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인간의 융합. 인류는 영생의 문턱에 서 있다. ⓒGetty Images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을 거쳐 마침내 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류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변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실생활에서만이 아니라, 교육, 상업, 의료, 산업, 금융, 군사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철학자이자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인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1973- )은 2014년에 출간한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에서, ‘게임용 인공지능, 소음제거 알고리즘을 갖춘 보청기, 네비게이션 프로그램, 의학용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로봇 애완동물, 로봇 청소기, 인명구조로봇, 수술로봇 외 수많은 산업 로봇, 기계에 의한 번역, 안면 인식프로그램, 폭탄 제거 로봇, 감시용 또는 공격용 드론, 무인자동차, 자동화된 상담서비스, 이메일 통신 관리’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1), 2025년 현재 이런 활용은 이미 지나간 기술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입장을 취하는 다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 )은 그의 최근 저서,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The Singularity is Nearer)(2)에서, 2029년에는 AI가 인간 지능을 넘어선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2030년대에는 나노 기술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나노봇이 우리 몸속을 순찰하며 질병을 치료하고 노화과정을 되돌릴 것이고, 인간의 기대 수명이 매년 1년 이상씩 늘어나는 수명탈출속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2045년에는 특이점이 도래, 인간의 뇌가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과 직접 연결되어 지능이 수백만 배로 증폭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황당하게 들리지만, 인공지능은 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고, 인공지능이 예견하는 전망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초래할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경고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대부, 딥러닝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Geoffrey Hinton, 1947- )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으로 발전할 경우, 인류가 더 이상 AI를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을 가장 우려합니다. 그는 AI가 인간에게 해로운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를 막아라.’라는 목표를 주면, AI가 인류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자율 살상 무기(킬러 로봇)의 활용,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가 사회적 불신을 증폭시키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제프리 힌튼 외에도 이스라엘 역사학자이자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 )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문명의 종말 가능성을 제시하고,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1928- )도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이비 과학 또는 가짜 과학이라고 혹평합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은 이미 사회적 불평등 심화, 편향과 차별의 자동화, 정보 생태계 교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새로운 윤리적, 보안적 위협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여론 조작, 유해 콘텐츠 확산, 일자리 대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 프라이버시 침해와 보안위협 등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세계적 기업들이나 국제기구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습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들은 AI가 인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201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AI권고안’을, 2021년에는 유네스코(UNESCO)와 유럽연합(EU)이 ‘AI윤리권고’를 채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발표했습니다. 이 기준은 '인간성'을 최고 가치로 두고 인간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이라는 3대 기본원칙과 인권 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등 10대 핵심 요건을 제시하여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조할 수 있는 보편적 윤리 원칙을 마련했습니다.
가톨릭 교황청 생명학술원도 2020년,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위해 발전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AI 윤리를 위한 로마의 부름(Rome Call for AI Ethics)'이라는 윤리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이 원칙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와 환경을 보호하고 섬기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종교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정부의 동참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개신교 측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가 2023년, ‘규제되지 않은 인공지능 개발에 관한 성명’을 채택하여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AI가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특히 편향된 데이터로 인한 차별 심화, 감시 강화, 인간의 자율성 침해 등의 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기술이 인류 전체의 선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윤리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윤리적 문제와 신학적 도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혹은 교회차원에서 인공지능의 도전에 응전하는 목회자들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기독교학회는 지난 11월 8일, ‘인공지능과 기술시대 영성’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고 진지한 학제간 토론을 했다고 합니다.
