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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박필상

작성자박필상|작성시간26.06.17|조회수140 목록 댓글 0

지하철/박필상

출퇴근 시간이면
언제나 지하철은
콩나물 꽉찬 시루
아비규환 생지옥철
모르는 사람들 끼리
깍지 끼워 실어간다

진땀을 쏙 빼도록
뒤섞어 흔들다가
턱까지 숨이 차고
사지가 늘어져야
비로소 만족을 한 듯
울컥울컥 쏟아낸다

몽롱한 의식 속에
어둠을 빠져나와
기진한 걸음으로
층계를 올라가면
일상의 단단한 밧줄
나를 묶어 사라진다

[평론] 정형의 브레이크와
포스트휴먼의 실존

김태균(평론가,시조시인)

■비인간 사물의 물질성
과 도시 메커니즘 <박필상
의 지하철 >
최근 비평 담론의 주류로
부상한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은 사물,
인공물, 그리고 거대한 도
시의 인프라 시스템이 결
코 죽어 있는 수동적 배경
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들은 나름의 물질적
에너지와 능동적인 힘을
발휘하며 인간 주체의 행
위를 제약하고 재촉하는
강력한 행위자 네트워크
를 형성한다. 박필상의
<지하철>은 이러한
거대한 기계-도시시스템
의 물질성 속에서 사물화
되고 규격화되어 가는
인간 신체의 풍경을
날것 그대로 포착해
낸다.

진땀을 쏙 빼도록/뒤섞어
흔들다가/턱까지 숨이
차고 사지가 늘어져야/
비로소 만족을 한 듯/
울컥울컥 쏟아 낸다/

박필상의 텍스트 안에
서 출퇴근길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더 이상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단
순한 수송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물리적
압박과 기계적 진동을
통해 내부에 탑승한 인간
들을 "콩나물 꽉찬 시루"
처럼 익명화하고,
사지를 강제로 뒤섞은 채
목적지로 질주하여 끝내
"울컥울컥 쏟아내는"
거대하고 냉혹한 기술적
유기체에 가깝다. 자본주
의적 생산성과 시간 효율
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
한 교통 메커니즘의 톱니
바퀴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는 현대 도시민들은
미셀 푸코가 말한 '길 들
여진 신체(Docile
Bodies)'의슬픈 초상
이다.

여기서 비평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자본과
시스템이 강제하는 이
폭주하는 시공간에 균열을
내기위해 시인이 선택한
양식이다름 아닌 정형시조
의 호흡이라는 사실이다.
지하철 이라는 메커니즘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속도와
소음속에서, 시조의 정형
적 틀은 그 일방적인 흐름
을 강제로 지연시키고 붙
잡아둔다. 도시 시스템이
지워버린 인간 신체의
헐떡임과 고통을 시조의
흐름으로 확장하고 가시화
하는 이 실천은, 지배적인
사물 시스템 내부에 이질
적이고도 전복적인 대안
의 장소,곧 '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를
일구어내는 문학적
저항의 양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조문학》2026년
여름호 작품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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