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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의 방

하루 피정의 마지막 시련

작성자단 비|작성시간26.06.12|조회수6 목록 댓글 2


아침 7시.

성당에 도착한 우리는
마침 미사를 마치고 나오시던 신부님과 마주쳤고
얼결에 강복과 안수까지 받게 되었다.

신부님은 뒤이어 오는 여섯 명에게는
“대전 가서 서로 안수하는 사진 찍어 오세요.”
하며 미션까지 내리셨다.

우리 세사람이 탄 차는
대전을 향해 먼저 출발했다.

잠시 후
모두 만나 교육관으로 들어간 우리는
명찰을 받아 목에 걸고 실내화로 갈아신었다.

신부님의 미션 덕분에
우리는 성당을 배경으로 둘씩 짝을 지어
안수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분주했다.

10시가 되자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배우고
영상과 함께 생활말씀 나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전국 대표로 나온 세분의 경험담은
생각보다 길었다.

내 몸은 점점 비틀리고
하품은 연달아 나왔다.

옆자리에서도 눈을 지긋이 감고 조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나만 그런 거 아니었네…’

오전 일정이 끝나자
우리는 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드디어 식당 문이 열리고
밥과 반찬, 오뎅국이 담긴 식판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통창 밖 연초록 잔디는
눈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친 뒤
잠시 차를 마시고 다시 2층 강당으로 모였다.

맨 뒤에 서 있던 우리 팀도
노래에 맞춰 스트레칭을 했더니
굳었던 몸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오후 경험 나눔 시간은
더욱 길게 이어졌다.

앞을 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갔다.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끼리도
눈만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주는 분위기는 참 따뜻했다.

누군가는
“벽난로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 같아요.”
라고 말했다.

이어진 소그룹 나눔 시간.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조금 지루했어요.”

하지만 다른 분들은
“공감이 많이 됐다.”
“위로가 됐다.”
하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만 이상한 건가…’

그렇게 파견미사와 단체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하루 피정이 모두 끝났다.

돌아오는 차 안은 더웠다.

나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고
중간중간 머리가 아파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텀블러 물도 홀짝이며 오다 보니
어느새 출발지 였던 성당에 도착했다.

마침 남편에게서
“데리러 갈게.”
전화도 왔다.

우리를 내려준 차가 떠나고 난 뒤였다.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내 방광이
터질 듯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건.

그런데 하필
쉬는 날이라 성당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다 급기야
사제관 벨까지 눌러보았다.

하지만 벨도 고장 났는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제는 꼼짝없이 남편 차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담장 너머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고
멀리서 까만색 남편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차에 올라탔다.

“빨리요! 빨리!”

오늘따라 신호등은
왜 그렇게 느린지.

드디어 집 앞에 도착하자
나는 황급히 차 문을 열고 외쳤다.

“내 가방 좀 갖고 내려요!”

그리고는 집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르고 있었다.


☆글이 소설이 되고 드라마가 되는 꿈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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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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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작은연못 | 작성시간 26.06.12 다행히 절박성은 면했군요.
    피정을 다녀오면 조금 덜고 온 기분으로 마음이 가벼워지니 좋아요.
    좋은 이야기는 졸립니다.
  • 작성자단 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근데 신기한 것은 다들 졸았는데 나중에 하는 얘기들은 다 좋았대요.
    저만 이상한 건가?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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