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레베카 솔닛 지음 『이 폐허를 응시하라』
재난이 일어나면?
5월 23일 아프리카 콩고 민주공화국에 있는 니라공고화산이 폭발하여 지금까지 32명의 인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용암은 2백만 명이 살고 있는 인근 대도시 고마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용암의 녹아내리는 모습과 주민들의 탈출 러쉬를 보여주고 망연자실한 주민들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지금도 규모 4급의 지진과 여진이 계속되고,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가 발화되어 불이 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절망적인 이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무정부상태에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을까? 아니면 자발적인 시민 자치와 구호를 펼치고 있을까?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고, 경찰과 군대는 시민의 안전과 치안 유지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잘 하고 있을까? 언론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로는 알 수 없다. 그저 자연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만 보여줄 뿐. 그러나 사실과 진실은 그 너머에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이러한 모든 재난을 결국 이겨낼 것이다.
이 책은 재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두 양상을 다룬다. 또한 정부와 경찰, 군대가 재난에 대처하는 태도와 주민들의 자발적인 구호와 자치의 모습을 대비해 재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저자는 1906년 샌츠란시스코 대지진, 1917년 핼리팩스의 대폭발과 멕시코시티 대지진, 2001년 9.11 테러를 분석한다. 그 사이에 런던 대공습과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1995년 시카고 혹서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을 다룬다. 재난이 닥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약탈과 방화, 살인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공공기관이 파괴되고 식료품 쟁탈전이 벌어질까? 아니면 이웃들과 연대해서 생존자를 구조하고 고아들을 챙기고 먹을 것을 서로 나눠주고 할까? 답은 ‘둘 다 맞다’이다. 저자는 후자의 긍정적인 면을 본다. 그리고 분석한다. 왜 그런지. 저자의 핵심 주장은 ‘사람은 보는 것만 보고 믿는 바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에 근거해서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부서진 가게에 들어가서 식료품을 가지고 나왔다고 하자, 이 사람은 폭도인가 아닌가? 엘리트 패닉에 빠진 권력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기에 이 사람을 적대적으로 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사람이 어차피 전기가 나가 상한 음식이 될 것이 뻔한 식료품을 가지고 나온 것이고, 주변의 사람들과 이를 나눠 먹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재난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유토피아적 양상이 있음을 주장한다. 사실 우리는 미디어 영상에서 부서진 건물 더미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특수 구조 수색팀의 활약을 본다. 그러나 그 전에 수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이웃의 생명을 구해내고 있었을 것이다. 9.11 테러에서 살아남은 소방관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영웅적으로 묘사되는 것에 부담감을 갖는다고 한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걸어 나왔다는 것을 미디어는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통제되지 않은 채 건물에 들어간 다수의 소방관이 안타깝게 희생을 당했다. 저자는 당국이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주민들을 통제하고 주민들의 자발성을 억누를 때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결론은 재난이 발생하면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그 지역을 누구보다 아는 주민들과 공권력이 합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코로나19
일전에 코로나백신 예방접종을 위한 민관군 합동 회의에 의료계 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코로나19는 재난적 사태이며 우리들도 시에서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말을 했다. 재난은 기존 사회 시스템이 감당 못하고 붕괴될 정도의 위기상황을 말한다. 코로나19가 그러한 정도는 아니지만 시민들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여러 지침과 당부를 시민들에게 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은 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마스크 대란에서는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신을 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조할 줄 알며, 가족을 돌보고 이웃을 챙겼다. 천마스크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하고 스스로 위생에 철저 했다. 백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과 지역 사회의 집단 면역을 위해 맞기를 선택하고 있기도 하다. 사건과 사태가 발생하면 지역 주민의 시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무등산
6월 6일 현충일에 광주 무등산을 다녀왔다. 오전 10시에 사이렌이 광주시 전역에 울려 퍼졌다. 1100미터 고지인 산에서 듣는 그 소리가 의미심장했다. 조그만 마을이 아니라 대도시에 울려 퍼지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광주는 또한 5월 항쟁의 도시였다. 두 기념일의 공통점은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국민과 시민들이 들고 일어 선 것이라 믿는다. 전쟁과 폭압의 상태에서 광주 시민들은 대동의 세상을 만들려 노력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저자는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는 시민들의 유토피아를 주목하자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해낼 것이라 믿고 싶다. 재난의 긍정적인 면을 볼 때, 재난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책 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