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줄거리
외지의 한 작은 섬의 여인숙. 로즈와 달래는 그 섬을 찾아오는 낚시꾼들을 상대로 몸은 파는 여인들이다. 달래는 체념한 듯 섬에서의 삶을 조용히 살아가고, 그나마 젊은 로즈는 섬에서 나가기 위해 콘돔까지 재활용해가며 하루 열서넛의 남자를 상대하는 억척을 떤다. 그 억척의 댓가로 늘상 가려움에 시달리던 로즈가 보건소에 다녀온 날, 포주 두칠이 그녀들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로즈가 두 달 후면 섬을 나갈 것이라는 것. 로즈는 신이 나 하루하루 날짜를 세며 들뜬 나날들을 보내고 그런 로즈를 달래는 묵묵히 바라본다. “이 섬을 나가면 정말 행복할까?” 같은 공간 안에서 다른 시간을 살던 두 여자. 결국 로즈는 섬을 떠나고 달래는 남겨지는데...
▶ 절망보다 징그러운 희망..
지독한 우울에 시달리는 사람, 생에 의욕이 없는 사람들에게 병원이나 시장으로 나가보라는 처방을 해주는 이가 있었다. 생을 향해 치열하게 숨을 쉬고 있는 타인들을 향하는 시선, 그 마음. 미안하게도 안도... 인간이란 동물들은 남의 불행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일상에 그나마 만족하고 위안을 얻는가보다.
지독히도 삶이 권태로워 돌아서고 싶던 순간들이 있었다. 꿈도 목적도 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치가 떨리게 싫었더랜다. 절망의 끝을 보고 싶었다. 바닥의 바닥을 박박 기다가 그대로 쓰러져 버리든, 차고 올라오든...
소위 밑바닥 인생을 사는 여자를 만났다. 지친 여자. 체념한 여자. 투박한 여자... 그 여자가 꿈을 꾸는 것을 보았고, 결국 다시 나락으로 떨어져 절규하는 결말을 보았다. 아프고 안쓰러웠다. 그 이상의 것은 섣불리 입 밖에 내기 힘들만큼 그녀에게 집착했었다.
모든 것은 변하고 흐르지만 다 거기서 거기다.
보여지는 것은 그대로... 느끼는 것은 제 몫이다.
지독히 아프길 바란다.
숨 막히도록 절망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프고 나서 위안을 얻길 바란다.
그냥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은 변하지만 결국 변하는 건 없다.
지독히 절망스러운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