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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신문-독후감

240번째:시마 타케히로 만화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21.05.02

작성자원진호|작성시간21.05.17|조회수70 목록 댓글 0

 

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시마 타케히로 만화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

 

 이 책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일본의 순례길 시코쿠헨로를 걸어 본 만화가가 낸 작품이다. 시코쿠는 일본 열도 4개 섬 중 가장 작은 섬이다. 1,200년 전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 홍법대사(774~835, 코보 쿠사이)가 이 섬 둘레길을 걸으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이후 사람들이 대사의 발걸음을 쫓아 순례에 나서게 되었단다. 길이는 장장 1,200 km. 순례는 섬 둘레에 퍼져 있는 88개의 절을 일주하며 참배하는 여정으로 이루어 진다. 총 4개 현을 지나가게 된다. 첫번째 절은 도쿠시마현의 료렌지절이고, 마지막은 가가와현의 오쿠보지절이다. 순례자들은 평균 하루 30km를 걸으며 대략 한달 간 걷게 된다.

 책에는 두 명의 순례자가 나온다. 한 사람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40대 만화가. 그는 우연히 사람을 죽인 어느 50대 만화가가 시코쿠헨로길에 숨어들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왜 그는 도망자 신분으로 헨로길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40대 만화가는 이러한 궁금증을 갖고 50대 만화가를 만나기 위해 헨로길에 나서게 된다. 다른 한 사람은 30대 초반의 미혼여성.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지 일 년이 될 때, 그 녀의 할머니가 그 녀에게 헨로길을 다녀 오면 일년 간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 자격을 준다는 말을 듣는다. 이들은 노숙을 하며 화장실 안에서 자기도 하고, 지역 주민의 호의로 민박을 하기도 하며 걷는다.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같은 순례자들과 길동무가 되기도 한다. 각 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순례길에 나서지만 헨로길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직업헨로라고 해서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탁발을 하며 장기 거주하는 경우도 있고, 적당히 사기치고 등치며 지내는 족속도 있다. 물론 젊은 여성을 노리는 성추행범이나 동성 남자를 노리는 게이도 있다. 직업헨로들인 경우를 비단 나쁘게만 볼 수 없다. 어느 사회든 그런 사람은 있고 여기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다른 곳에 가도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헨로길이 그들을 받아주고 챙겨준다면 홍국대사의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주민도 있다.

 

순례자 만화가

 자 그러면 두 주인공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만화가 친구는 종착지에 도착 후 대성통곡을 한다. 드디어 해냈다~뭐 이런 감격일까? 도착 직전 그는 만나 보고 싶었던 만화가를 만난다. 그가 이차저차,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눈 후 주인공에게 한마디 던진다. "타인의 평가로 인해 붓을 꺽을지 말지 고민하는 그 시점에서 이미 너에게 예술가로서의 혼은 없다." 그리고 당장 만화를 때려치라고 하며 광기 어린 말을 쏟아낸다. "붓이 됐든 날붙이가 됐든 견딜 수 없는 충동을 분출해 눈앞에 내던지는 그 쾌락이야말로 표현이다!" 주인공은 광기 은둔자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아본다. 왜 나는 만화를 그만 두겠다고 하면서 그만 두지 못하는 걸까? 저 위에 뭐가 있다는 희망에 줄을 잡고 오르려 하지만 그 줄엔 꼬챙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이 너무 힘들어 줄을 놓아 버리는 순간, 희망은 사라지고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고민도 고통‘도 결국 자기 자신의 주관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결국 현재의 고통과 좌절을 벗어난다 해도 또 다른 고통은 몰려올 것이다. 그렇다면 만화가는 순례길에서 어떤 큰 깨달음을 얻었을까? 그는 헨로길에서 삶에 어떤 결론을 얻지 못했다. 그는 일상의 삶을 살 것이고 세월이 흐르면 헨로길에서 얻은 감각을 잊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처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정신적 체력은 갖추게 될 것이다.

 

순례자 30대 여성

 30대 미혼 여성에게 나이는 켐플렉스다. 친구들은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잘 살아간다. 사회생활도 잘 적응해 나간다. 난? 다른 사람의 친절이 싫었다. 도덕과 정의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사회에서 스스로 부조리해지는 것이 싫었다. 그렇게 오다꾸 비슷하게 된 건데 막상 헨로길을 걷다 보니 하루도 남의 도움 없이 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난 한달 내가 이렇게 걸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 덕분임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까? 잘 모르겠다. 분명 지금까지 와는 다른 답을 찾겠지. 일단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돌아가 편히 쉬고 싶다.....

 

도행이지성

어찌 보면 인생은 걷기다. 위 두 사람도 순례길에 들어서기 전에도 걸었고, 순례가 끝난 뒤에도 걸어야 할 길이 놓여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뭔가를 얻고 깨닫고 또한 세상을 향해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면서 갈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고단한 순례길에 서 있는 것도 좋지만 사실 집 밖을 나가면 다 나의 순례길이 아니던가. 매일 출근하는 대천천변길이 나에게 소망과 희망과 성찰과 반성을 주지 않던가! 각 자 길을 걸으며 뭔가를 이룰지 다시 한 번 점검하는 마음으로 두 순례자의 길을 같이 해 봤다.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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