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국인의 삶 속엔 떡이 있었다
한때 한국인은 인생의 모든 고비마다 떡을 달고 다녔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심지어
죽어서도 한국인의 삶 속에는 언제나 떡이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는 속담도 그 사정을 알고 보면, 떡만 있으면 조상신령에게 제사를 지낼 수 있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그래서 경사든지, 애사든지 한국인의 집단적인 의례에서 떡은 빠지지 않고 장만되었다.
떡은 곡식가루를 찌거나 삶아
익힌 음식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동아시아 사람들은 밥과 함께 떡을 즐겨 먹어왔다. 그러나 한국인만큼 인생의 마디마디마다
떡을 통해서 그 상징성을 담아낸 경우는 드물다.
10 살까지 생일상에는 백설기와 수수팥떡이......
가령 예전에는 태어난 날로부터 백일이 되면 그만한 경사가 없었다. 그만큼 유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산신(産神)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차려서 아기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이 산신상에 놓았던 음식은 산모만이 먹었다.
그 다음에 아기를 위해 백일상을 차렸다. 이 백일상에서 가장 핵심은 떡이다. 보통 백일떡으로는 백설기와 수수팥떡, 그리고 송편이 장만되었다. 이들 떡은 모두 일정하게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백설기는 그 외형이 흰색이기 때문에 아기가 평생동안 순수하고 맑게 자라기를 이 떡을 통해 기원했다. 또 백설기를 상에 올린
후 백 사람이 나누어 먹으면 아기의 수명이 길어진다고 믿었다. 수수팥떡은 부정을 막고 혹 아기에 끼여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살을 제거하는
의미에서 백일상에 반드시 올려졌다.
백일상에 오르는 송편은 속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을 것 두 가지를 장만했다. 속이 찬 것은 인생의
속이 차라는 뜻이고, 속이 빈 것은 인생의 뜻이 넓어라는 의미에서 만들어 주었다. 간혹 인절미를 백일상에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 아기가 인절미의 재료인
찹쌀처럼 차지고 단단한 몸을 유지하기를 기원한 데서 마련되었다.
백일이 생명의 지속을 의미한다면 돌은 비로소 사회의 한 일원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아기를 `돌잡이'로 하여 돌상에 올린 물건을 잡게 하여 장래를 점쳐보는 풍속이 있었다. 돌상에는 백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백설기, 수수팥떡, 각색편, 인절미, 송편 등을 올렸다. 특히 돌이 되면 아기가 걸을 수 있기 때문에 돌잡이로 하여금 돌떡을 이웃에
돌리게 하는 풍속이 있었다. 돌떡을 받은 집에서는 돌떡을 담아온 그릇을 씻지 않고 그 그릇에다 물건이나 돈을 답례로 대신 주었다.
돌이 지나서도 매년 맞이하는 생일에는 미역국과 함께 떡을 해 먹었다. 열 살이 되기 전까지는 반드시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해주는
풍속이 있었다. 이렇게 매년 생일상을 차리기를 만 60년이 되면 회갑을 맞이한다. 회갑은 인생을 훌륭히 살아온 의미도 지니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산 사람의 위치에서 죽은 사람의 자리로 가는 과도기적 과정이기도 하다. 회갑에 오르는 음식 중에서도 떡이 일정한 자리를 차지한다. 각색편,
절편, 인절미 등을 높게 쌓아 담고 그 위에 주악, 화전, 단자와 같은 떡으로 장식을 한다. 이렇게 떡을 높이 쌓아 올리는 이유는 그날의 의미를
더욱 축하하기 위해서다.
통과의례마다 함께 했던 각종
떡들
남녀가 혼례를 하는 과정에서도 떡은 빠지지 않는다. 신랑집에서 혼인을
청하는 사주단자와 청혼서가 담긴 함이 신부집에 들어오면 신부집에서는 혼인이 무사히 성사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팥시루떡을 시루채 대청에 놓고 그
위에 함을 올려놓도록 한다.
