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주벌판에서 온 개장수들의 남쵸 여행" 오늘은 티베트 3대 성호(聖湖) 중 하나인 남쵸(納木錯)를 다녀오는 날이다. 왕복 500km, 하루 종일 달려야 하는 긴 여정이지만, 모두들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어제 저녁 가이드가 호텔 측에 부탁해 아침 식사를 평소보다 일찍 준비해두었다. 7시 반, 식당 문이 열리자마자 일행들이 하나둘 내려왔다. 어제의 피로가 가셨는지 다들 표정이 밝다. 든든히 먹고 곧장 출발했다. 한 시간 반쯤 달려 중간 휴게소에 도착했다. 고도가 4천 미터를 넘어서니 바람이 매섭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으, 춥다!”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결국 한 분이 모자를 사기 시작하더니, domino처럼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우리 일행 전원이 개털모자를 하나씩 쓰고 있었다. 거울을 보며 다들 폭소—“이거 뭐야, 완전 만주벌판 개장수 일행이잖아!” 사진을 찍을 때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다시 버스에 올라 구불구불한 고원 도로를 따라 나건라(5190m) 고개를 넘는다. 고갯마루에 도착했지만 거센 칼바람이 얼굴을 때려 사진 한 장만 겨우 찍고 서둘러 차로 돌아왔다. 산 아래로 조금 내려오자 드디어 남쵸 풍경구 입구가 나타났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셔틀버스로 갈아타 약 30분. 드디어 짜시섬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남쵸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호수는 그 하늘을 그대로 비추며 은빛으로 반짝였다. 몇 년 만에 보는 완벽한 날씨라 가이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호수 맞은편으로는 만년설로 뒤덮인 낸칭탕구라봉(念青唐古拉峰, 해발 7,162m) 이 웅장하게 서 있었다. 바람에 하얀 구름이 흩날리며 그 자태를 감싸는데, 신비롭기 그지없다. 티베트 전설에 따르면 낸칭탕구라신은 바로 남쵸 여신의 남편이다. 두 존재는 부부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티베트 사람들은 남쵸를 ‘여신의 호수’라 부르고, 낸칭탕구라를 ‘호수를 지키는 신령한 수호신’이라 부른다. 눈부신 햇살 아래 마주 선 산과 호수는 정말로 부부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일행들은 각자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호숫가를 배경으로, 야크를 타고, 또는 서로 장난을 치며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개털모자 일행이 만들어낸 풍경은 정말 ‘그림 같은’ 한 장면이었다. 약 한 시간 동안 호숫가에서 마음껏 놀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풍경구 입구로 돌아왔다. 라싸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지는 햇살이 산맥 사이로 길게 드리웠다. 하루 종일 달리고, 웃고, 찬 바람을 맞은 덕분에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