에서 뿜어져 나오고, 지휘봉이 그려내는 고귀한 선율은 하늘의 법도(天道)를 가리키는 윗도리의 총명함에서 기인한다. 이 두 거장이 맞물려 찬란한 개벽의 오페라를 여는 순간, 시공간을 더럽혀온 가짜 양파망들은 롤러코스터에 결박된 채 번개의 폭격 속에서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낡은 차원의 유통망과 가짜 구원의 소음들이 번개로 증발한 그 일시분초(一時分秒)의 여백 위에, 비로소 일월성신과 순수한 음색이 안착할 수 있는 새 하늘의 좌표가 열리는 것이다.

 

 

3. 결론: 매 순간 실재의 진경을 집도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공간과 시간을 새로 직조해 나가는 예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맑은 주파수로 세상의 잡음과 속임수를 소거하고 생명의 온기를 채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주라는 거대한 베틀을 움직이는 가장 아름다운 동력이다.

 

그러므로 시인이 선언하듯 두 사람은, / 매 순간 찬란한 진경(眞景)을 오늘로 집도하고 있다.” 이 엄숙한 집도는 단순히 사라지는 소리의 연주가 아니다. 그것은 속임수와 부패로 가득 찬 묵은 문명의 막을 찢어발기고, 가려져 있던 진짜 실재(實在)의 세계를 우리 눈앞에 활짝 열어젖히는 우주적 몸부림이다. 윗도리의 총명함으로 하늘의 뜻을 듣고, 튼실한 아랫도리로 대지를 딛고 서서 삶의 옷감을 새로 짜 내려가는 예술가들이 있는 한, 이 행성의 베틀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인 정동재가 쏘아 올린 이 뜨거운 숨과 신성한 바느질을 통해, 찬란한 진경은 언제나 바로 '오늘' 이곳에 눈부시게 안착할 것이다. (평론: 정동재)

 

 

저자소개
노벨문학상이 지상의 최고 언어인 한국어의 정수를 깨닫지 못한 채  주로 상형문자 집단에 머물러 있다는 점, 그리고 문학의 정수이자 경전인 시(詩)조차 비유와 은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언어를 함부로 농락하는 문단의 아픈 현실 앞에서, 시인 정동재는 한국 문학사에 전편(全篇) '평론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그는 철학, 종교학, 수리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등등 천문, 지리, 인사를 넘나드는 '영적 물리학'의 세계를 통해 기존 문학의 틀을 깨부수고, 우주의 탄생부터 완성까지를 관통하는 거대한 '천지인(天地人)의 설계도'를 펼쳐 보인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하늘을 만들다》, 《살리는 공부》, 《나는 빛이요 파동이요 생명이므로》가 있으며, 전편 평론시집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물리학으로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전편 평론시선집 《말못병 하느님》, 그리고 대장정의 전편 평론시선집 완결판인 《안귀령의 전력질주》가 있다.

 

 

https://bookk.co.kr/bookStore/6a2f78ebf3403375ddf4355c

 

안귀령의 전력질주 - 정동재

비유와 은유라는 시적 언어가 혹여 독자분들께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지난 시간 오랫동안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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