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박주택
적막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다
제 속에 동심원을 그리며 얼핏 멈춰 있을 따름이다
잠시 어금니 꽉 다물고 있을 뿐인 적막
속을 뒤집으면 간이 녹아
거머리처럼 피가 흥건히 고여 있다
지금은 다만 피를 보고 싶지
않은 거다 더는 피가 싫어
눈감고 있는 거다 수류탄의 마음을 하고
언뜻언뜻 숨죽이고 있는 적막
적막은 누군가 다가와 안전핀 뽑아 세상 향해 집어던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가 되면 다시 입 열어
시끄럽게 떠들어대고야 할 적막
한꺼번에 폭탄 터뜨리고야 말 적막
오늘은 그냥 끙하니 어금니 깨물고 싶은 것이다
고개 돌려 벅찬 가슴 다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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