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파미르고원 종주기
* ‘파미르 매듭(Pamir Knot)’
파미르는 사실 평균고도와 면적상으로 티베트고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징 높은 고원으로 인식되면서 ‘세계의 지붕’이란 영광스런 호칭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매듭’이란 호칭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파미르는 산맥이라 부르지 않고 파미르고원(Pamir Plateau) 또는 ‘파미르매듭이라 불리고 있다. 여기서 매듭의 의미는 보다 함축적이다. 동서양의 분수령이라는 뜻도 있지만, 세계의 대산맥이 모두 파미르에서 갈라져 나가기에 지형적으로도 세상의 중심이란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과 티베트고원이 근대 삼각측량법에 의한 측량결과에 따라 ‘최고’라는 제 자리를 찾기 이전에는 수 천년 동안 지도상으로 미지의 공백상태에 있었던 반면 파미르는 기원전부터 동서양을 잇는 대동맥이었던 실크로드의 필수적인 경유지였기에 동서양 양쪽으로부터, 일찍부터 ‘세계의 지붕’으로 각인되어 내려온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파미르의 범위를 근대 중국자료는 8개 권역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현대 지리학에서는 현 타지키스탄의 동부인 고르노바닥샨주에 위치한 ‘대, 소 파미르(Great, Little Pamir)’로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천산산맥의 중서부인 신장자치구의 이리(伊犁), 온숙(溫宿) 사이의 능산(凌山)과 쿤제랍 일대의 카라코람산맥과 히말라야 일부까지도 파미르고원으로 포함시켜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국가별 구분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타지키즈스탄, 키르기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의 5개국에 걸쳐 있는 실로 광범위한 면적에 해당된다.
▼ 파미르고원 등고선도
▼ 파미르 동남부의 카라코람산계의, 세계 2봉인 K2봉의 웅자
실제로, 지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아시아의 중앙부에 갈색으로 표시되어 우뚝 솟아있는 고원지대가 바로 파미르고원인데, 여기서부터 천산[Tien Shan], 곤륜[Kunlun Shan], 히말라야, 힌두쿠시(Hindukusch) 그리고 8천미터급의 연봉을 5개나 거느린 카라코람(Karakorum)산맥 등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특히 일반적으로는 히말라야산맥으로 분류하는, 카라코람 산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봉(8,611m)과 역시 8천m급의 가셔브룸 연봉(Gasherbrum) 등이 솟아 있다. 그 중 히말라야 연봉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히며 또한 등반성공률이 가장 낮고 등반희생자를 가장 많이 낸 악명이 높은 산인 K2봉에 얽힌 일화는 유명하다.
‘k2’라는 이름은 1,856년 영국의 측량장교인 몽고메리 대위가 새로 발견한 무명봉들을 카라코람의 이니셜인 k1, k2, k3이라는 방법으로 일련번호를 부치는 과정에서 븉였다가 후에 이 산들의 높이가 범상치 않음을 확인한 영국이 새로운 이름을 모색하다가 영국의 탐험가인 고드윈오스턴산(Godwin Austen) 등으로 명명하였으나, 세계산악계는 여전히 k2라고 부르기를 즐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은 원래 ‘초고리(Chogo Ri)’라는 티베트어 원명이 있음에도 불고하고 개명을 한 강대국의 횡포에 해당되는 경우로 원래 ‘쪼모랑마’라는 원명이 있음에도 불고하고 영국 측량국장의 이름인 에베레스트로 부르고 있는 예와 함께 다시 원명을 찾아주어야 할 일이라 하겠다.
한편 타지키스탄 동남부의 자치주인 고르노바다흐샨주에 속하는 원(原)파미르에도 이스마일소모니봉(7,495m), 레닌봉(7,165m), 코르체네프스키봉(7,105m)이 솟아 있는데, 이들의 이름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구 러시아 시절에는 스탈린봉으로, 코뮤니즘(사회주의봉)으로 불렸었기 때문이다. 한편 파미르의 동쪽 중국의 신장자치구 쪽에는 무즈타그아타(7,646m·Muztagh Ata)와 콘구루(7,719m·Kongur) 등이 솟아 있는데, 이들 산맥과 산맥 사이에는 끝없는 광야가 펼쳐져 있고 높은 봉우리에는 만년설이 쌓여있고 그 사이로 거대한 빙하가 수 만년의 시간 속에서 흘러내리며 간간히, 보석같이 아름다운 카리클(Kala-kul) 호수 같은 빙하호를 만들어 내고 있다.