혼례를 치르고 신랑집으로 신행을 떠날 때 신부집에서는 이바지 음식을 목판이나 대나무 동고리에 담아
보낸다. 이때 각색경단을 마련하여 신랑집에 보내는 데 경단은 대추와 같이 다복(多福)과 다산(多産)을 의미했다. 아울러 경단은 긴 시간에도 쉬
상하기 않기 때문에 이바지 떡으로 적당했을 것이다.
사람이 죽어 조상신령이 되면 또 다시 매년 돌아가신 날 떡도 함께 차려진
제사상을 받게 된다. 보통 유교식 제사에는 설기떡을 올리지 않고 녹두백편, 제피팥백편, 흑임자백편 등을 올린다. 이것을 편틀에 포개어 괴고 주악
단자 등을 그 위에 얹는다. 특히 제사상에 오르는 제기의 모양이 두(목 칠기 제기)와 변(대나무로 만든 제기)으로 통일되면서 둥글고 길쭉했던
떡이 네모 모양으로 변했다. 그래서 시루떡은 시루에서 쪄낸 떡을 한 장 썰기로 하여 편 틀에 맞추었다.
기제사와 달리 설날
차례상에는 떡국이 올랐다. 떡메로 매우 친 떡을 손으로 모양을 만든 가래떡을 썰어서 이것으로 만든 떡국은 새해 아침에 조상신령에게 바치는 으뜸
제물이었다. 추석 차례상에는 메(밥)와 함께 송편이 올랐다. 각색 송편이 햇곡식이 났음을 조산신령에게 알리는 구실을 했다. 또 음력 시월은
상월(上月)로 여겨져서 선산에 올라 햇곡식으로 고사떡을 만들어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렇듯이 죽어 조상신령이 되어서도 때마다 떡을 제물로
받았으니, 한국인의 일생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떡과 함께 이어졌다.글 : 주영하
(세종대교수)
언어속에 녹아 있는 [떡]의 의미들
한국어 어휘 중 떡만큼 맛이 오묘한 말도 드물다. 종류만큼이나 뜻도 가지가지다. 곡식가루를 찌거나, 찐것을 치거나
빚어 만든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떡이지만 쓰임새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이다.
"일주일간 안감았더니 머리가 떡이 됐다" 고 할 때 떡은 한데 뭉쳐
잘 펴지지 않는 머리카락을 가리키고, "떡 주무르듯
한다" 면 자기마음대로 좌지우지 한다는 뜻이다. "떡을 친다" 는 넘칠 정도로 양이 충분하다는 뜻이지만 남녀의
교합(交合) 을 속되게 일컫는 말도 된다. "떡이 되도록 술을
마셨다" 면 인사불성의 만취상태까지 갔다는 소리다. 그런가 하면 떡은 마약의 은어로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 의미가 다양한 만큼 떡에 얽힌 속담도 많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는 우연히 운 좋은
기회에 하려던 일을 해치울 때 쓰는 속담이다. "떡 본 김에
굿한다" 는 속담도 있다. 매일 먹는 밥과 달리 떡은 별식이다. 그래서
"밥 먹는 배 따로 있고, 떡 먹는 배 따로 있다" 는 속담이 있고, "떡 주고 뺨
맞는다" 느니, "떡
달라는데 돌 준다" 는 등 세상 인심의 야박함을 빗댄 속담도 있다. "떡 해먹을 세상" 이니
"떡 해먹을 집안"
이라는 욕설도 있다.
'무슨 무슨 게이트' 무슨 무슨 풍 이니 뭐니 해서 요즘처럼 뒤숭숭하고 궂은 일만 계속 일어나는 세상이나 되는 일이
없는 집안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떡을 해놓고 고사라도 지내야 할 정도로 풀리는 게 없다는 의미다.
