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열국지

[列國誌]482 이의총( 二義塚) (2)

작성자이광춘|작성시간26.06.05|조회수1 목록 댓글 0

[列國誌]482
2부 장강의 영웅들 (139)
제8권 불타는 중원
제 18장 이의총( 二義塚) (2)


단신으로 고무구의 집으로 향하는 안약(晏弱)으로서는 또 하나의 모험을 감행하는 셈이었다.

정(情)으로 치면 고무구였다.

그러나 충(忠)으로 치면 제영공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 둘 중의 하나.

최저(崔杼)는 이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안약은 둘 모두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고무구(高無咎)도 살리고, 주공에 대한 충(忠)도 지키고.‘

집 안으로 들어갈 필요까지도 없었다. 

안약(晏弱)은 뜰에서 고무구와 마주섰다.

달빛을 뒤집어 쓴 두 사람의 얼굴은 전에 없이 창백했다.

"내가 모반을 일으켰단 말이오....?“

고무구(高無咎)는 어이가 없음인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적어도 주공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안약(晏弱)은 오히려 차분했다.

그것을 고무구는 잘못 알았다.

"그대는.... 주공을 버리고 나에게로 온 것이오?“

"아닙니다. 주공의 명을 받고 경(卿)을 토벌하러 왔습니다.“

"뭣이라고? 그대는 혼자 오지 않았는가?“

"분명히 혼자 왔습니다. 하지만 토벌군의 자격으로 온 것 또한 틀림없습니다."

"그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경(卿)께서 아무 죄가 없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런 것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께서는 주공의 적이 되셨습니다. 

군사를 일으켜 싸우든가, 아니면 무릎을 꿇고 항복하시든가를 빨리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고무구(高無咎)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항복하면 살 수 있는가?“

안약(晏弱)의 대답은 간단했다.

"살 수 없습니다.“

"어째서?“

"경(卿)에게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죄가 있긴 있습니다. 

경이 이 나라에 존재해 있다는 것 자체가 주공에게는 죄입니다."

"만일 내가 여기서 그대를 벤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卿)은 정말로 주공에게 모반을 일으킨 것이 되고 맙니다.“

"나는 지금까지 진실된 마음으로 주공을 섬겨왔소. 

이 점은 누구보다도 그대가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알고 있습니다."

"나는 주공에게 창을 겨누고 싶지 않소. 

그럼에도 나의 결백을 밝힐 기회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자결로써 나의 깨끗함을 호소하는 수밖에 없소.“

고무구의 말에 안약(晏弱)은 다가서며 낮게 속삭였다.

"다른 나라로 망명하십시오.“

고무구(高無咎)의 눈이 안약의 얼굴을 정면으로 쏘아보았다.

"달아나면, 나는 내 죄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오. 나는 반역의 죄를 뒤집어쓰고 싶지 않소.“

"그렇지 않습니다. 주공께서는 경(卿)을 미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워하는 것은 경께서 지니고 있는 권력이요, 집안의 크기입니다. 

만일 경께서 타국으로 나가시면 주공은 그것으로 족하실 것입니다. 

후일 결백이 밝혀지면 고씨 가문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대는 망명을 권유하러 나에게로 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내가 달아난 것을 알면 그대는 처벌을 받을 터인데?“

"그 점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나가서 군사를 모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음.....“

"먼동이 틀 무렵, 저는 이 곳을 들이치겠습니다. 

그 사이 경(卿)께서는 멋지게 이곳에서 퇴각하시는 겁니다.“

고무구(高無咎)는 그제야 안약(晏弱)이 자신을 위해 일부러 달려왔음을 확실히 깨닫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고맙소."

"별 말씀을. 성을 빠져나갈 때는 북문을 통과하십시오. 

남곽언이 지키고 있을 겁니다만, 제 이름을 말하면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 언제까지 강건하시기를.“

달빛 아래 두 사람은 서로 절을 올렸다.

