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존 주디스 지음 『포퓰리즘의 세계화』
선거 때마다 혹은 복지정책에 대한 논의가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용어가 ‘포퓰리즘‘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각종 이슈에도 포퓰리즘이란 용어가 결합되어 각종 매체의 헤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맥락적으로는 이 용어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충 알고 넘어가기에는 포퓰리즘의 행태가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왜 퍼지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의 현상을 기술한 책들이 많이 있지만 <포퓰리즘의 세계화>는 영미권 유력 매체로부터 포퓰리즘 현상에 관한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가이드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정치사회 분야 전문 저술가 ’존 주디스‘이다. 그는 포퓰리즘이 단지 지나가는 현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제 우리나라 역시 이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더욱이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요즘 정치적 이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포퓰리즘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
존 주디스는 포퓰리즘의 정의를 시도하지 않는다. 이것을 과학 용어처럼 정의하려는 시도 자체를 실수라고 생각한다. ’포퓰리스트‘로 불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정당들이 서로 간에 유사성은 있지만 배타적인 특징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저자는 좌익 포퓰리스트와 우익 포퓰리스트의 차이를 구분한다. 좌익 포퓰리스트는 엘리트나 기득권층에 맞서는 국민을 위해 싸운다. 우익 포퓰리스트 역시 엘리트에 맞서는 국민을 위해 싸우지만 여기에 제3그룹을 등장시킨다. 이민자, 이슬람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과격분자 등과 같은 제3그룹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동조한다. 더 면밀히 보자면 포퓰리즘의 지지층은 블루칼라 노동자, 가게 주인, 학자금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학생, 빈곤층, 중산층 등 단일한 지지층으로 이루어지 않고 다양하다. 또한 기득권층의 범위도 다양한 범위에 이른다. 그러므로 ’국민‘과 ’엘리트‘라는 지시 대상도 포퓰리즘을 정의하지 못한다. 어쨌든 포퓰리스트들은 엘리트나 기득권층에 대항하도록 국민들을 결집시킨다. 하지만 국민과 기득권층 간의 충돌을 비집고 들어오는 포퓰리스트 운동은 야당일 때 번창하지만, 정부에 참여하게 되면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다는 것이 문제다.
포퓰리즘의 특징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포퓰리즘의 특징은 이것이 종종 정치 위기의 적신호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포퓰리스트 운동은 오로지 특정 상황에서만 발생하고 성공했다. 이 특별한 상황이란 지배 정치 규범과 국민들의 희망, 두려움, 관심사가 서로 충돌한다고 여기는 시기다. 포퓰리스트는 이런 방치된 문제들을 정치라는 틀 안에 넣어 국민이 엘리트에 대항하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정당들이 이민을 지지했을 때, 그 결과로 유권자들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분개를 낳았다. 포퓰리스트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국민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적인 경기 대침체를 낳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지지했던 신자유주의의 정책에 치명타를 입혔다. 그 결과 국민들의 불안과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은 커져갔다. 이때 포퓰리스트는 유권자들의 불안과 불만을 효과적으로 드러냈으며 자신들이 활약하는 계기로 삼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포퓰리즘의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포퓰리즘의 발흥과 그 이후의 흐름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포퓰리즘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현재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논의가 ’기본소득‘에 관한 것이다. 좌는 좌대로 우는 우대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이 논쟁을 대두시킨 가장 큰 원인은 장기화된 팬데믹 사태일 것이다. 서민들에게 먹고사는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다. 국민들은 미래가 불안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은 더욱 앞날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우리나라 역시 저 성장의 골이 깊어질수록 사회적 통합은 어려워지고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포퓰리즘의 물결은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포퓰리스트의 등장이 지배적인 정치 이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이자, 표준적인 세계관이 고장 났다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문제가 시대적 과제인지 포퓰리즘의 전형인지 현명하게 생각해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팬데믹 사태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새로운 슈퍼리치를 만들어 낼 것이고 부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올 포퓰리스트에 대한 표면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이것이 정치 위기의 적신호임을 감지하고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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