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불교의 전통에서는 스승의 존재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단순히 유명하다고 해서 덜컥 스승으로 모시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으며 모신 스승에 대한 티벳인들의 자세는 남다릅니다.
티벳인들의 염주 사용법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우리 불교에서는 염불할 때 가운데
모주(母珠)를 넘기나 티벳 불교에서는 구루(또는 수미산) 염주알이라고 해서 넘어가지 않고
다시 되돌려 염주알을 굴리며 기도한다.
염주 양쪽 줄은 염주를 돌린 숫자를 세기 위한 도구로서
전체 한 바퀴를 돌린 후 한쪽의 은색 알을 위로 올리고 10개를 모두 올린 후에는
다른 한 쪽 줄에 있는 은색 알을 올린다.
스승이 갖춰야 하는 자격과 그런 스승을 따르는 제자가 갖춰야 할 부분에 '티베트 밀교의 명상법'에 나온 내용을 소개드립니다.
1. 스승의 자격
먼저, 스승의 자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제자를 지도할 스승은 먼저 자기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합니다. 제자를 바르게 인도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인 스승 자신이 계율을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戒, 계)
(2) 스승은 여러가지 명상에 숙달해야 합니다.(定, 정)
(3) 스승은 바른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慧, 혜)
(4) 스승은 경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것은 계 정 혜 삼학에 익숙한 것입니다.
(5) 스승은 삼학을 닦아서 생긴 공덕과 함께 구전을 많이 전수 받는 공덕을 충분히 갖춰야 합니다.
(6) 스승은 진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은 주로 특별한 혜학의 법무아(法無我)를 이해는 것입니다.
(※ 법무아 : 대승에서는 무아를 인무아와 법무아로 나누어 설한다. 인무아란 인간은 다섯 가지 구성 요소(五蘊, 오온)가 임시로 모인 존재이므로 거기에는 '나(我, 아)'라는 영원불멸의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고, 법무아는 그런 오온이나 일체의 존재는 다른 것과 독립하여 그것만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 우디야나 출신의 대 밀교행사 빠드마삼바바(=구루린포체). 아래 두 사람은 싼타락시타(왼쪽)와 티베트 왕 티쏭데첸이다. 8세기 불 법 승을 갖춘 최초의 티베트 불교 사원 쌈애사를 건립한 구루린뽀체는 티베트 민중에 널리 존숭되고 있다.
이런 여섯 가지 자격은 스승이 스스로 갖춰야 할 공덕입니다.
다음에 말하는, 다른 것에 대한 공덕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모든 존재의 고통을 물로 씻어 버리거나 손으로 치워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자신의 깨달음도 다른 존재에게 옮겨줄 수도 없다. 단지 법성(法性)을 드러내어 해탈틀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줄 뿐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이에게 보리도를 바르게 가르쳐 줄 수 있을 뿐이고, 그의 죄를 제거해 줄 수는 없습니다.
(※법성 : 있는 그래도 진실한 존재의 본성을 말한다. 불교의 진리를 나타낸 용어의 하나로, 진여( 眞如)·실상( 實相)·법계( 法界)·공성(空性)등과 동의어다.)
(7) 스승은 설법이 능숙해야 합니다. 설법이 능숙하다는 것은 제자를 이끄는 수단이 훌륭하며, 가
르침의 의미를 제자에게 바르게 전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말입니다.
(8) 스승은 자비심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비는 법을 설하는 동기가 바른 것이고, 상대
의 태도에 관계없이 자비심을 일으켜 가르침을 설하는 것입니다.
(9) 스승은 스스로 정진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진은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
데, 단순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를 가르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0) 스승은 피곤해 하지 않고, 지칠 줄 몰라야 합니다. 피곤한 줄 모른다는 것은 몇 번이고 반복해
서 가르치더라도 피곤하지 않는 것이고, 가르침을 설하는 고행을 참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윤회와 소승적 열반에서 해방을 실현한 스승은, 수행자의 궁극적인 목표인 무상정등각의 근본이므로 스승을 따르려 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알고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소승적 열반 : 모든 존재의 구제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이 고통이 충만한 윤회세계에서 해탈하여 무고안의 열반세계에 들어간 것.)
