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 글] - 김상열
우리네 삶이 비합리적이고 부조리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그걸 그냥 방치한다.
그게 한 동안 계속 되다보니 이제는 부조리와 조리의 경계선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한 발자국만 벗어나서 이런 상황을 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마도 창피함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막막함 등이 더해질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현실의 불합리보다 더 그로테스크한 인간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것이다.
이 연극은 바로 불합리한 현실에서 불합리를 합리라고 우기는 그로테스크한 인간에 대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극은 그 우화의 상징성과 과장성을 현실의 모습과 은유적으로 비교해 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그려진 인간들의 모습이 바로 애써 불합리한 현실을 놀이로 견디어 내려는
우리 자신의 모습임을 확인시켜 나가는 연극이 될 것이다.
[철수의 난 시높시스]
생동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낡을 대로 낡은 골목길에 십년동안 공무원 시험에 몰두했으나,
번번히 낙방한 나머지 자신을 자본주의 사회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거대 음모세력이 있다고 의심하게 된 철수는
한평생을 도라지나 까고 금반지는 한 번도 껴 본적 없는데도 착착하기만 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
어린 나이에 먹고사는 일에 본능적으로 매달리는 동생 철근의 행동,
30년째 취업을 위한 성형으로 본 얼굴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고모,
지금의 비루한 삶을 뒤바꿀 수 있는 기회는 전쟁뿐이라고 믿으며
전쟁 시 살아남기 위한 군사훈련에 열중인 아빠, 감씨, 우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거대한 음모세력의 지령에 따른 간첩활동이라 의심한다.
그런 어느 날, 골목길 한 가운데 씽크홀이 생기게 되고,
철수아빠, 감씨, 우씨는 이것을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쟁징후로 의심하게 된다.
의심을 품고 있던 어느 날 마을 뒷산 동굴에 숨어든 탈영병과의 조우로 이들의 의심은 확신이 된다.
이후 철수아빠, 감씨, 우씨는 군사훈련에 더욱 몰두하게 되고 여기에 요금미납으로 인한 단전사태가 더해지면서
마을 주민들을 뒷산 동굴로 피난을 떠나게 된다.
철수에겐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상황이 자신을 자본주의에 끼워주지 않으려는
거대한 음모세력의 지령에 의한 간첩활동이라 확신하게 된다.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의 2016년 대전연극제 참가작 [철수의 난]
김상열 각색, 연출
단체 (20인 이상)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