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皮)
내 추한 등이 허물을 벗는다.
얼룩진 자욱 위에는 칠월 하순의 햇빛이 내려와 헐떡이고
검푸른 산의 나무는 신음 없이
여름을 수도자의 자세로 맞이하고 있는데
무슨 논리로 이 탈피를 설명할 것인가
연륜같이 윤동주의 사랑이 자랄지라도
시인이 천대받는 곳에서는
다시 벗을 허물조차 부끄러워지는 까닭에
어찌 고개 숙여 작열하는 태양을
발가벗고 검게 타는 등으로 맞이하랴
내 추한 육신이 다시 허물을 벗기 전에
차라리 좀스런 마음으로 의사의 지시에 순종을 할 것인가
아아! 버러지보다 못한 육신이 여름 내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만한 자학뿐인가
저 불타는 태양이 자유라면
검게 타 허물 벗는 등이 자랑스러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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