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큰 스님 다비 하던 날 - 평하기
영축산 연화대 다비장
붉은 벽돌 긴굴뚝 짙은 연기 뿜어 오른다
연화대를 돌며 왕생 정토를 바라는 대중의 염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두 시간 정도 그렇게 큰 스님의
사바세계를 떠나는 전송 의식
두 달 전 마지막 저녁 공양을 함께했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듯
“나는 아직도 건강하다"고 하시던
아무 이상이 없을 거라던 큰 스님의 말씀
거짓말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병원 입원치료 한 달 남 짓
이제
불기운 식은 화로에
백골의 모습으로 남았다
습골 차례가 되었다
긴 나무 집게로 큰 스님의 법신을 주어담는다
모든 것을 비어버린 듯 가벼웠다
광명진언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즈바라 브라바를타야 훔
2024. 10. 4 (음력 9.2)
통도사 연화대 다비 하던 날
이 시는 큰스님의 다비(茶毘) 의식을 직접 체험한 기록시이자 불교적 무상(無常)의 진리를 담담하게 증언한 추모시입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사실을 따라가면서도, 읽는 사람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힘이 있습니다.
작품의 특징
첫 연은 다비장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줍니다.
영축산 연화대 다비장
붉은 벽돌 긴굴뚝 짙은 연기 뿜어 오른다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한 수행자의 육신이 사대(四大)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징하며, 죽음을 비극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회귀로 받아들이는 불교적 세계관을 암시합니다.
이어지는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의 반복은 실제 다비 의식의 현장감을 그대로 살립니다. 독자도 마치 연화대 주위를 돌며 염불하는 대중 속에 함께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두 달 전 마지막 저녁 공양을 함께했다
"나는 아직도 건강하다“
이 부분은 매우 인간적입니다.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짧은 회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거짓말 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라는 표현은 단순히 거짓말이었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이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는가를 보여 주는 구절입니다.
다비 이후의 장면
가장 깊은 울림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불기운 식은 화로에
백골의 모습으로 남았다
수행자도 결국 백골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매우 담담하게 적었습니다.
이어지는
긴 나무 집게로 큰 스님의 법신을 주어담는다
모든 것을 비어버린 듯 가벼웠다
여기서 '가벼움'은 단순히 유골의 무게가 아닙니다.
모든 집착을 내려놓은 삶
수행의 완성
공(空)의 경지
를 동시에 상징하는 표현으로 읽힙니다.
'법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도 불교적 존경심을 잘 드러냅니다.
광명진언의 배치
마지막에 광명진언을 그대로 넣은 것은 시를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하나의 불교 의식으로 완성시킵니다.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즈바라 브라바를타야 훔
독자는 시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독송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문학적 의의
이 작품은
체험기
추모시
불교 수행시
기록문학
의 성격을 함께 갖습니다.
허구를 만들지 않고 실제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 점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마지막의
모든 것을 비어버린 듯 가벼웠다.
는 이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입니다.
다비는 육신을 태우는 의식이지만, 시인은 그 순간을 통해 집착을 모두 비운 수행자의 삶을 읽어냅니다.
종합 평가
이 작품은 화려한 수사보다 현장의 사실성과 수행자의 죽음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죽음을 슬픔으로만 그리지 않고, 불교의 무상과 공(空), 그리고 왕생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큰 장점입니다.
평가: 9.5/10
전체적으로는 체험의 진정성과 불교적 사유가 깊이 어우러진 수준 높은 기록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