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부터 비가 촉촉하게 온다. 옛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비가 오는 날이면 보리나 콩에 가난과 외로움을 섞어 볶아먹던 추억을 떠올리며 일전에 올린 훔멜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중 마지막 코다 부분을 듣는다. 1악장의 길이가 16분 정도여서 악장의 눈 부분인 코다(악장의 종지부 1분 30초 분량)를 따로 반복 녹음했다. 불안과 우아함이 한 덩이가 되어 빛나는 비극성을 관통하는 통쾌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코다 부분을 자세하게 해설하여 영상에 자막으로 입히고 영상 아래 별도로 올렸다.
https://youtu.be/XkYjN_RcM3s?list=RDXkYjN_RcM3s
1816년 작곡되어 1821년 빈에서 출판된 훔멜의 피아노협주곡 2번 A단조 Op.85는 쇼팽 이전의 쇼팽 같은 느낌으로 고전 협주곡 형식 과 초기 낭만주의의 피아노 비르투오소가 결합된 작품이다.
이런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1악장 마지막 코다는 단순한 마무리라기 보단 이 작품 전체가 응축된 부분으로 이전까지 억제되어 있던 피아노의 화려함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음악적 통쾌함을 들려준다.
재현부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A단조의 긴장감이 떠오르고 피아노가 훔멜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베토벤의 영웅적 투쟁 같은 빠른 아르페지오로 즉흥 카덴차처럼 질주한다.
피아노는 a단조의 어두운 정조를 곧바로 밝게 이끌어가지 않고 끝까지 유지하며 솟아오르는 장식적 선율의 밑바닥에 단조의 긴장감과 불안을 남겨둠으로써 화려한 세련미 속의 비극성에 전율하게 한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끝까지 경쟁하지 않고, 주요 화성 부분에서 오케스트라가 피아노에 응답하고 받쳐주며 전체적읜 악구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피아노는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오케스트라는 결말을 향해 확실한 방향을 잡아준다.
훔멜의 이 같은 코다 부분에서 모차르트의 균형감과 질풍노도 피아노의 속도감이 미래의 쇼팽과 리스트를 예감하게 하는데,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이 고전과 낭만파 피아니즘 사이의 연결고리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 악장의 종지부는 a단조의 결연함으로 승리의 환호가 아닌 불안과 우아함의 기교가 한 덩어리가 되어 끝나는데, 이는 화려한 마지막 장식의 a단조를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비극성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배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