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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해 세상을 위해 - 교회개혁실천연대 기숙영

작성자김수영1|작성시간26.06.12|조회수39 목록 댓글 0

인터뷰는 2025년 12월 17일에 진행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성서한국이 영등포 인쇄 골목에 머물던 시절,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와 사무실을 함께 쓴 적이 있었습니다. 곁에서 보면서 개혁연대가 하는 일이 정말 만만찮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러 어려움 가운데 개혁연대를 거쳐 간 수많은 활동가들이 교회 개혁 운동을 가열차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 국장님 안녕하세요.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개혁연대 기숙영 사무국장입니다. 제 신앙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복음과상황과 인터뷰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 개혁연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이전에도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시죠?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기아대책이었어요. 그리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에서 7년 가까이 일했죠. 출산과 육아로 보낸 10년 정도를 빼면 대부분 비영리 조직에서 일했네요.

 

- 첫 직장부터 비영리 조직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사실 대학 졸업 후 바로 해외 선교사로 나가고 싶었어요. 당시 집안 사정이나 여러 상황 때문에 곧바로 나가기는 어려워서 경제적 활동을 해야 했죠. 대학교 4학년 때 고민하며 기도했어요. 앞으로 선교사로 살 건데, 기왕이면 약한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싶다고요. 당시 국제사랑의봉사단으로 아프리카에 가서 한 달 정도 보내다가 기아대책을 만났죠. 그때의 경험이 저를 자연스럽게 비영리 조직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이후, 다시 일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다시 일하기로 결심하고 고민하던 중 ‘사걱세’에 채용 공고가 떴어요. 마침 채용 파트가 학부모 대상 업무였죠. 더구나 학부모에게는 가산점이 있다는 거예요. 교육 영역을 아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이를 셋 키워본 입장에서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입사하게 됐고, 힘들기도 했지만 많이 배우면서 재밌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 당시 사걱세는 활동이 한창 무르익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 일하며 느끼신 가장 큰 성취감은 무엇이었나요?

 

맞아요. 상근 직원이 30명이 넘어가기도 했으니까요. 가장 큰 성취감은 사걱세에서 연구해서 발표한 정책 제안들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죠. 우리가 제안한 정책이 법제화되고 시행령이 생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 뿌듯했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기독교 신앙은 언제부터 가지게 되셨나요?

 

유치원 때부터 교회에 다녔어요. 부모님은 신앙이 없으셨지만 제 교회 생활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습니다. 교회에서는 아주 성실한 모범생 같았어요. 교회에 가면 즐거우니 늘 교회에 가서 놀고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만 해도 교회 중고등부는 자기계발과 성장을 돕는 배움의 공동체 역할을 잘해줬던 시기였으니까요.

 

- 청소년-청년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신앙의 결정적 순간이 있으신가요?

 

큰 터닝포인트는 없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했던 큐티가 인생과 신앙에서 가장 큰 자양분이에요. 당시 제가 다니던 교회 청년부 목사님이 선교단체 간사이기도 했어요. 보통 중고등부 교사는 청년들이 많이 섬기잖아요? 그래서 청년부에서 열심히 큐티 훈련을 받은 선생님들이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성경 묵상을 하고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준거죠. 그렇게 교회에서 성경을 묵상하며 나누는 일 자체가 좋았습니다.

 

- 해외 선교에 대한 생각은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당시 제가 다닌 대학에 정오 기도회가 있었어요. 이 기도 모임에 가보니까 세계를 품고 기도하는 거예요. 정말 그 나라에 대해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갖고 기도하더라고요. 그런 기도는 처음 해보는지라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내가 예수 믿고 신앙생활할 때 착하게 잘 살고 교회에 잘 다니면 된다는 생각 정도였다면, 이후로는 시야가 확 넓어졌어요. 대학 때 학생회 생활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선교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 개혁연대에서 일하게 되신 것도 선교적 의미를 확장해서 본다면, 국장님 인생의 궤적과 자연스럽게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아대책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배웠던 것도 직접 복음을 전하거나 단순한 구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제3세계 국가가 직접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부분이었죠. 그리고 제가 대학 시절 경험했던 다양한 만남 중 ‘복음과상황’ 독자모임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함께하던 분들과 광림교회 세습 반대 피켓 시위 같은 것도 했어요. 제가 20대 때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원봉사자도 꽤 오래 했었어요. 무엇보다 복상을 읽으면서 사회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제 안에 다채로운 신앙의 모습이 형성되었던 것 같습니다.

 

- 사걱세에서 일하시다 개혁연대를 지원하신 계기도 궁금하네요.

 

7년 일하니까 다른 종류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획하고 머리 싸매는 일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마침 개혁연대에서 회계와 회원관리 업무로 채용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들어와 일하는데 어느 순간 기획하고 머리 싸매는 일을 다시 하고 있네요.(웃음)

2025 교단총회 참관활동 참관단 출범 기자회견

 

- 일하시면서 어려운 일도 많으시죠? 요즘 가장 고민되는 것이 있으시다면요?

 

교회 개혁 운동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다 느끼실 텐데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거죠.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아직도 교회 개혁에 관심이 있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교회의 문제들을 접하면서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그런데 요즘 개혁연대에 찾아오는 교회 문제들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있어요.

 

- 어떤 모습일까요?