떡은 절기에 맞춰 먹는
대표적인 절식(節食) 이다.
설날 가래떡.대보름 약식.한식 쑥떡.단오 수리취편.유두 증편.칠석 백설기.추석 송편.상달 시루떡 등
우리 조상들은 명절과 절기에 맞춰 갖가지 떡을 만들어 먹었다. 떡의 미덕은 나누는 것이어서 생일떡이든 고사떡이든 이사떡이든 떡을 하면 으레
이웃과 나눠 먹었다.
이웃집에서 떡방아 소리가 들리면 김칫국부터 마신다 해서 전혀 탓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남의
떡으로 설을 쇤다" 는 말까지 생겼다. 설이나 추석에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수당이나 보너스를 흔히 떡값이라고 한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명절날 떡은 해먹어야 한다는 뜻을 은연 중 내포하고 있다.
세태를 반영한 탓인지 명절에 맞춰 쏘는 소액의 뇌물이나 공사판
담합입찰 사례비로 의미가 타락하긴 했지만 떡값 자체는 나눔의 미덕을 상징하는 좋은 말이다.
떡의 종류에 따른 의미
1.설날: 흰떡국 -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
2.정월 대보름: 재앙과 액을 막는 날이다. 약 식 - 까마귀의 은혜를 길이 생각
3.입춘절식: 입춘채, 오신반
4.중화절: 송편 - 상전이 노비에게 송편을 나이수대로 해먹이고 새해농사를 시작하는데 수고해 달라는
대접
5.삼월 삼짇날: 진달래화전 - 집안의 우환을 없애고 소원 성취를 비는 신제
6.한식: 쑥 떡 - 조상님께 먼저 올린 다음,
식구들끼리 나누어 먹으며 봄의 향취를 만끽
7.곡우절: 개피떡, 장미화전, 환병과 산병 등
8.초파일: 느티떡 - 석가 탄신일을
경축, 그 외 증편
9.단오: 수리취절편, 쑥 인절미
10.유두: 흰떡수단, 유두편, 상화병
밀전병 - 더위를 잊기 위함 액막이를 한다. 논에 나가 용신께 풍년을 기원
11.칠석: 증편- 술로 반죽하여
발효시킨 것으로 무더위에도 잘 변하지 않는다.
주악- 기름에 튀긴 떡으로 쉽게 상하지 않는다.
12.백중절: 석탄병
13.추석: 송편, 인절미- 햅쌀로
조상께 감사
14.중양절: 국화전, 밤떡
15.상달: 시루떡 (붉은 팥고물), 애단자, 밀단자 등 - 당산제와 고사 등에 쓰여
풍파를 없애고 건강을 기원
16.팥죽: 팥 죽 - 성스럽지 못한 것을 제거
17.납월: 골무떡 - 천지만물의 산령에게 은덕을 갚는
의미
18.섣달그믐: 온시루떡 등
백설기 : 깨끗하고 병이 없으며 백이라는 숫자의 의미. 즉 완전함을
뜻한다.
수수팥떡 : 오만잡귀를 물리쳐 액을 면하라는 의미.
인절미 : 마음과 육체가 찰떡같이 하나로 붙어 있으라는
의미.
찰떡처럼 부부금실이 귀착되라는 의미
오색송편 : 오행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속에 있는 고물처럼 꽉 차고,
감싸고 있는
떡같이 넓은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 만물의 조화.
절편 : 흰색, 쑥색은 부부간의 조화를 의미
송편 : 부부의 가정에 속이 꽉 차고
넓은 마음으로 화합하라는 의미
화전주악 : 아름다움, 고상함. 품위
기주증편 : 무병, 탈없음을 기원
찰깨끼 : 세상의 모든
좋은 일을 포함한다는 의미
봉채떡 : 부부의 금실 및 화목, 액막이
달떡 : 보름달처럼 밝게 비추이고 둥글게 채우며 잘 살도록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