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주저리주저리

[스크랩] 물음표보다 느낌표

작성자어안|작성시간26.06.11|조회수27 목록 댓글 0

물음표보다 느낌표

 

나는 주로 묻는 쪽이었다. 

옷을 고르면서도 "이거 예쁘네. 사야겠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거 어때? 나한테 어울려?"라고 물었다.

옷 고르는 정도의 질문이라면 답이 틀리더라도 그냥 스타일 조금 구리면 그만이다.

나는 그런 사소한 것에만 물음표를 띄웠던 게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도 밖을 향해 물었다. 

"A가 나을까, B가 나을까?", "갈까, 말까?", "살까, 말까?" 

나보다 남을 의식했기 때문이었지만 동시에 나에 대한 확신이 모자랐다.

더 자세히 말하면 '나‘에 대해 잘 몰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말이다.

잘 모르겠으면 연구해야 하는 게 먼저인데, 누구라도 결정을 내려주면 좋다고 생각했다.

타인과 함께 무언가를 정할 때도 대체로 "너는 뭘 먹고 싶어?", "너는 뭘 하고 싶어? 라고 묻는 쪽이었다. 

흔하디 흔한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먹고 싶은 것을 먼저 꺼내는 일은 드물었다.

기저에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친구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것은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내 성격과도 연결이 된다. 

인간이란 상대를 이해할 때도 나의 범주 안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으레 내가 못 하니까 상대방도 그러겠지 하는 것이다.

무던하고 편안하다는 평판을 들어온 이유도 이런 성격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메뉴를 골라도

'그래, 친구가 먹고 싶다는데 같이 먹어주자.’ 라며 기꺼이 상대에게 게 맞춰주는 쪽을 택했다.

상대가 무슨 제안을 해도 "응응. 난 좋아. 다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A도 B도 완전히 싫은 건 없으니 네가 더 원하는 걸로 내가 맞출게.' 에 가까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A보다는 B가 높은 확률로 좋은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싫지 않음'과 '좋음'은 다른 영역인 것이다.

아무거나 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명백하게 있었던 게 사실이다. 

몇 년 전 직장에서는 4명의 멤버가 고정 점심 메이트로 함께 식사를 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오늘 뭐 먹지?'가 화두지만,

좀처럼 튀어나오지 않는 메뉴 선정에 애를 먹다가 요일별로 담당을 지정하기로 했다.

해당 요일마다 담당자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나머지는 싫더라도 다 따르자고 합의한 후부터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점심 협약을 맺은 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식당이 선택지로 나오고

매번 새로운 메뉴가 등장하여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때 새삼 깨달았다. 누구나 명확하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때는 배려 한다고 마음을 숨기거나 때로는 유심히 관찰하지 않아 미처 몰랐을 수는 있겠지만,

요즘은 "느낌표!" 를 쓰며 살고 있다.

내 기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무엇보다 내가 좋으면 묻지 않고 그냥 한다.

내가 내린 답이 정답이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답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조금 더 편안해졌다. 

타인의 선택은 결코 내 마음을 들여다 봐주지 않는다.

 

- 이지현 에세이, <오늘도 거절을 못했습니다> 중에서

********************************************************************************************************************

어제는 지역에 살고 있는 고교동창 모임 월례회였지만,

겨우 여섯 명만 모여 점심을 먹고 가까운 곳에서 커피 한 잔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은퇴하기 전보다 더 수다스러워진 친구의 근황을 들으며 화두가 된 건강 유지에 집중했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나도 주로 듣는 쪽이지만, 어제는 수난을 겪은 양쪽 다리 다친 이야기를 한참 했네요

처음부터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온 친구가 일어서자고 할 때까지 참아준 친구들이 고마웠네요

단일메뉴 뿐인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자고 이끈 친구가 주문해준 아아 커피를 마셨지만

오랜만에 만나 친구들이어서 전부 괜찮았습니다!

시종일관으로 정치 이야기가 없었고 눈 건강 무릎 건강 허리 건강 이야기에 집중했거든요

보건학, 행정학 박사도 전직 교장 선생도 텃빝 농사 지으면서 사는 친구들도 다 어슷비슷하거든요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반려가 함께 익어가는 중이라 더욱 비슷한 일상이기도 하구요

매일 5천보 이상 갇는다는 친구들이 많어서 부럽기도 했지만 자기 정도에 맞추면 좋다는군요^*^

다음달까지 물음표보다 느낌표에 관심가지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도 하룻길 천천히 걸으며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한국문인협회 영주지부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