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6월 11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가 미국에서 개봉했습니다. 길쭉한 목, 주름진 피부, 어설픈 걸음걸이. 누가 봐도 이질적인 외계인이었지만,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그를 무서워하는 대신 울었습니다. 혼자 남겨진 아이처럼 보였으니까요.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이 반응에 오래전부터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를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고 불렀어요. 큰 눈, 둥근 이마, 작은 코, 짧고 뭉툭한 팔다리처럼 아기를 연상시키는 특징들이 인간에게 자동으로 돌봄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겁니다. 미출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아기 같은 얼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뇌의 측좌핵, 즉 보상과 동기를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귀여운 얼굴이 뇌 안에서 실제로 보상 신호를 켠다는 뜻이죠. 더 놀라운 건, 이 반응이 인간 아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기 같은 특징을 가진 동물, 캐릭터, 심지어 사물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으니까요.
귀여움은 취향이 아닙니다. 뇌가 설계한 생존 회로에요.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존재들 — 아이, 새끼 동물, 갓 태어난 것들 — 이 살아남으려면 강한 자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놔는 그들에게 무기 대신 둥근 눈과 서툰 몸짓을 주었죠. 보는 이의 뇌 안에서 '해치면 안 된다, 돌봐야 한다'는 신호가 저절로 켜지도록요. E.T.가 그토록 많은 사람의 눈물을 끌어낸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겁니다. 낯선 생김새 안에, 아주 오래된 신호가 숨어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