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경찬의 불교문화 한 토막]
매주 목요일 불교문화에 대한 짧은 글을 올립니다.
18. 범종을 33번 치는 이유
< 충남 서산 개심사 범종각 >
댕∼ 댕∼ 댕∼
범종을 절에서는 보통 아침에 28번, 저녁에 33번 칩니다. 혹 어떤 절에는 정오에도 12번 칩니다. 그런데 종을 치는 횟수에 대한 이유는 불교 경전 상에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대략 이렇습니다.
< 강원 낙산사 동종(2005년 화재로 사라짐) >
28번이라는 숫자가 나온 이야기는 몇 있습니다.
첫째는 중생의 세계를 어떻게 분류하는가에 따라 28이 나옵니다. 가령 ① 중생이 사는 세상은 욕계, 색계, 무색계 등 삼계로 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4악취(四惡趣, 지옥, 악귀, 축생, 아수라), 4주(四洲), 욕계 6천(天)이 있고, 색계7천, 무색계4천 등 이십오유(二十五有)의 중생세계가 있습니다. 3계와 25유를 합쳐 28이 됩니다. ② 욕계 6세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 색계 18천, 무색계 4천으로 도합 28세계가 됩니다. 등등. ③ 마하가섭 존자부터 보리달마 스님까지 28대조사의 가르침을 이어받는다. 등등.
< 전북 부안 내소사 범종 >
33번이라는 숫자가 나온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제석천을 중심으로 하는 도리천(忉利天)에서 33이 나옵니다. 도리천은 사방에 여덟 하늘이 있고, 중앙이 제석천으로 도합 33입니다. ‘도리’는 인도말로 33을 뜻합니다.
간혹 정오 때 치는 12번이라는 숫자는 12간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어떤 절에는 저녁에 36번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날 그 절 스님이 “우리 절은 큰 절이라 3번 더 쳐”라고 농처럼 말하였지만, 의식집인 석문의범에는 아침에는 28번, 저녁에는 36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36이라는 숫자도 중생 세계를 어떻게 헤아리는가에 따라 36이 됩니다.
따라서 범종을 치는 이유는, 부처님 가르침을 중생 세계에 널리 퍼지게 하기 위해서거나 또는 옛 스승들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 초대(?) 보신각종, 국립중앙박물관 >
그런데 지금은 절에서만 범종을 치지만, 조선시대에는 성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알리기 위해 쳤습니다. 새벽 4시에는 33번, 저녁 10시에는 28번 쳤습니다. 28번은 28개의 별자리인 28수(宿), 33번은 도리천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간혹 스님들이 지금 범종 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합니다. 석문의범 등 의식집에 적힌 대로 아침 28번, 저녁 36번으로 치자고 하는 분도 있고, 세속에서 쳤던 것처럼 아침 33번, 저녁 28번으로 치자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실제 그렇게 치는 절도 있습니다.
< 서울 삼각산 승가사 범종각 >
간혹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종소리 숫자를 맞춰 치지?’ 그 궁금증은 이후 해결되었습니다. 어떤 산중에 있는 절에서 보니, 종을 한 번 칠 때마다 옆에 걸린 주판알을 하나씩 옮기고 있었습니다. 또 제가 아는 스님은 그 시간에 맞게끔 시계 알람을 맞춰 놓는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절, 모든 스님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