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76) 제3권 일본 민족이 아닌 타민족은 모두가 마루타였다.
제15장. 요시다 진정한 군인으로 살아가기
8절. 기도 현장에 후미코가 찾아오고
가네스기 미요코(金杉妙子)는 방으로 들어오자 군속복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하였다.
무더위 때문에 땀이 끈적거렸고, 땀은 옷에 젖었다.
샤워를 하며 온몸에 비누칠을 하여 거품을 내었다. 그리고는 물로 몸을 씻어 내고 타올로 몸을 감았다.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수건으로 몸을 감은 채 방 안의 경대 거울 앞에 서서 머리카락을 말렸다.
그녀는 조그만 농의 서랍을 열고 내의를 꺼냈다.
셔츠 위에 블라우스를 걸치고, 속치마를 입은 위에는 감색을 내는 플레어 스커트를 입었다.
스타킹을 신고 머리에 빗질을 하였다.
양장을 한 그녀는 방 한쪽 벽 앞에 조그만 탁자를 펴놓고 그 위에 물그릇과 초를 세워 놓았다.
그리고 물그릇 옆에 향로를 놓고 향 묶음을 몇 개 그 옆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종이를 꺼내 펜으로 정성스레 "길전행문생환(吉田幸文生還)" 이라고 써서 탁자 앞 벽에 붙여 놓았다.
요시다 대위가 살아서 돌아오라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미요코는 그 앞에서 무릎을 끓고 향을 피워 향로에 꽂아 놓고 기도하였다.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아마테라스 오미가미(天詔大神) 에게 기도했다.
지난번의 경험으로 보아 아마테라스 오미가미가 그녀의 소원을 잘 들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기도를 시작한 미요코는 자정이 넘도록 계속했다.
몇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자 다리가 저렸다.
방석을 깔아 놓고 기도했으나 다리가 저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녀는 한쪽 다리를 뒤로 빼면서 다리를 편하게 하기도 했다.
두 손을 모아 눈을 감고 기도를 하자 몸과 마음이 소원하는 대로 합일하여 그 정성이 텅빈 공간에 충만해지고 있었다.
여러 시간 정신을 집중하자 약간의 희열마저 왔다.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여,” 하고 그녀는 여신을 부르고 있었다.
여신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고, 한 손을 뻗쳐 그녀의 어깨에 댔다.
여신의 손은 백옥처럼 희고 입고 있는 옷은 옥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여신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가 소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저는 요시다 다카부미(吉田幸文)가 살아서 귀환하기를 바랍니다. 그것만이 소원의 전부입니다.”
그러자 여신은 다시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대는 그를 소유하고자 하는가?”
미요코는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돌아오기만을 소원할 뿐이에요.”
그렇게 소리치다가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앉아서 깜박 잠이 들었던 자신을 깨달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30분이었다.
동향촌(東鄕村) 쪽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아직 날은 밝지 않고 창밖은 어두웠다.
향불이 모두 타서 꺼져 그녀는 다른 향에 불을 붙여 꽂은 후 동강만이 남은 초도 치우고 다른 초에 불을 붙였다.
수요일 밤이 가고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둡던 창밖이 밝아지면서 여명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밤을 꼬박 새우며 기도를 한 미요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휘청거렸다. 현기증이 일어나면서 비틀거렸다. 그녀는 벽에 손을 짚고 몸을 가누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고 간단한 식사를 마련했다.
식사를 마치고 군속복으로 옷을 갈아 입은 다음 다시 촛불을 갈고, 새로운 향으로 향불을 피웠다.
그리고 촛불이 쓰러지지 않게 잘 고정시켜 놓고 방을 나갔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침 공기를 시원하게 했다.
그러나 그 바람이 본부 쪽에서 불어 올 때는 심한 악취를 가져왔다. 악취를 맡자 상쾌한 기분은 사라지고 재채기가 퍼졌다.
미요코는 가족 진료소 간호원실에서 후미코를 만나자 그녀에게 죄를 지은 기분이 들어 시선을 피했다.
요시다 대위가 안다이(安達) 실험장에 출장을 갔으며, 내일 새벽에 이시이 대위와 목숨을 건 결투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후미코의 명랑함에 미요코는 약이 오르는 듯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요코는 근무하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데다가 요시다 일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머릿속은 혼잡하였다.
그녀는 입원 환자들을 둘러보고 혈압과 체온을 재면서 여러 번 실수를 하여 다시 재곤 하였다.
한 번은 체온계를 손에서 떨어뜨려 깨뜨리기도 하였다.
그녀는 문득 방안에 켜 놓고 온 촛불 생각이 났다.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시켜 놓았으나 그것이 쓰러져 불이 붙기라도 하면 숙사를 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자 초조해서 견딜 수 없었다.
미요코는 환자를 돌보던 일을 팽개치고 숙사로 갔다.
초는 꽂아둔 채 타고 있었다.
그녀는 안심을 하고 돌아서 나왔다.
그러나 독신자 관사를 벗어나 동향촌 11동 앞을 지나며 그녀의 불안은 다시 시작되었다.
만약 촛불이 쓰러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쉽게 쓰러질 염려는 없었다. 그렇지만 쓰러지면 불이 날 것이다.
그녀는 다시 돌아서려고 했지만 그러한 강박관념이 잠을 못 이룬 피로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걸어가 진료소에 들어갔다.
다시 일을 시작했으나 그녀의 초조함은 떨칠 수 없었다.
옆의 다른 간호원이 그녀더러 얼굴이 창백하고 피로해 보인다고 했다.
그녀에게 쉬라고 권해서 미요코는 간호원실로 갔다.
간호원실의 의자에 앉았으나 쉬고 있으니 불안감은 더욱 심했다.
방 안의 촛불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디 몸이 불편해요?"
옆으로 다가온 후미코가 물었다.
그녀가 후미코라는 것을 알고 미요코는 깜짝 놀랐다.
"왜 그렇게 놀래요? 어디 아프면 진찰을 받아 봐요."
"아픈 게 아니라 어젯밤 잠을 못 잤더니 피로해서 그래요."
"그럼 오늘은 조퇴를 하도록 해요."
"그래도 될까요?"
"미요코 일은 내가 봐줄테니 그렇게 해요."
"그래 주시겠어요?"
"네. 그렇게 해요."
"주임 언니는 어디 갔지요?"
미요코는 접수처로 가서 주임 간호원 마사오카 에이몬(正岡衛門)에게 조퇴 허락을 맡고 간호원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 입었다.
간호원실 안쪽 간막이 뒤에 탈의실이 있었다.
옷을 갈아 입은 미요코에게 후미코가 물었다.
"미요코 담당 환자를 내가 봐줄께요. 26호실 환자 혈청검사 했어요?"
"오늘 오후에 하기로 돼 있어요."
"11호실 감기환자 주사는요?"
"아까 했어요."
"그런데 차트에서 메모가 없는데요? 투약 예정만 있고."
"어머. 빠뜨렸네요. 기록해 주세요. 오전 10시 20분에 주사 맞은 걸로요."
"가서 쉬세요. 혹시 의문나는 게 있으면 숙소로 갈께요."
"오지 마세요."
"네?"
"푹 자고 싶어요."
"네. 깨우지 않을테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