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밖을 나온 불교 이야기14
목경찬(불광사 불광교육원 교수) 씀
* 주위에서 접하는 단어로 불교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적어볼까 합니다.
물론 저는 몇 년간 한문경전 중심으로 불교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 용어에 파묻혀 살다보니, 일반대중에 대한 언어감각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통해 일반인과 서로 호흡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해와 조언 바랍니다.
"거세정진"으로 시작하는 불교 이야기14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하나.
~거세정진(去勢精進) ~
한자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남자의 생식기를 제거하고 어떤 일에 힘써 나아간다”는 뜻이 된다.
옛날 명나라 때 무림의 최고수에 등극을 하고자 하는 자가 있었다.
그런데 무술을 연마하여 대회만 나가면 늘 준우승만 하기를 수차례 하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존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유명한 도인을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그 도인이 무예에 관한 비서(秘書)를 한 권 주었는데 거기에는 36가지의 무예에 관한 수련법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러한 기술들을 반드시 거세정진(去勢精進)하여야 최고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 자는 고민에 빠졌다.
무림의 고수에 등극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지만 거세까지 해가면서 정진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워낙 지존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지라 스스로 거세를 하고 무예를 연마하였다.
이듬해 그는 드디어 연마한 무예로 무림의 최고수에 등극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존의 자리가 덧없고 거세에 대한 후회가 밀려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 비서를 준 도인을 다시 찾아가 물었다.
“왜 그런 기술들은 꼭 거세하고 정진해야만 무림의 지존이 될 수 있었나요?”
그 도인이 말하엿다.
“사실 나는 그 책의 저자가 아니고 번역만 했다. 원저자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있으니 꼭 알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물어보라.”
물어물어 조선의 태백산중에서 수련 중이던 원저자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자기도 젊었을 때 쓴 책이라 기억이 아삼삼하다며 다락에서 먼지묻은 원서를 찾아 들고 왔다.
그 책은 한글로 쓰였을 뿐 자신이 연마한 내용과 똑같은 바로 그 책이었다.
그런데 책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기술들을 반드시 ×빠지게 연마해야만 최고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즉, 거세정진(去勢精進)의 원서 표현은 ”×빠지게 노력하라”였다.
번역의 오류로 사람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는 우픈(슬픈데 웃기는) 이야기 입니다.
외국어를 자기 나라 말로 번역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가령 우리 나라 말 가운데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어, 시원하다."라는 말을 영어로 어케 번역해야 하나요.
푸르스름하다. 누르팅팅하다 등등
마찬가지로 인도 등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들어와 한문으로 번역할 때
거세정진과 같은 일이 생겼다는거.
즉, 불교 용어를 그 당시 중국 언어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그 당시 유행했던 사상인 노장 사상의 언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불교를 불교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노장 사상의 가르침으로 불교를 이해한거죠.
이러한 불교를 전문용어로 격의불교라고 하죠..
오늘날에도 똑같은 일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한문에서 한글로
전통 사상의 언어에서 서양 사상이 스며든 현대 언어로
번역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느덧 불교 본래 뜻보다는
이 시대의 사고로 보게 된다는 거죠.
어쩌면 또 다른 격의불교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거세정진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조심하고 조심해야 하는거죠.
앞으로 불교 이야기에서
번역어에 대한 풀이가 가끔 등장하기에
미리 조심하고 충분히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번역과 관련된 우픈 이야기를 언급했네요.
담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