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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列國誌]481 이의총( 二義塚) (1)

작성자이광춘|작성시간26.06.05|조회수2 목록 댓글 0

[列國誌]481
2부 장강의 영웅들 (138)
제8권 불타는 중원
제 18장 이의총( 二義塚) (1)


그날 하룻밤 사이에 임치성에는 참으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은 최저(崔杼)의 저택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빨려들듯 대문 안으로 들어간 제영공(齊靈公)은 여느 때와 달리 무척 격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대는 고무구와 포견의 모반을 알고 있는가?“

이 물음은 사실 여부를 알고자 하는 궁금증의 발로는 아니었다.

제영공(齊靈公)은 그들의 반역을 굳게 믿고 있었다.

모든 정황이 그러했다. 

동문에서 이미 그는 고무구의 수하 병사들로부터 심한 몰매를 맞았다. 

북문에서도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성문의 경계가 그러하다면 공궁의 상황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가 최저(崔杼)에게 추궁하듯 물음을 던진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 그대는 이번 사태를 진압할 수 있는가?


최저(崔杼)가 어찌 그 물음의 뜻을 모를 리 있겠는가.

이 모든 게 자신이 만들어낸 각본이 아니던가.

"그렇지 않아도 신(臣)은 이제나저제나 주공께서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준비는 다 되었겠지?“

준비랄 것도 없었다.

어차피 고무구와 포견은 무방비 상태로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영공의 명령 한마디였다.

"하명만 내리신다면!“


"그런데 한 가지.....“

제영공(齊靈公)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안약(晏弱)의 행동이었다.

그는 누가 생각해도 고무구 계열의 사람이다. 

고무구가 모반을 일으킨 만큼 당연히 그 가신인 안약은 제영공을 체포했어야 했다. 

그런데 북문에서부터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보아 안약은 전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최저로서도 안약의 일만큼은 실수였다. 

아니 실수라기보다 천운(天運)이었다. 

제영공의 임치 귀환은 자신이 계산한 것보다 하루 앞당겨서였다. 

모든 일이 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안약(晏弱)이 제영공의 횃불을 보았다. 

만일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았더라면 모든 상황은 고무구에게로 보고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쯤 제영공과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고무구일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었다.


최저(崔杼)는 재빨리 대답했다.

"신이 알기로, 안약은 공실에 대한 충성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고씨 일문에 속해 있긴 하나 그가 진정으로 섬기는 사람은 주공입니다. 

그러기에 고무구도 안약에게만은 자신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약(晏弱)이... 그런가?"
그렇다면 안약의 모든 행동을 납득할 수 있다.

제영공은 최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안약뿐이 아니고 고무구의 수하에는 주공을 따르려는 자가 많이 있습니다. 

주공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공께 달려올 것입니다."

최저(崔杼)는 제영공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좋다. 나는 여기 앉아 그대의 솜씨를 지켜보겠다.“

마침내 고대하던 말이 떨어졌다.

최저(崔杼)가 역사의 전면으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최저의 행동은 신속했다.

그는 먼저 제영공의 시자(侍者)들을 대청으로 불러모았다.

- 주공의 명이다. 그대는 경극의 집으로 달려가 가병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라 이르라.

- 그대는 공자 견(堅)의 집으로!

- 공자 기(旗)에게 주공을 호위하라 전하라.

최저의 지시에 따라 시자들은 공족(公族)들의 집을 향해 뛰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안약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가장 어려운 일이자 이번 일의 성사 여부가 달린 일이기도 했다.

가재를 불렀다.

"안약(晏弱) 대부를 불러오라. 아니, 내가 밖으로 나가겠다.“

최저(崔杼)는 친히 대문 밖으로 나갔다.

역시 그때까지도 안약은 그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잠깐 봅시다.“

"무슨 일입니까? 주공께서는 안전하시겠지요?“

최저(崔杼)는 안약이라는 사내의 성품을 잘 안다. 

얄팍한 술수로는 그를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안약 같은 성품에도 약점은 있다.

'충(忠)'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길게 설명할 틈이 없소. 

주공께서는 고무구와 포견을 토벌하시게 되었소. 

주공께서는 그대의 힘을 원하고 계시오.“

안약(晏弱)은 놀랐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고씨와 포씨의 토벌일 줄이야.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니오?“

"착오는 없소. 경위야 어찌 됐든 주공의 마음은 이미 정해졌소. 

주공은 주공을 따르는 신하를 갖고 싶어하오. 

그대가 고씨와의 정의를 생각해 그쪽으로 가도 상관없소. 

