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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카스 여행 13 ] 붉은 인장에 새긴 길: 신장이 내어준 '통제의 미학' 변경출입증

작성자마실정회동|작성시간26.06.20|조회수66 목록 댓글 0

실크로드의 서쪽 끝,

대륙의 숨결이 머무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여행하는 길은 언제나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동반한다.

우루무치의 현대적인 거리나 카스(Kashgar)의 오래된 골목까지는 무비자 시행으로 여권만 있어도 가닿을 수 있지만,

파미르 고원의 만년설이나 타지키스탄, 파키스탄과 맞닿은 국경의 요새로 향할 때면 여행자는 완전히 새로운 문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변경출입증(边防证, Border Permit)'이라는 낯선 종이 한 장이다.

그토록 갈망하던 고원으로 향하는 길은 역시나 쉽게 열리지 않았다.

가이드 경광 씨가 사력을 다해 서둘렀지만,

카스 이민국 창구에 도착했을 때 야속하게도 시계 바늘은 이미 공안들의 퇴근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리는데, 사무실을 나온 여직원은 경광 씨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새

로 생긴 변경증 발급 사무소'로 가보라고 합니다."

어쩌겠는가. 실망스럽지만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악기를 테마로 한 기념관 한쪽에 마련된 간이 사무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책상 두 개 위에 컴퓨터가 달랑 놓인 작은 공간, 그리고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직원들.

하지만 기대는 이내 당혹감으로 변했다.

새로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직원들은 외국인 여권과 신청서류를 앞에 두고 서툰 손짓으로 매뉴얼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여기서 발급이 안 되나…?"

"시스템 입력은 어떻게 하는 거지?"

 

지켜보는 정적 속에서 흐르는 시간은 유독 길고 무거웠다.

일행 중 일부에서는 결국 불평 섞인 지청구도 흘러나왔다.

좁은 사무실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일행을 잠시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마침 갑자기 몰려온 여행객들을 반색하며 상인들이 서둘러 화덕에 불을 붙이고 난(Naan)을 구울 준비를 시작했다.

덕분에 예기치 않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사무소 직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청천벽력 같았다.

업무 미숙으로 인한 시스템 오류인지, 혹은 권한 문제인지,

결국 이곳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니 '다시 카스의 이민국으로 돌아가 처리를 마쳐야 한다'는 요지의 통보였다.

어제 간발의 차로 발급에 실패했던 그 원점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이방인의 마음은 아득해졌다.

 

"새로 구운 난을 한 개씩 선물하겠습니다"라고 외쳤던 나의

호기로운 외침은 영원히 지킬 수 없는 공약이 되어버렸고,

씁쓸하게 돌아서는 우리 일행을 바라보던 난 굽는 이들의 황당한 표정도 못내 안스러웠다.

 

다시 카스 이민국으로 되돌아가는 차 안, 창밖의 황량한 풍경이 어쩐지 한층 더 쓸쓸해 보였다.

행정의 착오와 미숙함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신장의 변방이 아니던가.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 앞에서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인내하는 것뿐이었다.

 

다시 마주한 카스 이민국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다행히 본청의 노련한 공안들은 가이드 경광 씨의 조금은 톤이 높아진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문제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더니, 놀랍도록 신속하게 마침내 굳게 닫혔던 시스템의 문이 열렸다.

시행착오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손에 쥔 변경출입증.

작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돌고 돌아 다시 받아 든 그 장에는 길 위의 피로와 간절함이 붉은 인장보다 더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이 낯선 땅을 여행한다는 것은,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불편함과 마주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새로 생긴 사무소 직원들의 서툰 눈빛, 다시 차를 돌려야 했던 허탈함,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이민국에서의 재발급 과정까지.

이 모든 소란스러운 여정은 결국 파미르 고원의 만년설로 향하는 길을 더욱 극적이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신장이 내어준 또 하나의 '통제의 미학'일지도 모른다.

 

마실 정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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