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13
어르신!
저 왔어요.
핍박받고 사는 서러운 심정을
하소연하고 싶을 때는 어르신이 떠올라
이렇게 찾아 왔어요
좋은 이야기로 찾아 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해 죄송해요
엄치없지만 어르신께 일러바치고 가면
속이 후련해져요
한달 전 쯤이었을거에요
그날 따라 입맛이 고전적으로 되어
삶은 계란이 먹고 싶더라구요.
어릴 때 기차 타면 녹색 벨벳 좌석에 앉았죠
홍익회 아저씨들이 밀고 다니는
그걸 뭐라 하나?
먹을거리 실고 다니는 이동 매점 말이예요
거기서 엄마가 망에 든 삶은 계란을 사서
까 먹는데 부드러운 맛이 왜 그리 좋던지
먹어 없어져 가는 달걀이
아까워 속이 상했어요
또 제가 옛날 이야기하고 있네요
고질병인가봐요 후후
계란 삶은 이야기 한다는 것이 그만
냉장고에서 일곱알을 꺼내 가스불에 올려 놓고
백화점에 쇼핑할 것 있어서 외출하는 날이라
바삐 준비해서 나갔어요
계란이 가스 불 위에서 익어가다 타다가
재가되고 산화되는 것도 생각 못하구요
이 건망증을 어찌한데요
먹고 싶을때는 언제고 계란 생각은 까맣게 잊고
여유자적 널널하게 너댓 시간있다 돌아오니
거무틱틱하게 탁한 공기에다
연기가 자욱해 안개 낀 집이었어요
가스불 위에 달걀은 숯이 되고
남비는 복구불가~!
얼른 밖에 쓰레기통에 내다버려 증거인멸하고
시침떼면 쥐도 새도 모를 줄 알았죠!
때 마침 제가 독감 후유증으로
냄새 맡는 후각이 고장 나서
냄새를 도통 못 맡는다는 걸 생각 못 했죠.
대체 무슨 냄새가 나는 지는 모르지만
계란 탄 냄새겠지요?
그날부터 집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으로 저에게 눈치를 주는거에요.
치매노인대하 듯 하며
이러는 꾸지람에다.
엄동설한에 현관문. 베란다.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 젖히길래
냄새 모르는 저는 영문도 모른채.
추위에 오들 오들 떨며
문 닫으라고 외치다 ~!
잘못한사람이 큰 소리 친다고
몰염치한 사람으로 취급당하고요.
유치원생 조카녀석은 오더니 아예 코를 잡고 다니며
큰 엄마집에서 나가자고 떼를 써
망신을 주질않나.
우리애는 또 학원에서 수업중에 은밀한 목소리로
핸드폰을 해서 짚고 넘어가는거예요.
그러더니 99프로 냄새 제거해준다는 공기탈취제
스프레이를 사와서
날마다 집안에 푹푹 풍기며 다녀요 .
좀 냄새가 괴롭긴 괴로운 모양이더라구요.
집안에 들어올때마다 몇날 며칠을 찡그리는거예요.
그럴때마다 저는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보고서야
아참 ~!
냄새 나나 보구나...
겸연쩍게 웃기도 하고 모른체 하기도 하지만.
사실 저는 전혀 아무 냄새도 안나거든요.
집안은 하얀색 레이스 커텐이 하늘하늘~~
설거지 해놓아 엎어져 있는 정갈한 그릇들만 보이고.
멀쩡한데.......
왜 다 들 인상을 쓰고 다니는지 .....
모르니까
하루종일 냄새 투성이의 집안에 있는다 해도
둥글 둥글 행복하기만 하더라구요.
잠깐,어떤 종류의 냄새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내 모르는 것이 좋구나.
백치도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런 맑은 웃음을 꾸밈없이 웃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르신!
매사 너무 알려고 애쓰지 말라구요?
천하태평하라구요?
네 명심할께요
그런다고 내가 지금 병원에라도 가서
코 치료해 냄새나게 한다 한들
그 고행의 냄새 맡아서 무엇하겠어요?
모르는게 약이지요.
편하기만하고.
어르신!
세상사도 모르는게 약이고 알면 병인게 많은듯해요.
덕분에 위로 받고 돌아갑니다.
건망증 때문에 핍박 받는것은 별수없이 감수해야지요
그러면 나오시지 마시고 안녕히 계세요.....
아차차!!! ~내 목도리 두고 갈뻔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