그리고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도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은 이런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아무나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른 계율을 받아서 지키는 등 열 가지 자격을 갖춘 사람을 스승으로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완전한 자격을 갖춘 스승을 찾지 못한 경우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언을 만족하는 스승을 찾아야 한다고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1) 바른 계율을 받아서 지키고 있는 사람
(2) 이전의 스승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고, 삼매야계를 어진 적이 없는 사람
(3) 스승의 구전 전승을 받은 사람
(4) 제자를 현생뿐만 아니라 내생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옛날 스승들의 말씀에도, 최소한 현생보다도 내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내생보다 현생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스승이 아닙니다. 샤루와는 제자의 수행완성을 기뻐하고 재물의 많고 적음에는 구애되지 않는 사람이 스승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제자의 깨달음을 위한 스승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샤루와 : 티베트어 문법에 관한 설명서를 지었다고 알려진 학승. 아주 장수하여 1384년에 태어나서 1564년 이후까지 살았다고 전해진다.)
2.의지할 수 없는 스승의 과실
다음으로 스승에게 어울리지 않는 조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자비가 없는 것. 큰 연민심으로 모든 존재를 고통의 원인에서 해방시키려는 마음이 없다면 대승불교의 스승으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2) 화를 내는 것. 강하고 큰 분노가 있을 때 화를 내게 되는데, 이런 사람은 스승으로서 어울리지 않습니다.
(3) 폭력적인 것. 몸이나 말로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기를 좋아하거나 혹은 강한 증오심이 있으면 폭력적인데, 이런 이도 스승의 자격이 없습니다.
(4) 오만한 것. 자신의 공덕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많다고 생각하며 정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5) 욕심이 많은 것. 무엇이든 강하게 집착하는 자는 스승으로서 어울리지 않습니다.
(6) 스스로 타락한 것. 기본적인 계·정·혜 삼학을 배우지도 않고 게으름 피우며 계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7) 자신의 일을 자랑하는 것. 자신의 별 볼일 없는 적은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과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바른 스승은 이런 여럭 가지 과실에서 떠난 사람입니다. 요즈음처럼 타락한 시대에는 허물에서 떠나 모든 공덕을 갖추 '금강아사리'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티베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 요즈음처럼 타락한 시대 : 모든 존재의 수명이 짧고, 번뇌가 심하고, 사성적으로 저열한 것 등 다섯 가지 열악한 조건이 갖춰진 시대로 '아탁악세'라고도 한다.)
현재는 투쟁견고의 시대이므로 스승에게는 과실과 공덕이 함께 섞여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은 없으므로, 훌륭한 공덕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고 믿고 따르도록 한다.
이와 같이 과실과 공덕이 모두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공덕이 더 많은 사람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모든 공덕을 다 갖춘 사람은 매두 드물기 때문에 공덕이 절반만 있는 스승이라도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예전의 스승들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까담파의 많은 가르침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스승은 현생과 내생 중에 최소한 내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불법과 세간 중에 불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이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 단지 말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내 생과 그 후를 생각하고 진지하게 수행에 힘쓰며, 그런 진지한 마음이 부처님의 바른 법에 근거하고 있는 사람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밀교에서 스승의 자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 완전한 관정을 받고 삼매야계와 일반 계율을 온전히 지키는 것
(2) 스승들의 구전전승의 실천을 보고 성취를 얻으며, 열 가지 공덕을 갖추고, 관정 의례에 능숙한 것.
(3) 제자에게 관정을 주기 전에 수행을 하여, 본존으로 부터 관정을 주어도 좋다는 허가를 받든가 혹은 허가를 받지 못해도 금지되지 않는 것.
이런 세 가지 조건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길을 잘못 든 스승을 만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손상시키고, 현생과 내생을 모두 함께 그르치는 것입니다. 일체의 공덕을 쌓기 위해 스승을 잘못 선택하지 않고, 바르게 가르치고 이끌어 줄 자격을 갖춘 스승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여 바른 스승을 찾아 생각과 행동으로 바르게 믿고 따른 다면, 그 공덕과 이익이 무량하다고 경전에서 말씀합니다.
가운데 쫑카빠 대사(1357-1419)는 티베트 불교 최대 종파인 겔룩빠를 창시한 인물로서 당시 티베트 불교 개혁을 이끈 역사상 최고의 고승 중에 한 명이다.
3.제자의 자격
다음으로 제자가 갖추어야 하는 세 가지 자격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1) 첫째로, 성실해야 합니다. 성실한 것은 치우침이 없는 것입니다. 치우친 생각이 있으면, 그에 따라 행동 이 극단으로 칟닫게 되고 다른 이의 공덕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편견이나 치우친 생각이 있으면 마음이 괴로워져서 평정을 얻지 못합니다. 치우친 생각이 있으면 자기가 하는 방식 에 집착하고, 다른 이의 방식에는 화를 냅니다. 자신의 마음을 잘 관찰하여 치우친 생각이 있으면 곧바로 버려야 합니다.