▲ 창조주의 손이 아닌 기술의 손이 생명을 부여할 때,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Getty Images
교회 차원에서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위험성은 무엇보다 검증되지 않거나 편향된 신학 정보, 심지어 이단 교리가 포함된 데이터가 입력되거나, 그런 정보를 학습할 경우 잘못된 신앙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생산하고 유포하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신천지, 구원파 등 이른바 이단들의 교회 흔들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목회가 단지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영적 교감과 인격적인 관계가 필수적인데, 인공지능이 자칫 진정한 인간적 연결과 공동체성을 약화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영성 형성에 단순한 도구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서, 영성의식의 구조 자체를 재편한다는 것입니다. 예배당보다 플랫폼, 성서보다 알고리즘, 설교보다 숏폼 영상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신앙의 본질보다 신앙생활의 전시, 소비에 초점을 맞추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종교적 실천들이 온라인 플랫폼과 가상공간을 통해 재구성되고, 영성도 디지털화된 문화 속에서 소비되는 상품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영성이 자기개발이나 심리적 웰빙과 동의어로 이해되고, 결과적으로 기독교적 영성이 개인화된 경험의 영역으로 축소된다는 것이지요.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은 정체성과 영성, 신앙을 포함한 모든 관계가 소비주의적 취향으로 환원되는 현상을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3)의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현대인의 영적, 윤리적 삶이 개인적 선택과 소비 패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구조를 그렇게 개념화한 것이지요.
캐나다 출신의 철학자인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1931-)도 종교적 실천이 개인적 선택과 심리적 욕구 충족의 차원으로 축소되었다고 지적합니다.(4) 기독교 영성이 공동체적, 성례전적 현실에서 벗어나 개인화된 심리적 체험(Erleben)으로 전락하면, 기독교 영성은 개인화, 소비화, 탈맥락화, 가상화로 전락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기독교 영성은 성령의 현실적 역사와 교회의 공동체적 삶 속에서 구체화되는 사건입니다. 구체적인 사회적 책임성, 사건 없는 영성은 자기만족적인 종교체험에 불과합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목회현장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나, 목회 및 행정 업무의 효율화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성서연구, 신학교육의 보조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회의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신학지식과 성서, 교리 해석의 독점권 위에 세워진 교회 안의 위계적 질서가 민주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지요. 모든 지식이 개방되어있어서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와 교사의 역할이 단지 지식전달이 아니라, 올바르게 질문하고 지식을 삶과 연결시키는 안내자 역할로 전환되어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회질서가 세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현실이 될 도전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이 인류의 오랜 꿈인 '영생'을 현실의 문턱까지 끌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류의 정신적 기둥이었던 종교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됩니다. 만약 인간이 기술의 힘으로 죽음을 극복하게 된다면, 사후 세계와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며 죽음의 두려움을 위로해주던 종교는 과연 종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많은 미래학자와 사상가들은 기술이 죽음을 정복하는 순간, 종교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종교들은 천국, 극락, 윤회 등 다양한 사후 세계관을 통해 내세의 희망을 제시했지만, 만약 생물학적 죽음 자체가 사라진다면 이러한 약속은 의미를 잃게 됩니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인류가 기아, 질병, 전쟁에 이어 죽음까지 정복하려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신을 숭배하던 인간이 스스로 신과 같은 존재가 되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창세기 이야기에서 인간이 낙원에서 추방당한 것은 선악을 알게 하는 지식(이성)의 열매를 먹고 절반은 신이 된 인간이 생명나무 열매마저 먹고 온전히 신이 되려는 인간의 자기파괴적 욕망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자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인간이 스스로 생명의 열매를 만들어 영생의 길로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술 지상주의자들은 이미 새로운 형태의 믿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AI와 생명공학 기술이 인류를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믿으며, 이는 전통 종교의 ‘구원서사’를 대체하는 새로운 ‘테크노 종교(Techno-religion)’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종교는 초자연적인 존재 없이, 기술을 통해 지상에서 영생과 행복을 약속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한계 상황에 근거한 종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죽음과 사후 세계가 없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종교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미주
(1) 닉 보스트롬, 《슈퍼인텔리전스 – 경로, 위험, 전략》, 조성진 역, 까치, 2017, 41-47;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성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사상가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 부설 연구기관인 인류미래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2) 레이 커즈와일,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이충호 역, 비즈니스북스, 2025.
(3) 지그문트 바우만, 《액체근대》, 이일수 역, 강, 2009.
(4) 찰스 테일러, 《세속화와 현대 문명》, 김선욱 외 역, 철학과현실사, 2003, 398, 41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