하지만 그 순간부터 나는 그대를 주공의 적으로 간주하겠소. 

참, 그대는 아시오?“

".........................?"

"주공께서는 그대를 상당히 신임하고 있소. 그것만 알아두시오.“

최저의 부러지는 듯한 말에 안약(晏弱)은 입술을 축였다.

"주공을 만나 뵙고 싶소.“

"아니, 지금은 주공을 뵐 수 없소. 그대는 그냥 선택만 하면 되오. 

주공이오, 아니면 고무구요?"

"나보고 고무구를 치라는 말씀이오?“

"역시 그대는 머리가 비상하구려. 그럼 그대의 활약을 기대하겠소.“

최저(崔杼)는 말을 마치자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안약(晏弱)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쳤다.

남곽언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안약은 그제야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왔다. 

대략 사태의 추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최저가 주공을 등에 업고 일을 벌인 것 같소."

"일이라니요?“

"박혁(博奕).“

박혁은 주사위 놀음이다. 

당시 임치성 귀족들 사이에 유행하는 도박의 일종이다.

남곽언(南郭偃)은 안약의 말을 금방 알아들었다.

"정변이란 말씀입니까?“

"그런 모양이오.“

"최저(崔杼) 따위가 어찌 감히.....?“

"능히 그럴 만한 사람이지요. 

어쨌거나 그대와 나, 어느 쪽이든 운명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소."


겉으로는 남곽언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

- 안약, 선택하라. 고무구냐. 주공이냐.

어려운 일이었다. 

고무구(高無咎)는 안씨 일족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죄상이 뚜렷하다면 일은 간단하다.

그러나 고무구(高無咎)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고씨 일족에게 창을 겨누는 일은 자신의 은인을 배신하는 일이 된다. 

평생은 신의로 지내온 안약으로서는 못 할 짓이었다.

반면 제영공(齊靈公)은 군주다. 

제나라 공실의 주인이자 국록을 먹고 있는 안약의 주인인 것이다. 

신하로서 임금의 명을 받들지 않으면 그것으로 곧 불충을 저지르는 것이요, 역신(逆臣)이 되는 것이다.

'미묘함에 빠졌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안약의 머릿속에는 무수한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져갔다.

그때 남곽언(南郭偃)이 묘한 말을 중얼거렸다.

"때론 권력 자체가 큰 죄가 될 수도 있군요."


그렇구나.

안약(晏弱)의 뇌리로 번갯불이 스쳐갔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었다.

죄가 없더라도 권력을 가진 그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죄일 수 있었다. 

여기에 정의 따위는 적용되지 않는다. 

권력 대 권력의 싸움에서는 이긴 자가 정의다.

이것이 난세의 논리다.

고무구(高無咎)에게는 죄가 없다. 

그것은 누구보다 안약이 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제영공은 고무구를 토벌하려 하고 있다. 

고무구가 지니고 있는 힘.

그것이 제영공에게는 죄목일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최저라는 사내는 난세의 논리를 무섭도록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자였다.

'최저(崔杼)의 시대가 오고 있음인가?‘

안약(晏弱)은 고개를 쳐들어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만월에 가까운 달은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달을 바라보고 있자니, 슬픈 마음이 일었다.

"대부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저는 대부를 따르겠습니다.“

남곽언(南郭偃)은 안약의 선택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난세의 논리인가. 


안약(晏弱)은 웃었다. 보일 듯 말듯 웃었다.

이윽고 남곽언을 돌아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곧 고무구의 집으로 가겠소. 그대는 북문으로 돌아가 경비를 맡아주시오“

남곽언(南郭偃)의 표정이 바뀌었다.

"대부께서는.... 고씨 편에 가담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게 들리셨소? 아니, 나는 고무구를 설득할 작정이외다."


남곽언(南郭偃)은 또 놀랐다.

"설득이라니요?“

"최저는 이번 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하오. 

그것이 바로 주공이 바라는 바일 테니까 말이오. 

자칫 잘못하면 타국에 나가 있는 국좌(國佐)가 돌아와 오히려 최저를 토벌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나라는 더욱 어지러워지겠지요. 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소.

그러나 만일 고무구(高無咎)가 사라져만 준다면 사태는 오늘 밤 안으로 완전히 끝이 납니다. 

적어도 임치성 내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되지요. 

최저가 나를 끌어들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소?“

"무슨 말인지......?“

그러나 안약(晏弱)은 언제까지고 남곽언을 붙잡고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나는 가오.“

수레에 올라타고 친히 채찍을 휘둘렀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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