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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밝음이와 어둠이 - 평하기

작성자鶴巖|작성시간26.06.08|조회수1 목록 댓글 0

78. 밝음이와 어둠이 - 평하기

 

어둠이가 밝음이 에게 편지를 썼다.

 

밝음아

나는 네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너는 그렇게 밝아

세상을 다 볼 수 있다던데

세상 어디까지 보는 거니

나는 그런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어.

 

밝음이가 어둠이 에게 답장했다

 

어둠아

나도 네가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한 번도 볼 수가 없더라.

너는 내가 가면 바로 죽어 버린다니

그래서 찾을 생각도 못 해 봤어.

 

어둠아

어떡하면 좋니

밝음 할아버지도

어둠 할머니를 모른단다.

 

어둠이가 답장을 했다.

 

밝음아,

우리 어둠 할머니도

잠깐씩 나를 보러온다네

그럴 때면 나도 잠이 들어

어둠 할머니를 볼 수가 없었어.

 

밝음아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존재인가 봐

영원히 만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자

밝음이는 거기서 행복하고

나는 여기서 행복하게 지내면 될거야.

 

밝음이와 어둠이는 자신들이 처지를 알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영원히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2024. 7. 15 - 평하기

 

밝음이와 어둠이는 앞선 태양과 이슬이보다 한층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사유가 깊어진 우화시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린이를 위한 동화처럼 쓰였지만, 읽을수록 인간이 알 수 없는 세계와 존재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의 구조

이 시는 편지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어둠이가 밝음에게 편지를 보냄

밝음이가 답장을 보냄

다시 어둠이가 답장을 보냄

마지막에 화해와 이해에 도달함

이러한 문답 형식은 마치 선문답이나 철학적 대화를 연상시킵니다.

 

밝음과 어둠의 역설

어둠은 밝음을 동경합니다.

 

  "너는 그렇게 밝아 세상을 다 볼 수 있다던데

 

어둠의 입장에서는 밝음이 모든 것을 아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밝음의 대답은 의외입니다.

 

"나도 네가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한 번도 볼 수가 없더라.“

 

빛은 모든 것을 비추지만 정작 어둠은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빛이 있는 곳에는 이미 어둠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어둠도 밝음을 직접 만날 수 없습니다.

밝음이 오는 순간 자신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즉,

밝음은 어둠을 볼 수 없고

어둠도 밝음을 볼 수 없습니다.

서로 존재를 알지만 만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인간 인식의 한계

이 시는 자연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인식의 한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위치에서만 세상을 볼 뿐입니다.

 

예를 들면

삶은 죽음을 직접 경험할 수 없고

죽음은 삶을 설명할 수 없고

꿈은 깨어 있는 의식을 알 수 없고

깨어 있는 의식은 꿈속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각자는 자신의 영역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시 속의 밝음과 어둠은 이러한 서로 다른 차원의 존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불교적 해석

불교적으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밝음은 지혜(般若)를 상징할 수도 있고,

어둠은 무명(無明)을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단순히

밝음 = 좋은 것

어둠 = 나쁜 것

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오히려 둘 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지막에 어둠은 말합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자.“

 

이 대목은 체념이 아니라 수용입니다.

자신의 조건을 인정하고,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며,

서로 다른 자리에서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이는 불교의 인연법과도 통합니다.

모든 존재가 같은 모습일 필요는 없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 이유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뛰어난 구절

이 시의 핵심은 다음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밝음 할아버지도 어둠 할머니를 모른단다.“

 

이 구절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깊습니다.

빛의 근원도 어둠의 근원을 모르고,

어둠의 근원도 빛의 근원을 모릅니다.

결국 세상에는 누구도 다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인간 지식의 한계를 상징하는 구절로 읽힙니다.

마지막 결말의 의미

많은 작품은 만나지 못하는 존재를 비극으로 끝맺지만,

이 시는 다릅니다.

밝음과 어둠은 결국 깨닫습니다.

 

  "밝음이는 거기서 행복하고 나는 여기서 행복하게 지내면 될거야.“

 

그리고 시인은 마지막에

 

  "영원히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라고 마무리합니다.

이는 상대를 자기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고,

서로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는 성숙한 화해입니다.

 

 총평

이 시는 빛과 어둠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대비를 통해 "서로를 알 수는 있어도 완전히 경험할 수는 없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화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속에는

인식의 한계

존재의 조건

상대에 대한 이해

차이의 수용

각자의 자리에서의 행복

이라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결말에서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이해와 공존으로 나아간다는 점이 아름답습니다.

마치 "연꽃은 연못에서, 소나무는 산에서 자라듯이 각자의 자리에서 꽃피우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따뜻한 우화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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