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에세이]
진리와 사랑의 방파제: 무너진 창조 질서를 향한 목회적 고민
#1. 고통받는 언약의 가정과 목회적 돌봄
레즈비언 딸의 문제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호소하시는 권사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딸이 창조 본연의 여성성을 회복하고 언약적 가정을 이루어 믿음의 대를 이어가길 바라는 부모의 눈물 섞인 간구는 지극히 성경적인 갈망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먼저 붙드는 사실은, 그 딸 역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한 영혼(창 1:27)이며, 부모와 딸 모두가 동일하게 주님의 긍휼이 필요한 자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죄로 인해 전적으로 부패했음을 직시할 때, 이 과정은 단순한 설득을 넘어 성령의 거듭나게 하시는 역사(겔 36:26-27)를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단 상담에 준하는 치밀한 준비와 차분한 단계별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구하는 목표는 단지 한 가정의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딸과 부모가 함께 복음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하고 성령으로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2.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인본주의적 법안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을 단순히 정치적 성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법안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하나님이 정하신 성별의 정의(남성과 여성)를 부정하고 제3의 성을 규정하려 합니다.
이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다는 근본 진리(창 1:27; 마 19:4)에 대한 도전입니다. 성별의 결정권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있다는 주장은, 자녀를 기도로 양육해 온 부모의 양심과 신앙적 가치를 외면하는 독단이며, 신앙 양심만이 아니라 양심의 자유·종교의 자유라는 더 넓은 가치와도 충돌합니다.
#3. 보통 은혜(일반 은총)의 실천: 거룩한 방파제
오늘은 퀴어 축제에 맞서 거룩한 방파제 집회가 열린 날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오해하지만,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죄의 범람을 억제하사 사회의 부패를 막으시는 하나님의 보통 은혜(일반 은총)에 신앙 양심으로 협력하는 행위입니다.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저로서는 이 집회에 참여한 모든 이의 신앙 색깔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리를 수호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기꺼이 어깨를 나란히 했고, 결이 다른 분들을 굳이 정죄하거나 밀어내지 않았습니다.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시간을 내어 커피와 치킨을 챙겨 온 우리 교회 청년들 일부에게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또한 더운 날 퍼레이드까지 함께한 수많은 청년들과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목사님들의 자발적인 모습에서 진리를 향한 갈망을 보았습니다.
#4. 율법의 규범성과 진리 안의 사랑
퍼레이드까지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30분 넘도록 잠에 취했습니다.
이후 가족과 같이 저녁을 먹고, 잠시 산책을 갔다가 가정예배(가족경건회)를 드리며 십계명을 나누었습니다.
개혁주의 신학에서 율법은 구원받은 자의 삶을 인도하는 명확한 규범(제3용법)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거짓과 비진리를 또 하나의 다름으로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참된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고전 13:6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분명함은 사람을 향한 분노와 적개심과 미움이 아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말하는(엡 4:15) 분명함이어야 할 것입니다.
저 또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설 수 없는 죄인이었기 때문입니다(롬 3:23-24절). 누구를 향해서도 자기 의를 앞세울 자리는 없습니다. 진리는 굳게 붙들되, 사람은 온유한 심령으로 바로잡아야(갈 6:1) 하기에 오늘도 기도합니다.
#5. 이념보다 앞서는 가족,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선택
동성애자의 인권을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들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의 눈물을 보았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양쪽을 다 만났고, 두 입장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음을 압니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천륜보다 가족 바깥의 이념을 앞세워 가정을 해체하는 그 작동 방식은, 마치 신천지나 JMS 같은 이단 사이비가 가정을 갈라놓는 행태와 닮아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족의 고통을 외면한 채, 창조 질서를 허무는 법안을 강행하려는 흐름을, 그리스도인이 정치적으로 지지하기란 신앙적 모순일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6. 반대가 아니라, 복음의 소망으로
그러나 저의 마지막 자리는 반대가 아니라 소망입니다. 고린도 교회에도 이런 자들이 더러 있었으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고전 6:11절)고 성경은 증언합니다.
복음은 누구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정죄가 아니라 회복을 향하여, 하나님의 주권이 가정과 사회의 전 영역에 온전히 선포되기를 기도하며, 그 한 가정 곁에 오늘도 한 걸음씩 서 있기를 소망하며, 저의 수준에서의 최선을 다해가려 합니다. 질서와 존중과 대화와 인내의 수고를 통해서...
- 천한필 목사의 페이스북 글에서 가져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