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서영석 (du0280) / 2009-11-26 15:37)
※ 서울대가 세종시에 분교를 마련하는 대신 3조 5천억 원을 요구했다고 보도가 있군요. 서울대가 아니라 지금의 서울대 총장이겠죠? 무슨 세종시가 돈 놓고 돈 먹는 판도 아니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그대로 하면 될 것을, 괜한 MB의 헛손질 때문에 이 나라 재벌기업과 대학들이 세종시를 볼모 삼아 MB 정부로부터 한탕 털어먹기 위한 거대한 투기판이 시작된 느낌이네요.
※ 한상률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확대될지, 아닐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나중에 가서 보면 아마도 이 사건이 MB 정권 레임덕의 첫 신호 아니었느냐는 평가를 받을 것 같네요.
이 게이트에는 MB 정권의 핵심실세들(이상득 박영준)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을 뿐더러, 특히 노 대통령을 서거토록 만들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가혹한 세무조사, 그리고 이어진 검찰의 무리한 언론플레이 등으로 연결되는 고리거든요.
중요한 것은 세종시라든지 4대강 등이 여론에 밀려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는 이런 시점에 터져 나왔다는 거죠. 조금 있으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밀어붙이기의 손발이 되고 있는 경찰, 검찰, 국세청, 국정원이 말 안 듣기 시작하고 있다는 게 나중에 드러날지도 모르죠.
잘 봐줘도 MB 정권의 막무가내는 내년 초부터는 어렵다고 봐야죠. 결국, 지금은 마지막 발악(?) 같은 건데… MB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도 슬슬 몸조심해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네요. 천년만년 가는 게 정권 아니니까 말이죠. 뭐… 각오하고 있겠죠.
유시민의 적과 친구
지금의 유시민은 국회 처음 등원하던 유시민이 아니다
(서프라이즈 / 서영석 / 2009-11-26)
고향에서 영웅 되기 어렵고, 집안에서 존경받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그 사람이 어릴 때 코 흘리면서 엉덩이 까고 똥 누던 모습부터 모조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아는 사람일수록 존경하기가 쉽지 않다. 좋아할 수는 있을지언정….
어처구니없는 얘기지만, 전두환이 총칼로 집권했을 때 박정희 시대를 주름잡았던 파워엘리트들이 꼼짝 못했던 것은 물론 그들이 들고 있는 몽둥이가 무서워 이기도 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기에 차라리 받아들이기가 쉬웠던 탓도 있다. 잘 아는 불알친구들이었다면, 총칼이 아니라 탱크로 겁을 줘도 그렇게 쉽사리 정국을 장악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민주당 후보로 급부상했을 때, 아마도 그런 사실을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노 대통령의 현역 의원시절 같이 국회에서 활동했던 동료들이었을 것이다. 같은 금배지 달고, 같은 의원식당에서 밥 먹으며, 같은 세미나 다니고, 같이 노동현장에서 싸웠던 동지들일수록, 노 대통령이 갑자기 국민의 기대를 받아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한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왜냐고? 노 대통령을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될 수 있으면 자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그렇다. 주제를 모른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그걸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여하튼 그렇단 얘기다.
하지만, 사람은 어떤 계기를 통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 바둑에서도 프로에 입단하는 순간 실력이 반점 정도 더 는다는 것이다. 프로 입단이야 하나의 관문에 지나지 않는데도 실제 실력이 는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업그레이드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뒹굴었던 경험이 있던 많은 사람들. 그들은 '괜찮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보다 딱히 뛰어나지도 않은' 노 대통령의 급부상에 의아해 했을 것이다. 이미 국민경선을 통과한 노무현은 과거의 노무현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나는 13대 국회 때부터 국회출입을 했던 기자인데, 당시 국회 노동위(그땐 노동위였다. 지금은 환경노동위로 바뀐 것 같지만. 이 이름은 소관부처에 따라서 주로 변한다)에 4총사가 있었는데, 통일민주당의 노무현-이인제 의원과, 평화민주당의 이해찬-이상수 의원이 그들이었다.
그때 당시도 노무현 의원은 기자들과 별로 친하지 않았다. 뭐랄까, 생래적인 수줍음, 그런 게 있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나도 노무현 의원과는 그냥 일면식이 있는 정도였었다. 하지만, 이인제 의원과는 매우 친했었다. 이인제 의원은 바둑이 굉장히 센 편이었는데, 나도 '짠 1급' 소릴 들었는데, 이인제 의원에겐 승률이 4할 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수시로 바둑두면서 정말로 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노무현 의원'과는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2002년 국민경선에서 그의 급부상을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이인제 의원은 잘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무시했을 수도 있다. 이인제 의원 역시 97년 대선에 출마해 몇백만 표를 얻으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돼 있었는데도 말이다.
다시 유시민 전 장관으로 돌아오자. 유시민 전 장관이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야권 내 차기 후보 1위로 급부상했을 때 아마도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 그리고 특히 유시민 전 장관의 동년배, 그리고 그를 경쟁자로 여기고 있었던 그보다 2~3년 어린 그룹들이 가장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혁당 이름으로 고양 재보선에 출마해, 하얀 X바지 입고 국회에 등원했다가 보수신문으로부터 몰매 맞았던 '초선의원 유시민', 노 대통령에게 알랑거려 '장관 자리' 꿰찼던 '간신 유시민'--이런 식으로 바라봤던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회장 출신 유시민이 갑자기 '유망한'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한 점을 이해는 할 수 있을지언정 용납은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들도 모르는 사실은, 지금의 유시민 전 장관은 이미 과거 100분 토론 사회 볼 때의 그 유시민이 이미 아니며, X바지 입고 등원했던 '초선의원 유시민'도 아니고, 노 대통령 덕에(?) 장관 자리 앉아봤던 그 유시민도 아니란 점일 것이다. 유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의 서거를 포함해 그런 과정을 거쳐 담금질 돼 성장해왔다. 그래서 지금의 유시민이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유시민은 여전히 성장과정에 있다. 지금 대통령선거를 한다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이길지 모른다. 그러나 3년 후라면 유 전 장관이 이길 수도 있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의 성장잠재력에 있다.
좀 극단적인 얘기일지는 모르나, '삽질'에 '삽질'을 거듭하는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유 전 장관의 성장에는 보약이요, 동지일 것이다. 하지만, 유 전 장관과 고락을 나눈 경험이 있는 동년배들과 뒤에서 쫓아오는 차세대 주자들은 항상 그를 질시하고 시기하고 비난하는 '적'일지도 모른다.
물론 유 전 장관에게 있어 이 대통령은 '버려야 할 동지'이고, 그를 질시하는 많은 이들은 '껴안아야 할 적'이겠지만 말이다.
(덧글) 앞으로 시류와 관계없이 유시민 프로젝트와 관련된 글들을 쓸 생각입니다. 물론 이 글들이 책 내용이 되지는 않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하나씩 엮어가면서 책을 구체화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시류와 관계있는 칼럼도 쓸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에 평균 2편 정도는 칼럼을 올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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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서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