▼ 무즈타그 아타봉과 카라쿨호수
대부분 식물한계선 위에 있는 파미르고원은 어찌 보면 너무나 황량하여 일체의 생명체가 살 것 같지 않아 보여도 희귀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학계에 보고되고 있는데, 늑대, 설치류, 산까마귀류, 독수리, 불곰, 흰표범 그리고 고대 암각화의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마르코폴로 영양도 서식하고 있으며 전설에는 '거대한 설인'까지 설산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한다. 바로 만년설과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생명수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 마르코폴로 영양의 임각화
* 하늘도로 ‘카라코람 하이웨이(KKHy)
그러나 날개가진 새들을 제외한 동물들의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런 파미르고원을 비행기를 타고 낮게 날면서 내려다보면 산맥의 말 잔등 같은 고개 사이로 한 가닥 실낱같은 도로가 뱀처럼 굽이치며 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인간들이 만든 인공적인 도로들이다. 유독 인간이란 유별스런 동물만은 어렵게 길을 만들면서까지 하면서 이 신들의 경지를 넘나들었던 것이다.
바로 실크로드라고 불렀던 고대 통상로, 구법로 등이 그것들인데, 이 길들은 파미르고원 주위 여러 나라들의 부침에 따라 수많은 지류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되풀이 했다.
그 수많은 지류들 중에서 현재 물동량이 많은 도로는 두 곳을 꼽을 수 있다. 말하자면 ‘신 실크로드’의r 동맥인 셈인데, 둘다 국제간 도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하나는 키르기즈스탄의 오쉬(Osh)에서 대 파마르고원을 횡단하여 고르노바닥샨주(GBAO)의 중심지 호로그(Khorog)를 경유하여 타지크의 수도 두산베(Dushanbe)에 이르는 장장 728km의 일명 '파마르하이웨이(PHy)’로 약칭 ‘M41번’ 도로로 불린다. 20세기 초 한 때 중앙아시아 전체를 잠식하려던 구러시아 시절의 작품으로 지금도 그 높고 넓은 도로 곳곳에 당시의 상징물인 러시아제 탱크의 잔해들이 뒹굴면서 그들의 못다 이룬 제국의 꿈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도로의 중간중간에서 우리는 옛 구법승들의 체취를 맡을 수 있기에. 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또 하나의 길로 걸음을 재촉하기로 한다.
▼ 파미르고원 조감도
▼ 파미르히이웨이 이정표./ 키르기즈의 종점 오쉬까지 정장 728km이다
‘카라코람 하이웨이(K.K.Hy)’는 현재 파키스탄의 서북부의 길깃트(Gilgit) 에서 파미르 고원의 분수령인 쿤제랍(Khunjera, 4,730m, #9-5) 고개를 넘어 중국 관할 하에 있는 옛 총령진인 타쉬쿠르간(Tashkurgan)에 걸쳐 있는 410km의 유명한 산악도로로 파키스탄의 국경도시 쏘스트(Sost)에서 카슈가르까지 국제버스가 다니는 루트이다. 카라코람이란 단어는 '검은 자갈'이란 뜻으로 이곳의 지형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도로는 1960년에 양국 간의 협정에 의해 30년간의 난공사 끝에 개통되어 1984년부터 외국 관광객에게도 열려 이런 코스를 좋아하는 오지 마니아들을 부르고 있지만 그러나 이름이 ‘하이웨이’라고 해서 우리의 고속도로를 연상하면 안 된다. 그냥 글짜 그대로 ‘높은 하늘길’일 뿐이니, 가볍게 덤벼들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그리고 카라코람산맥을 넘는 고개이름이 쿤제랍이라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졸저 부록의 <파미르를 넘는 횡단도>의 카라코람고개(#9-6)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두 길은 전통적인 실크로드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그냥 ‘신 실크로드’일 뿐이다.
▼ kkh를 달리는 국제버스가 출발 전이다
▼ 카슈가르 국제버스 시간표 / 맨위에 파키스탄 소스트 가는 시간표가 보인다.
▼ 쿤제랍고개의 중국측 경계비
▼ 파키스탄 경계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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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tourlee여행달인 작성시간 13.09.22 수고많으셨습니다~!.본문중에"10세기한때중앙아시아전체를잠식하려던구러시아"는 "20세기한때"가아닐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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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다정/김규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9.28 좋은 지적/ 20세기의 오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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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동해의 푸른/ 이상기 작성시간 13.09.23 KKH... 가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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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케엑 작성시간 13.09.28 답사기가 자세하여.....마음만으로도 벌써 다녀 온 것 같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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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광혜의하루 작성시간 14.02.16 저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드네요, 멋진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