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74) 제3권 일본 민족이 아닌 타민족은 모두가 마루타였다.
제15장. 요시다 진정한 군인으로 살아가기
6절. 진검승부 약속사실 미요코에게....
요시다는 문을 열자마자 욕조 물속에 넣어둔 사이다병과 과일들을 꺼냈다.
그것을 거실 탁자에 올려놓고 그는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샤워를 할테니 그걸 먹게."
"후미코 양과의 결혼 날짜는 잡으셨나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가을에 식을 올릴까 하는 생각인데 말이야."
요시다 대위는 욕조의 문을 열어 놓고 옷을 벗었다.
요시다는 샤워를 하면서 이야기했다.
"자네도 여자를 사귀게. 그렇게 도박에만 몰두하지 말고. 모두 도박으로 날린다면서?"
"그것 빼면 다른 낙이 있어야지요."
"전쟁터에서 무슨 낙을 찾겠나. 내가 한 사람 소개시켜 줄까?"
"좋은 사람 있으면 부탁합니다, 대위님."
모리가와 중위는 사이다를 컵에 따라 마시며 건성으로 지껄였다.
”내일 나하고 점심 식사나 같이 하세. 그때 그 여자를 초청하지."
"누굽니까? 설마 일본 본토에서 불러들이는 것은 아니겠죠?"
"731부대에 여자 군속이 많은데 본토까지 갈 필요 있나?"
"......"
모리가와 중위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군속들 중 좋은 사람이 있습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여자 군속들이 들으면 자네 숙소 앞에 모여 시위를 하겠네."
"그럼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내일 점심이야, 기억하게."
"예, 알겠습니다."
"점심때 내가 있는 교육대로 오게."
"예, 예, 알겠습니다."
"자넨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훌륭한 여자일쎄."
"전 양귀비 같은 여자는 싫습니다."
"그럼 어떤 여자가 좋은가?"
"그렇다고 곰보는 더 싫습니다."
"마음이 고운 여자를 원하나?"
"화투를 잘하는 여자, 트럼프의 고수 여자. 그래서 함께 도박을 할 수 있는 여자면 됩니다."
"옛끼--, 이 사람, 농담 말게."
요시다 대위가 욕조의 물을 바가지에 떠서 거실에 앉아 있는 모리가와에게 뿌렸다.
모리가와는 물을 뒤집어쓰고 질겁을 하며 물러섰다.
그들은 킬킬거리고 웃었다.
다음 날 점심 무렵 모리가와(森川) 중위는 이발과 면도를 하고 요시다가 있는 교육본부로 왔다.
모리가와는 평소에도 깔끔한 성미였으나 다른 날 보다 더 몸단장을 한 것을 보고 요시다는 빙긋 웃었다.
요시다는 그를 데리고 동향촌(東鄕村)관사 쪽 길로 갔다.
63동 식당으로 향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리가와는 "대위님, 어디로 가십니까?"하고 물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잖아, 늘 하는 식사라서 말이네."
"그 여자의 집입니까?"
"그렇진 않네, 잠자코 따라오게."
모리가와는 히죽 웃었다.
그는 여자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었으나 오늘따라 강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여자에 대한 기대보다도 요시다 대위가 선택하여 소개시켜 준다는 그 여자가 누굴까 하는 관심이었다.
그는 731부대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여자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점심시간이 되도록 여자들을 열거하여 상상해 보았으나 마음에 흡족한 여자는 떠오르지 않았다.
요시다 대위는 식당을 지나쳐 자기의 방으로 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 두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후미코였고, 다른 한 사람은 미요코였다.
모리가와는 미요코와 낯설었다. 그녀를 어디서 본 듯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간호부 차림으로 보아 남동(南棟)에 근무하는 여자 군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 안에는 이미 상이 차려져 있었고, 주방에서는 국 끓는 냄새가 났다.
고깃국 냄새가 방 안에 가득 넘쳤다.
"서로 인사를 나누시지." 하고 요시다는 두 사람을 소개했다.
"방첩반에 근무하는 모리가와 바이엔(森川梅園) 중위, 이쪽은 가족 진료소 미요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하고 모리가와 중위가 말했다.
"언제 731부대에 오셨습니까?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저는 두 번 지나치면서 경례를 올린 기억이 나는데요. 중위님은 여자 군속들을 눈여겨 안 보시나 보죠?"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이 사람은 여자에게는 약해서 똑바로 쳐다 보지를 못하지요." 하고 요시다가 말했다.
"그래서 여자 군속이 경례를 하면 땅을 내려다보며 경례를 받는답니다."
"대위님, 무슨 말씀입니까. 여자에 약한 것은 사실일지 모르지만 땅을 보며 경례를 받지는 않습니다.“
요시다는 모리가와 중위를 상 앞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은 맞은 쪽에 가서 앉았다.
두 여자가 밥과 국을 상으로 가져왔다.
상 위에는 새우튀김, 생선회, 두부와 계란 부침, 말린 생선구이, 고추, 냉이, 돼지고기 찌개, 향물류(香物類) 등이 놓여 있었다.
"아주 진수성찬입니다."
모리가와 중위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는 미요코에 대해서 상당한 호감을 느끼는 인상이었다.
미요코가 국그릇을 들고 상으로 오자 긴장하면서 손을 부비며 엉거주춤 일어나는 모리가와의 태도로 보아 알 수 있었다.
그들 네 사람이 상에 둘러앉아 식사하였다.
요시다가 수저를 들며 얘기했다.
"내가 두 사람을 소개하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이며 후배이기 때문이야.
여기 있는 모리가와 중위는 내가 방첩반 반장으로 있을 때 내 밑에서 수족같이 일을 했던 부하였지만, 나는 그때부터 친동생처럼 생각했지.
그리고 사실 모리가와 중위는 나를 형처럼 따라 주었고." 하고 요시다는 말을 이었다.
"미요코 양은 내가 남방 전선에 파견되어 근무할 때 그곳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원으로 남달리 정숙한 아가씨였네."
미요코는 생글생글 웃으며 식사를 했고, 모리가와는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모리가와가 불쑥 입을 열었다.
"대위님, 무슨 주례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방 안에서 식사를 하던 네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손님을 모시고 온다고 해서 식사를 준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후미코와 미요코는 근무 중에 일찍 나와 반찬을 마련하고 부산을 떨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요시다 대위가 데리고 온 사람은 모리가와 중위였다.
후미코는 미요코의 마음 속을 거울 들여다보듯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요시다의 시도가 무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요코도 후미코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요코는 거부하는 몸짓은 조금도 없이 즐거운 태도로 받아들였다.
그러한 미요코를 보면서 후미코는 공포마저 느꼈다.
그것은 어떤 공포인지 알 수 없었으나, 마음속 깊숙이 짓누르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얼마 전에 부대에서 공연했던 오봉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요시다와 모리가와는 함께 63동 강당을 향해 걸어갔다.
"어떤가? 미요코가 마음에 드나?"
"그 여자가 언제 731부대에 왔습니까?"
"석 달은 되었을 걸쎄."
"그런 여자를 제가 몰랐다니 말이 안 되는군요."
"자네는 여자에 대해서 관심이 없잖은가. 그래서 소홀히 보았겠지."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질만한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죠.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여자는 요시다 대위님이나 이시이 대위님이 먼저 차지하고"
"미요코와 잘 사귀어 보게."
"그렇지만 미요코 양은 제가 좋지 않은 눈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