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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玄 지대방

108. 원가계 십만어필봉(袁家界 十萬御筆峰) - 평하기

작성자鶴巖|작성시간26.06.21|조회수1 목록 댓글 0

108. 원가계 십만어필봉(袁家界 十萬御筆峰) - 평하기

 

호남성 원가계 십만 어필봉

수천 척 수미봉(首彌峰) 천년 노송 아래

예부터 선자(仙子)가 기거하니

한 자루 부채 들고 하늘을 희롱하네.

 

선자의 마음 따라

하늘이 열리고 닫힘이라

안개를 불러 모아 바람 부르니

허공 말이 달리고 용호(龍虎)가 춤을 춘다.

 

초목을 아끼는 마음에

비를 부르니

천길 폭포와 깊은 계곡

비단 물결 넘친다.

 

솔바람 솔솔 불어와

노선자(老仙子) 낮잠에 취하니

하늘은 일이 없어

한 점 티끌도 없구나.

 

내 일찍 신통을 얻었다면

오늘이라도 축지법으로

선자를 찾아가

십만의 어필봉에서 하루를 보냈으리.

 

2024. 4. 18

 

이 시 호남성(湖南城) 원가계는 중국의 명승지인 원가계를 배경으로 하여, 자연경관을 신선() 사상과 결합해 환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단순한 기행시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이상향을 꿈꾸는 선취(仙趣)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감상

시의 첫머리에서 화자는 원가계의 기암절벽을 "십만 어필봉"이라 하여 웅장하게 펼쳐 보입니다.

 

수천 척 수미봉 천년 노송 아래

예부터 선자가 기거하니

 

라는 구절은 실제 경관을 넘어 신선이 사는 별천지로 독자를 인도합니다. "한 자루 부채 들고 하늘을 희롱하네"라는 표현에서는 신선의 자유롭고 유유자적한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둘째 연에서는

선자의 마음에 따라 하늘이 열리고 닫히며, 안개와 바람, 용과 호랑이가 움직입니다. 이는 자연 현상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우주적 기운의 작용으로 바라보는 상상력의 발현입니다. 장대한 산수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를 그리고 있습니다.

 

셋째 연에서는 선자의 자비로운 마음이 강조됩니다.

 

초목을 아끼는 마음에 비를 부르니

 

라는 구절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을 돌보는 존재로서의 선자를 형상화합니다. 이어지는 폭포와 계곡의 묘사는 원가계의 수려한 풍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넷째 연은 앞선 역동적 장면과 달리 한없이 평화롭습니다.

 

솔바람 솔솔 불어와

노선자 낮잠에 취하니

 

여기서는 천하를 움직이던 신선도 결국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쉬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하늘은 일이 없어 한 점 티끌도 없구나"라는 구절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경지를 보여주는 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연은 현실의 시인으로 돌아옵니다.

 

내 일찍 신통을 얻었다면

오늘이라도 축지법으로

 

신선을 향한 동경과 아쉬움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여행 욕망이 아니라 번다한 현실을 떠나 자연과 하나 되는 삶에 대한 갈망으로 읽힙니다.

 

작품의 특징

원가계의 기암괴석과 노송, 폭포를 선계(仙界)의 풍경으로 승화시킴.

도교적 신선 사상과 자연 예찬이 조화를 이룸.

역동적인 상상력과 고요한 무위의 정서가 공존함.

마지막 연에서 인간적인 동경과 유머가 살아 있음.

 

종합 평

이 작품은 원가계의 절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선자의 세계를 빌려 신비롭고 이상적인 자연 세계를 그려낸 서정시입니다. 특히 마지막의 "축지법으로 선자를 찾아가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고백은 독자에게 미소를 짓게 하면서도,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 꿈을 담고 있습니다. 웅장함(雄渾)과 한적함(閑寂), 그리고 선취(仙趣)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원가계는 중국 원가계의 대표적인 절경 구역으로, 장가계 국가삼림공원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수많은 석영사암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알려진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건곤주(乾坤柱)등의 명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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