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에 이은 티베트의 2인자 '뺀첸라마'
티베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중에 1989년 10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14대 달라이라마 '땐진 갸초'(1935년~)모습입니다. 그런데, 17세기에 5대 달라이라마께서 티베트를 재통일하면서 종교에 이어 정치까지 관장하게 된 이후 티베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달라이라마에 이어 두번째 서열에 있던 뺀첸 라마(=판첸라마, 대학승, Panchen Lama)라는 분입니다.
뺀첸라마는 달라이라마와 같은 '겔룩파' 법맥을 따르는 승려로서 5대 달라이라마께서 스승 '롭상 최끼 걜첸'(1569~1662) 의 전생자를 찾도록 명령했던 것에서 부터 역대 뺀첸라마의 환생 계보가 시작되었습니다.
달라이라마와 뺀첸라마는 이후 각자 환생을 반복하면서 달라이라마가 어릴 때는 뺀첸라마가 스승이 되고 뺀첸라마가 어릴 때는 달라이라마가 스승이 되는 관계를 계속 맺어 왔으나 티베트의 최고 권위자는 달라이 라마였고 시까쩨 지역을 중심으로 절대 힘을 갖었던 뺀첸라마는 두번째 서열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납치된 10대 뺀첸라마의 환생자, '겐뒨 최끼 니마'
1989년 1월, 10대 뺀첸라마가 시까쩨에서 행사가 있은 후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고 난 이후 뒤를 이을 환생자를 찾았고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14대 달라이라마는 1989년 4월 25일에 태어난 한 어린 소년이 10대 뺀첸라마의 환생자가 맞다고 1995년 3월 14일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10대 뺀첸라마 부인과 딸
중국 침략 후에도 티베트에 남아 민족을 위해 봉사를 했던 10대 뺀첸라마는 1962년 중국 정부의 실정을 고발하여 실각을 하고 이듬해 부터 약 9년 8개월에 걸친 감금생활을 했으며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나 중국측의 협박과 회유로 승려 서약을 포기하고 중국인 '리제'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외동딸을 두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뺀첸라마는 티베트 문화 보존을 위해 힘을 썼으며 1989년 1월 28일, 시까쩨에 있는 그의 사원 '따씨훈뽀'에서 행사를 주관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숨을 거뒀다. 일부에서는 당시 행사에서도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기 때문에 암살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설득력있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14대 달라이라마는 그를 '진정한 용기있는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14대 달라이라마의 뜻과는 반대로 3월 17일 어린 환생자를 납치하여 가족들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하였으며 당시 환생자를 찾는데 관여한 승려들은 처벌 하였습니다. 납치 구금된 소년은 당시 6살 나이에 불과했으며 세계 최연소 정치범이였습니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 정부를 생각하면 소름끼칠 뿐입니다.
납치된 11대 뺀첸 라마
사라진 환생자의 나이가 올해 24살이 되네요. 납치된 6살 이후의 모습은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살아 있다라는 소문이 반가울뿐입니다. 지금도 많은 티베트인들이 뺀첸라마의 신변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10대 뺀첸라마께서 티베트 민족을 위해 망명을 마다하고 그 땅에 남아 동포들을 위해 봉사하셨던 것처럼 11대 뺀첸라마도 자비로운 모습으로 티베트인들과 함께 할 날을 학수고대합니다.
2012년 3월 3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11기 5차회의에 참석한 가짜 뺀첸라마
중국, 같은 지역에서 태어난 소년을 가짜 뺀첸라마로 앉히다.
중국 정부는 자기들 뜻대로 움직여 줄 꼭두각시가 필요했습니다. 이왕이면 일반인 보다는 티베트 사회에서 존경받는 고위 승려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던 중국은 10대 뺀첸라마의 어린 환생자를 납치하고 대신 1990년생 '갤첸 노르부'를 11대 뺀첸라마라고 내세웁니다. 가짜 뺀첸라마는 진짜환생자와 같은 고향인 티베트 북부 나취지역 '하리종' 출신으로 공산당원인 티베트인 부모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서 당시 5살이였습니다.
가짜 뺀첸라마는 어릴 때 북경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역대 뺀첸라마가 머물던 시까쩨'따씨휜뽀'사원에서 머물지 않고 주로 북경에 있는 티베트 불교 사원에 머물다가 중국 정부가 필요하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2000년 극적으로 인도 망명에 성공한 '까규파'의 수장 '17대 까르마빠'처럼, 감금되어 있는 11대 뺀첸라마도 어느 날 중국을 탈출했다라는 빅뉴스가 터지는 것을 상상해봅니다.
몇일 후 3월 17일이면 11대 뺀첸라마가 납치된지 17년이 되는 날입니다. 티베트가 자유를 되찾아 조국에서 흩어진 티베트인들이 하나가 될때까지 부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