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년 2월 세종이 죽자 문종은 8년의 섭정을 끝내고 마침내 왕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원래 병약했던 그는 세자 시절의 업무 과중으로 건강이 심하게 악화된 상태였다. 즉위 후에는 병세가 더 심해져 재위 기간의 대부분을 병상에서 보내야 했다.
문종은
1414년(태종 14년)에 세종과 소헌왕후의 맏아들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향, 자는 휘지였다. 8세 되던 해인 1421년에 왕세자에
책봉되었으며, 29세 되던 해인 1442년부터 세종을 대신해 섭정을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해 학자를 가까이했으며, 측우기 제작에 직접 참여했을 정도로 천문, 역수 및 산술에 뛰어났고, 서예에도 능했다. 또한
성격이 유순하고 자상하여 누구에게나 호평을 받았으며, 거동이 침착하고 판단이 신중하여 남에게 비난을 받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착하고
어질기만 하여 문약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8년
동안의 섭정에 이은 즉위였기에 문종 시대의 정치는 세종 후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문종이 즉위하면서 왕권은 세종 대에 비해 다소
위축되었다. 그것은 세종이 집권기 절반을 병석에 누워 있었고 또한 후반기에 세자에 의한 섭정이 계속되었기에 수양, 안평 등 다른 왕자들의 세력이
비대해져 있었던 탓이었다. 왕자들의 세력이 심상치 않게 조성되자 언관들의 종친들에 대한 탄핵이 잦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문종 집권기 내내
종친과 언관들 사이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문종은 언관의 언론에 관대한 정치를 펴 이 시대의 언관들의 언론은 정치 전반에걸쳐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척불언론은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세종
말기에 세종과 왕실에 의해 이루어진 호불정책에 의해 각종 불교 행사가 행해졌고 궁에 내불당이 조성되는 등 불교 융성 정책이 활발했지만, 유신들은
이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종이 즉위하자 유학 중심의 언관들은 왕실의 불교적 경향을 불식하고 유교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며, 이는 대부분 문종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이렇듯
언관의 언론이 활성화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종은 언로를 더 넓히는 정책을 폈다.
그래서 6품 이상의 신하들에 대해서는 윤대(돌아가면서 왕을 만나는 것)를 허락해 벼슬이 낮은 신하들의 말에 대해서도
경청했다.
이와
같이 관대한 정책을 기본 통치 방향으로 설정한 문종은 우선적으로 '동국병감', '고려사', '고려사절요', '대학연의주석' 등을 편찬하게 했다.
이는 곧 문종이 역사와 병법을 정리해 사회 기반을 정착시키고 제도를 확립하려 했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등을 정리한
것은 단순한 전 왕조의 역사를 정리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정치, 제도, 문화의 정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종은 세자 시절부터 진법을 편찬하는 등 군정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동국병감'의 편찬은 병법의 정비와 군정의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 그는 즉위 초에 스스로 군제 개혁안을 마련해 총 12사로 분리돼 있던 군제를 5사로 집약시키고, 군제상의 세세한 부분들을 개선,
보완하기도 했다.
문종은
이렇듯 유연함과 강함을 곁들인 정책을 실시했으나, 건강 악화로 재위 2년 3개월 만에
3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야만 했다. 이때가 1452년 5월이었다.
문종은
어린 나이에 세자에 책봉되었기에 일찍 혼인했다. 그래서 첫 번째 빈궁으로 김씨, 두
번째로 봉씨가 있었으나 둘 다 과실이 있어 폐위되었다. 순빈 봉씨가 폐출되자 당시 양원에 진봉되어 있던 권전의 딸이 세자빈으로 정해졌는데 그녀가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 권씨다.
현덕왕후
권씨는 1441년 세자빈 시절에 단종을 낳고 3일 만에 죽었는데, 그녀의 원혼이 수양대군이
왕권을 찬탈한 후에 궁중에 나타나 그의 가족들을 괴롭혔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래서
세조의 큰아들 덕종이 그녀의 원혼에 시달려 죽었으며, 세조 역시 꿈에서 그녀가 뱉은 침 때문에 피부병에 걸려 고생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문종은
3명의 부인에게서 1남 2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현덕왕후 권씨에게서 단종과 경혜공주를, 사측 양씨에게서 경숙옹주를 얻었다. 그의 능은 현릉으로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있으며, 현덕왕후도 이곳에 함께 묻혀 있다.
조선의
제5대 왕인 문종은, 1414년에 태어나 1452년에 세상을 떴다. 재위 기간은 1450년 2월부터
1452년 5월까지로 2년 3개월간이다. 아래에 문종의 가계도를 약술한다.
문종은
세종과 소헌왕후의 장남으로 조선의 제5대 왕이 되었으며, 부인 3명에게서 1남 2녀의 자녀를 두었다. 현덕왕후 권씨 사이에서 조선의 제6대 왕인
단종과 경혜공주 등 1남 1녀를 두었으며, 귀인 홍씨에게서는 자녀를 얻지 못했고, 사측 양씨에게서 1녀 경숙옹주를
두었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지은이 : 박영규, 들녁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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