(2) 좋은 가르침과 나쁜 가르침을 분별하는 지혜가 없으면 가르침을 받을 그릇이 되지 못하므로,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3) 가르침에 대한 흥미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존경과 신뢰를 더해서 다섯 가지 자격을 말하기도 하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가르침에 대해 깊은 흥미가 있는 것
(2) 가르침을 들을 때 가르침을 설하는 사람을 신뢰하는 것.
(3) 가르침과 가르침을 설하는 사람을 크게 존경하는 것.
(4) 나쁜 가르침을 버리고 좋으 가르침을 따르는 것.
(5) 지혜가 있고, 성실한 것.
'지혜가 있는 것'은 네 번째 자격에 대해 어울리는 조건이고, '성실한 것'은 네 번째의 자격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조건인 게으름과 진실하지 않음을 없애는 것입니다. 제자는 자신이 스승에게 인도 받을 자격을 갖추었는지 아닌지를 잘 살펴보고, 갖추었다면 그것을 기뻐하고, 갖추지 않았다면 내생에라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현교의 전통에서 제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이고, 밀교의 수행자는 이런 기본 자격에 더 뛰어난 특징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 조금 설명하겠습니다. 경전에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습니다.
선행과 명상을 좋아하고 항상 스승을 존경하고 본존을 공양하는, 이런 공덕을 가진 자가 제자이다.
또는 이런 가르침도 있습니다.
제자에게 어떤 공덕이 있으면 요가 탄트라의 그릇이 될 수 있는가? 믿음이 있고 스승을 존경하며, 나쁜 분별을 완전히 버리고, 구전 전승을 잘 듣고, 모든 존재를 구제하는 마음으로 항상 바르게 노력하는 그런 자는 신앙이 깊은 좋은 제자이다.
요컨대, 가르침을 많이 듣는 것, 현생의 일만 생각하는 나쁜 분별에서 떠나는 것, 다른 존재를 고통에서 구하겠다는 자비심과 보리심을 일으키고 그리고 본존과 스승의 가르침에 의심없이 견고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일경에는
(※대일경 : 부똔(Bu-ston)의 4분법(四分法)에서는 행(行) 탄트라로 분류되는 중기 밀교를 대표하는 성전. 내용은 금강법계궁에 주하는 비로자나불(대일여래)이 집금강비밀주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여래의 지혜[일체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와 그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설명한 것. 이론편의 주심품(住心品)에서는 일체지지의 획득에는 '보리심을 인(因)ㅇ로 하고, 대비를 근본으로 하며, 방편을 구경(究竟)으로 하는 것. 더욱이 '보리란 여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이라는 경 전체의 근간이 되는 가르침이 설해져 있다. 이어서 구연품(具緣品)이하의 실천편에서는 태장만다라를 그리는 방법과 관정의례, 진언, 호마, 각종 관법 등의 기본적인 밀교 실천이 상세하게 설해져 있고, 아사리와 제자의 자격에 대해서도 설해져 있다.)
제자가 믿음이 있고, 수행을 잘하고, 삼보를 믿고 지혜가 깊고, 커다란 기쁨으로 계율을 잘 지키는 것. 인욕하며 인색하지 않는 것.
또는
청정한 제자는 삼보에 귀의하고 스승을 따르고, 경을 잘 외우고, 보시를 하고, 진언 등을 보시하는 것으로 성스러운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이 된다.
라고 합니다. 이것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청정한 제자'는 원보리심과 행보리심의 두 가지 보리심을 일으키는 사람입니다. '삼보에 귀의한다'는 것은 밀교의 특별한 귀의를 말합니다. '스승을 따른다'는 것은, 스승 모시는 법을 바르게 이해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진언 등을 보시한다'는 것은 관정을 주는 순서를 확실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자격이나 조건은 모두 완전히 갖추어야 할 내용이지만, 요즈음처럼 혼탁한 시대에 그런 공덕을 모두 갖출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자격이나 조건을 온전히 갖추는 원인이 되는 공덕을 쌓으면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스승과 제자 양쪽이 자격을 각각 갖추고 있는지 잘 조사해야 합니다. 만약 곧바로 알 수 없을 경우에는 12년간에 걸쳐 조사해야 한다고 티베트에서는 말합니다. 법문을 잘하거나, 지위가 높다건, 유명하다는 것만으로 스승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스승이 제자를 둘 경우에도 자신의 가르침을 듣는 자라면 누구에게라도 가르침을 설하거나 제자로 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는 모든 성스러운 스승들께서 늘 경계하신 것입니다.
★ 출처 : 티베트 밀교의 명상법 (소남 갈첸 곤다 지음·석혜능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