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커피
그윽한 커피향
커피 좋아하세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오미가 같이
섞여 돌아가는 커피 맛은
무엇이 연상되세요?
우리 마음과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세월이 가져다 주는
나이를 한겹 두겹 입었으면
마음도 두툼하게 깊어져서
가볍게 훨훨 비워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잘 되지 않는게 인생사더군요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더라도
쓴맛 조차 뱉지 못하고 삼켜야 하는
도리어 품고 가는 우리들의 삶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찾아
한박자 쉬어 갑니다
커피가 우리 마음을 닮았으니까요
어릴적에 엄마는
태어날 때 부터 어른이었고
할머니는 애초부터
할머니인 줄 알았어요
아가 걸음마 하다 차츰
할머니가 되는거라는걸
나중에는 알게 되었는데도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분들의 가슴은 깊이를 알수 없는
우물속처럼 깊어 보였으며
알수 없는 비밀과
또 다른 폭 넓은 세상를 간직한듯 했지요
의문이라서 물으면
늘 시원스레 말씀 하시지 않고
대답해 주시다 말끝을 흐리셨어요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서
하염없이 넋을 잃고 생각에 잠기던
어른의 쓸쓸한 뒷모습
그분의 영문을 모르는 짜증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으니
어른들의 세상이 답답하기만 했어요
담배를 끼고 사시던 파란 대문집 할머니가
한숨 쉬듯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면
폐부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연기가
곰 삭은 슬픔같이 느껴졌어요
작고 어렸던 나는 어른들 세상이
커다란 미로 같았는데
이제는 알수 있는 어른들 마음
어느덧 나도 닮아가는
그때 그분들의 몸짓들
아이들은 몰라도 되는
차마 알려주고 싶지 않은
어른들 세상에 내가 와 있었네요
한참 즐겨하던 뜨개질
엉킨 실타래는
한쪽 귀퉁이를 풀려고 하면
다른쪽이 엉키고 엉키고
내 마음도 같이 엉키고 말았어요
엉킨 실타래만 매달려 풀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은데
죽도록 애를 태우며
남은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면 안되겠지요?
좋은 것만 해도 아까운 시간들인데
커피와 경쾌한 음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감사한것 세어보며
단순하게 살라며
밀림처럼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풀리는 건 아니라고 하네요
깨물고 싶은 복숭아 같은 아기 볼
든든한 그의 어깨
내 피자 만드는 솜씨
생선 조림 맛
싱싱한 초록 화초에 맺힌 물방울
이렇듯 잔잔한 일상으로 삶을 채우고 싶어요
훗날 만기 된 통장에 '미움' 이라는
기록은 덜 있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풀리지 않은 어려움이
한 켠에 도사리고 있다 해도
어리석게 헤메고 다니는
내가 아니었으면 해요
커다란 머그 컵에
뜨거운 커피 가득 담아
향과 함께 음미하며 마시면
사르르 풀릴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