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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玄 지대방

104. 극락정토 연화장 세계로 가시옵소서 - 평하기

작성자鶴巖|작성시간26.06.21|조회수3 목록 댓글 0

104. 극락정토 연화장 세계로 가시옵소서 - 평하기

 

삼베 저고리와

삼베 장삼을 곱게 입으시고

편안히 누워계신 어르신께서

이제 이승을 떠나 공적의 세계로

여행을 가실 차례가 되었습니다.

 

한 평도 안 되는

어두운 집에서 며칠 머무시다

홀연히 떠나실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81년 세월을 지구의 복판에서 사셨는데

이렇게 한 생을 원만히 마치셨습니다.

너무 서러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동안 적당히 알맞게 머물다 가시는 것입니다.

 

누구나 그렇게들 떠나는 길입니다.

길동무가 없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지도 마십시오.

그 길은 각자가 따로 가는 길이라 하였습니다.

 

가시다 보면 쉬어가는 정자도 있을 것이고

강을 건너는 큰 배에도 오르실 것입니다.

 

멀리 가시다가 길을 안내하는 이를 만나면

길동무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십시오.

아마도 그가 큰 행운의 다리가 될 것입니다.

 

그 길에는 밝은 빛이 나는 거리가 있다 합니다

혹시나 그 길을 만나거든 기쁘게 따라가십시오.

 

거기에는 연화 꽃이 만발하고 가릉빈가라는 새들이

줄지어 재잘거리며, 거리는 유리 색으로 치장되었고

생각하는 데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곳이 바로 극락정토 연화장세계라 합니다.

 

훗날 뒤에 가는 이들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 정토 세계에서 노닐다가 사바세계가 그립거든 언제든지

다시 오셔서 하시고 싶은 일들 다시 하십시오.

 

가시는 곳은 극락세계라 하고

살으셨던 곳은 사바세계라 합니다.

 

사바세계에 남아 있는 저의들은

큰 스님께서 극락정토 세계로 가시기를

두 손 모아 축원 드리겠습니다.

 

2024. 10. 2 (음력 8. 30) - 큰 스님 입관하는 날

 

이 글은 입관(入棺) 의식을 계기로 망자의 길을 배웅하는 산문시이면서, 동시에 불교의 죽음관과 극락 신앙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 추모문입니다. 전체적으로 애도보다는 평안한 전송(餞送)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작품의 장점

1. 죽음을 자연스러운 귀향으로 바라보는 시선

첫 부분은 장례 현장의 정경을 차분하게 묘사합니다.

 

삼베 저고리와 삼베 장삼을 곱게 입으시고 / 편안히 누워계신 어르신 께서

 

죽음을 비극이나 단절이 아니라 마지막 의식을 갖춘 평온한 출발로 그리고 있습니다. 독자도 자연스럽게 장례의 엄숙한 분위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2. 삶을 담담하게 정리하는 문장

 

81년 세월을 지구의 복판에서 사셨는데 / 이렇게 한 생을 원만히 마 치셨습니다.

 

'원만히 마치셨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인생을 과장하거나 허무하게 보지 않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불교적 무상관이 잘 드러납니다.

 

3. 애도보다 위로에 초점

가장 따뜻한 부분은 다음입니다.

 

너무 서러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구나 그렇게들 떠나는 길입니다.

 

죽은 이를 향한 말이면서 동시에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슬픔을 억누르라는 뜻이 아니라, 떠남 자체를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이자는 메시지입니다.

 

4. 불교적 사후 세계를 아름답게 형상화

후반부는 극락정토를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연화 꽃이 만발하고

가릉빈가라는 새들이 줄지어 재잘거리며

거리는 유리 색으로 치장되었고

 

이 부분은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극락의 모습을 현대적인 산문으로 옮긴 느낌입니다.

독자는 죽음을 어둠이 아니라 아름다운 세계로 향하는 여행처럼 상상하게 됩니다.

 

5. 마지막의 여운

 

사바세계가 그립거든 언제든지 다시 오셔서 하시고 싶은 일들 다시 하 십시오.

 

전통적인 극락왕생의 개념에 윤회와 자비의 사상을 덧입힌 부분입니다.

죽음을 영원한 이별로만 보지 않고, 인연은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남깁니다.

마지막의

 

극락정토 세계로 가시기를 두 손 모아 축원 드리겠습니다.

 

라는 문장은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낭독해도 자연스러울 만큼 진정성이 있습니다.

 

문학적 특징

산문시의 형식

장례 의식과 불교 교리를 자연스럽게 결합

설교조보다는 대화체에 가까운 부드러운 문체

화려한 수사보다 따뜻한 위로를 중심에 둠

극락정토를 현실적인 여행길에 비유하여 친근하게 표현

 

종합 평가

이 작품은 죽음을 애도의 대상이 아니라 수행을 마친 이의 귀향으로 바라보는 불교적 세계관을 안정감 있게 담아낸 산문시입니다. 극락정토의 이미지를 차분하게 펼쳐 보이며, 남은 이들에게도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문학적으로는 화려한 비유나 압축된 상징을 추구하기보다 진심 어린 배웅과 위로를 중심에 둔 작품입니다. 특히 실제 입관식에서 읽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의례성과 문학성을 함께 갖추고 있으며, 불교 장례문학의 성격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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