이것이 안약(晏弱)이 고무구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최저(崔杼)를 총지휘관으로 한 제영공의 친위대는 공궁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선봉에는 성맹자의 정부(情夫)이자 국좌에 의해 실각한 경극(慶克)이 섰다.

공궁의 경비 책임자는 포견이었다. 

그러나 포견(鮑牽)은 궁문에 나와 있지 않았다. 

아직 제영공의 귀환과 최저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이다.

경극(慶克)은 마음놓고 궁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돌격했다. 

경비 병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선두에 서서 달려오는 경극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구냐?“

여장을 하고 궁으로 들어가다 발각된 후로 경극은 포견에게 원한이 컸다.

그는 가능한 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포견의 모반이 사실이 되기 때문이었다.

"모반자 놈들, 죽여라!“

경극을 따르던 병사들이 일제히 창과 칼을 겨누고 경비 병사들을 향해 덮쳐갔다. 

한밤중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뒤이어 밀려오는 경극의 병사들에 의해 수비 병사들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포견(鮑牽)을 잡아오너라!“

부하들에게 이렇게 명령한 경극(慶克)은 발소리를 드높이며 내궁을 향해 달려갔다. 

성맹자가 뛰어나오며 경극을 맞이했다.

"오, 오........!“

"무사하셨습니까?“

국모라는 신분도 잊고 성맹자는 감격하며 두 팔을 벌린 경극의 품안으로 새처럼 뛰어들었다.


- 공궁 탈환.

경극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최저(崔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가장 시급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최저와 안약은 제영공을 호위하여 공궁으로 들어갔다.

비상령을 선포하고 모든 대부들의 입조를 명했다.

"고무구(高無咎)와 포견(鮑牽)이 국좌의 사주를 받아 모반을 일으켰소.“

최저의 이러한 외침에 신료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한밤중에 조당에 불려 나온 까닭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어수선한 가운데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최저(崔杼)는 조당 안에 진압군 사령부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토벌 작전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대부 안약(晏弱)은 군사를 이끌고 고무구 일당을 체포하시오."

안약은 조당을 나왔다.

채조(蔡朝)가 따라붙으며 물었다.

"정말로 고무구의 집을 들이칠 작정이십니까?“

"그렇소. 하지만 염려 마시오. 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안약(晏弱)은 군사들을 점검한다는 명목하에 시간을 끌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고무구의 저택을 덮쳤다. 

저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티끌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텅 빈 집.

고무구(高無咎)는 북문을 통해 임치성을 빠져나가 거(莒)나라로 망명한 것이었다.

빈 손으로 돌아온 안약을 보고 최저(崔杼)는, 그러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눈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수고했소.‘

그는 자신이 쉽게 공궁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 안약의 활약 덕분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들은 고무구가 이끄는 군대와 궁 밖에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날이 완전히 밝았을 때 포견(鮑牽)이 조정에 끌려 들어왔다. 

뒤늦게 최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성밖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경극의 수하들에게 체포된 것이었다.

포견(鮑牽)은 자신의 억울함을 신료들에게 호소하려 했다. 

그러나 신료들은 이미 그에 대해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경극은 잡아 죽일듯 포견을 몰아붙였다.

"참수에 처해야 합니다.“

안약(晏弱)만이 포견을 위해 변호했다.

"굳이 죽일 것까지는 없습니다."

제영공(齊靈公)은 새삼스레 안약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신뢰가 가는 사내.

하룻밤 사이에 안약이라는 인물을 완전히 파악했다는 듯한 눈길이었다.

"월(刖)하라!“

월이란 발목, 혹은 발뒤꿈치의 힘줄을 자르는 형벌로 빈형(臏刑)이라고도 한다.

이로써 포숙 이래 명문가를 유지해오던 포씨 집안은 하룻밤 사이에 죄인의 집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얼마 후, 제영공은 명신(名臣)의 집안을 끊어지게 할 수 없다 하여 

노나라에 가서 살고 있는 포견의 동생 포국(鮑國)을 불러와 포씨 일족의 당주로 삼았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