 

예전에는 목사와 성도들 간 갈등이 주를 이뤘는데요. 이런 갈등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정보가 부족한 성도님들이 많이 오셨거든요. 주로 목사님들이 사고를 치고 힘 없는 성도님들이 오셨습니다. 그러면 여러 방법을 제안해드리고, 필요한 경우 법률 상담을 받으실 수 있도록 연결해 드리기도 했죠.

 

요즘은 교회 분쟁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동안 축적된 정보가 많아서인지 성도님들도 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많이 알고 계세요. 노회나 총회도 이미 다 거쳤고, 심지어는 법정 소송을 한 경우도 있으셨어요. 판결까지 났는데도 여전히 분쟁이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저희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경우에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안타깝습니다.

 

- 너무 어렵네요. 교회 분쟁은 결국 해결이 난망할 수밖에 없을까요? 조금 다른 양상의 사례는 없을는지요.

 

최근에 상담했던 어떤 교회인데요. 교회가 목사에게 재정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거예요. 퇴직금과 관련된 문제였어요. 목사님이 문제 제기를 받고 굉장히 서운해했지만, 당시 문제가 되었던 재정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면서 나름 그 문제를 해결한 거죠.

 

- 이건 또 특이한 경우네요. 분쟁 수위가 그렇게 높을 것 같지 않고요.

 

문제는 그 이후에 더 이어졌어요. 목사님이 서운함 때문인지 문제를 제기한 성도님들을 막 징계하고 면직해버린 거죠. 그분들 중 한 집사님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시면서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제안했어요. ‘문제가 있었지만, 목사님이 성도님들의 요구를 수용해서 이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하고, 혹시 우리 쪽에서도 미숙한 언행이 있었다면 인정하고 사과를 드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설령 목사님이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집사님은 화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니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겁니다’라고요.

 

그랬더니 집사님이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으시는 거예요. 이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주변에 상의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이야기해준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대단한 솔루션을 드린 것도 아니잖아요? 문득 싸움의 방법은 갈수록 더 첨예해지고 있는데, 막상 화해의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가 너무 무지하고 미숙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담 이후 저도 화해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수많은 교회 분쟁들 속에서 마냥 끝까지 치닫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교회가 깨어지지 않고 해결을 이루어낼 방식을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교회 분쟁과 갈등은 사실 상대적인 것이잖아요.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문제의 경중도 조금은 가늠이 되고 이런저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교회 분쟁을 자신의 일로 맞닥뜨리게 되면 메타 인지가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죠. 풀어낼 방법이 없는 게 아닌데도 마냥 끝까지 치달아버리고 마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저희에게 찾아오시는 분들도 처음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세요. 그런데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제한적입니다. 양측이 서로 한발 물러서고 전체를 볼 수 있게 조언해드리고, 문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것도 저희의 중요한 역할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특히 목사님들이 성도님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훈련하고 다듬는 일도 필요한 것 같아요.

 

- 저는 개혁연대가 굵직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내놓는 성명서들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성을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성명서들을 쓰는 일련의 고민과 합의의 과정들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개혁연대는 어떤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계시나요?

 

성명을 쓰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어떤 이슈가 생기면 공동대표단이나 사무국이 제안을 해요. 성명서 발표를 결정하면 성명서 작성을 위한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합니다. 어느 포인트를 강조할지 등을 정하면 사무국이 초안을 잡고 수정해 나갑니다.

 

아무래도 교회 문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간혹 문제의 교회에서 항의 전화가 종종 걸려옵니다. ‘이건 우리 교회 일이고, 우리 교인들은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데 너희들이 뭔데 밖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죠. 그런데 이는 어느 한 개별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복음의 공공성, 교회의 공적 책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식이 뒤처진 모습을 보게 됩니다.

 

- 교회 개혁은 한국교회의 거대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모든 신앙인들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감당하고 안아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교회 개혁을 위한 단체의 실무자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성도로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저는 감사하게도 좋은 공동체를 만나서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교회 개혁에 대한 일을 하면서 제가 속한 공동체가 탄탄하게 서있는 게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속한 공동체가 건강하지 못하고 불안한 곳이라면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교회를 통해 하나님 앞에서 더 성장하고 교회 밖의 이웃을 돌보고 함께 나누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거든요.

 

교회 분쟁이나 갈등은 이렇게 교회 밖과 세상을 돌아볼 여유를 빼앗아 버리더라고요. 교회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잖아요. 그래서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목사와 성도가 각자의 역할을 잘해내고 공동체의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교회 자체 문제에 함몰되지 말고,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할 수 있도록 더 많이 고민하고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마지막으로 복상 독자들께 마무리 인사와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복음과상황’이라는 제호가 주는 힘이 크잖아요. 복음이 결코 우리 삶의 상황과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개혁연대가 하는 일도 딱 그런 것 같아요. ‘교회’라는 상황 가운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개혁연대의 이름으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참 귀한 시간이었고,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감당해야 할지 스스로도 정리해 볼 수 있어 참 뜻깊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복음과상황에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독자분들도 모두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최근 개혁연대도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재정적인 어려움은 모든 단체들의 문제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알기로는 개혁연대가 참으로 오랜만에 모금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척박한 교회 개혁 운동에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더 힘낼 수 있도록 복상 독자분들께서도 함께 작은 힘을 보태주시면 어떨까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서신(클릭)

진행 송지훈 성서한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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