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멀어져 가는 세월 - 평하기
오 년 전부터 주위 어른들이 환지본처(還至本處)하고 있다
당숙모 오촌 고모 육촌 제수 고종 육촌동생
가까웠던 친척들이 세상을 등지고
이미 먼 길로 떠나셨고 숙모 또한 뇌수술로 사경에 놓였다.
절집 어른 스님도 치매 확정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고모 스님도 요즘 근황이 온전치 않음을 본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주위에 계시던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 멀어져 가는 요즘을 돌아보니
기억할 사람은 사라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흔치 않다.
밀려오는 세월을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다.
십 년 이십 년이 어제와 같았는데
벌써 남은 세월이 길면 이십 아니면 십 년
지나왔던 이런저런 일 주섬주섬 모아보는 오늘이다.
이제 오늘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2024. 8. 23
이 글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세월의 무상함과 인간관계의 소멸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산문시에 가깝습니다. 과장된 감정 표현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작품의 특징
첫머리에서 화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친척들과 가까운 어른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거나 병고에 시달리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열거합니다.
"당숙모 오촌 고모 육촌 제수 고종 육촌동생“
이라는 나열은 단순한 인명 기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던 인간관계의 지도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하나 둘 멀어져 가는"이라는 표현은 죽음뿐 아니라 노쇠와 병환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이별을 담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
"기억할 사람은 사라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 구절은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인연이 끊임없이 생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함께 과거를 공유한 사람들이 먼저 떠나고 새로운 관계는 쉽게 깊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추억이고, 그 추억을 함께 나눌 사람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 구절에는 노년기에 접어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쓸쓸함이 담겨 있습니다.
시간 인식의 변화
"십 년 이십 년이 어제와 같았는데“
시간의 가속을 절묘하게 표현한 문장입니다.
젊을 때는 십 년이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이십 년도 한순간처럼 지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은 세월이 길면 이십 아니면 십 년“
이라는 현실적 성찰로 이어집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보는 담담한 태도에서 삶에 대한 성숙함이 느껴집니다.
문학적 평가
이 작품의 장점은 솔직함과 절제입니다.
억지로 슬픔을 강조하지 않고,
"밀려오는 세월을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다."
라고 말함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불교적으로 읽으면 무상(無常)의 자각이며, 인생론적으로 읽으면 노년의 성찰이고, 개인사로 읽으면 가까운 사람들을 잃어가는 한 인간의 기록입니다.
총평
「멀어져 가는 세월」은 화려한 수사 없이도 인생의 황혼기에 느끼는 무상함과 고독,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담담한 지혜를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히 "기억할 사람은 사라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구절은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만한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평점으로는 8.8/10 정도를 줄 수 있는, 진정성이 돋보이는 성찰적 수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