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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김을 연습하다/김소람

작성자김수영1|작성시간26.06.06|조회수24 목록 댓글 1

 

자율 주행 연구를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하나님께서 내 인생도 자율 주행처럼 인도해 주신다면 어떨까?” 나는 전파 기반 레이더 센서를 연구하며, 카메라와 같은 다양한 인지 센서를 인공지능으로 융합해 물리적인 세상을 더 정확히 인식하는 기술을 다루고 있다. 자율 주행 시스템은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종합해 스스로 판단하고 위험을 피하며 목적지로 나아간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핸들을 붙잡고 싶어진다. 연구하며 깨닫게 된 것은, ‘맡김’이 기술에서도, 삶에서도 가장 어려운 단계라는 점이다. 내 인생 역시 하나님께 맡긴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내가 직접 핸들을 쥐고 싶어 한다.

 

대학원은 내가 핸들을 더 세게 붙잡게 만드는 곳이다. 이곳의 언어는 효율과 성과다. 얼마나 빠르게 결과를 내는지, 몇 편의 논문을 썼는지, 어느 학회에 채택되었는지가 나의 가치를 설명하는 기준처럼 작동한다. 연차는 쌓여 가는데 눈에 띄는 실적이 나오지 않을 때, 나는 불안하고 조급해졌다. 그러자 나는 더 계산하기 시작했다. 무엇에 시간을 써야 성과가 날지, 어디에 에너지를 쏟아야 효율이 좋을지 끊임없이 따져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실적을 보며 흔들렸고, 나보다 앞서가는 이들을 부러워했다. 때로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보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동시에 마음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억울함도 자리했다.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았다. 건강의 불편함까지 겹치자 그 억울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는 사람을, 그리고 나 자신을 ‘실적’이라는 잣대로 재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하나님께 맡기기보다, 내 가능성과 결과를 붙잡고 있었다. 맡긴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더 단단히 핸들을 움켜쥐고 있었다. 내가 다루는 데이터는 숫자였지만, 그 숫자에 따라 요동치는 내 마음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성과가 잘 나오면 안도했고, 실패하면 더 조급해졌다. 하나님께 맡긴 삶이라기보다, 성과에 의해 조종되는 삶에 가까웠다.

 

나의 대학원 생활은 종종 수영장에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물 위에서는 평온해 보이지만, 가라앉지 않기 위해 물속에서는 끊임없이 발장구를 치고 있는 모습이다. 매일 열심히 하루를 채워갔지만, 요령도 없고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어 낙담하던 시기에,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지냈지만, 속으로는 “멈추면 뒤처진다”라는 불안과 싸우고 있었다.

 

그 시기에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거의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 덕분에 조금씩 ‘물에 뜨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물에 뜨기 위해서는 더 세게 발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일부러 발장구를 멈추어 보았을 때, 몸이 가라앉는 대신 물이 나를 떠받쳐 주는 경험을 했다. 주님께 맡긴다는 것도 그와 닮아 있었다. 내가 더 애쓴다고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있던 힘을 조금 내려놓을 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박사과정 중인 지금의 나는, 이제 물 위에 떠 있을 힘은 조금 생긴 것 같다. 그러나 그만큼 감당해야 할 책임도 함께 늘어났다. 연차가 쌓이며 국책 과제를 맡고, 크고 작은 발표를 준비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모든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핸들을 꽉 붙잡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부담과 스트레스에 사로잡히고, 아직도 겨우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이리저리 휩쓸리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단지 떠 있는 데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헤엄치는 법’을 배우려 애쓴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그 연습이 쌓일 때, 언젠가는 주님 안에서 두려움 없이 앞으로 헤엄쳐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비로소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살아가야 할지 묻게 되었다. 캠퍼스에서 내가 배우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마음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바로 드러나지 않는 기도와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 정직함, 경쟁 대신 선택하는 배려는 세상의 기준으로는 작아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실패처럼 보이던 시간조차 헛되지 않게 사용하고 계심을 알게 되었다. 그 경험 속에서 나는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께 마음을 두는 연습을 하고 있다. 붙잡을 것을 아는 것만큼이나 내려놓을 것을 분별하는 일 역시 이 자리에서 배우고 있다. 모든 것을 쥐고 있을 수 없음을 인정할 때, 나는 다시 조용히 인생의 핸들을 주님의 손에 올려놓는다.

 

주님께 맡긴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책임을 더 분명히 인식하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 하나님께 핸들을 맡긴다는 것은 운전석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맡김은 무책임이 아니라 신뢰이고, 포기가 아니라 순종이다.

 

하나님께서 인생을 인도하신다는 믿음은 나를 두려움에서 건져낸다. 그러나 그 믿음이 나를 느슨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하나님이 하시겠지”라는 말로 게으름을 합리화하지 않기를, 맡긴다는 이유로 준비를 멈추지 않기를 스스로 경계한다. 맡김은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주님께 맞추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교회 안에서만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렇기에 학문을 붙들고, 그 자리에서 주님께서 나를 어떻게 사용하시길 원하시는지 묻는다.

 

나는 아직 완벽하게 핸들을 내려놓지 못한다. 여전히 조급해지고, 다시 붙잡고, 또다시 내려놓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의 인생을 가장 정확히 인도하실 분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완벽한 자율 주행은 아직 멀었지만, 인도하시는 분을 신뢰하며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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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송순영 | 작성시간 26.06.07 하나님께 맡기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하는데 쉽지 않네요ㅜ
    그럼에도 인도하시는 분을 신뢰하며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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