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80) 제3권 일본 민족이 아닌 타민족은 모두가 마루타였다.
제15장. 요시다 진정한 군인으로 살아가기
12절. 요시다, 전쟁에 대한 심한 염증
화면은 다른 장면으로 이어졌다.
세 사람의 마루타가 삼각형으로 등을 대고 기둥에 묶여 있었다.
안다이 제1실험장으로 보이는 하천 옆이었다.
기둥을 끌어안은 모습으로 허리와 다리가 묶였고, 세 사람의 엉덩이와 다리, 그리고 등이 벗겨져 있었다.
옷을 입혔다가 등 쪽을 모두 뜯어 내고 찢어서 앞으로 감은 상태였다.
등 쪽이 모두 노출된 세 사람의 마루타 한가운데에 수류탄이 던져졌다.
수류탄은 정확하게 삼각형으로 묶인 마루타의 중앙에 떨어졌다.
수류탄이 투척되자 기둥에 묶인 마루타 가운데 나이가 젊은 청년이 공포로 떨었고 수류탄이 폭발하였다.
그리고 파편이 튀면서 세 사람의 마루타 등에 박혔다.
수류탄의 파편은 등과 엉덩이, 그리고 다리에 골고루 박혔다. 그러자 세 명의 마루타는 고통에 못이겨 몸부림쳤다.
피를 흘리며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위생복을 입고 방독 마스크를 쓴 병사가 소독분무기를 들고 가서 일대를 소독했다.
그리고 마루타의 몸도 소독했다.
소독이 끝나자 군속 여러 명이 다가가서 자로 각도를 재어 차트에 기록했다.
마루타가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으나 군속들은 상처 부위의 각도와 심도를 유심히 살피며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다.
어느 군속은 무슨 일인지 킬킬 웃었다.
그 화면을 보며 중위가 설명했다.
"파편이 사람의 살 속을 파고 들어갈 때 세균이 침투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 밝혀진 바로는 수류탄이 폭발하면서 그 열로 많은 생균이 죽는다는 약점이 있지만,
사람의 피부 속으로 파고든 파편에는 약간의 세균이 있어도 감염된다는 사실입니다.
파편에 묻은 세균은 사람의 살 속에서 혈관에 침투하여 즉시 전염되었습니다.
이 세균전의 잇점은 수류탄에 맞아 경상 정도로 생명을 건지더라도 그 주위 병사들마저 치명적인 세균 감염으로 모두 사망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세균 수류탄은 오래 둘 수 없고 즉시 사용해야 하는 단점 등 개발해야 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세균 수류탄 전담반은 보다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청각 교육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나가셔서 담배 피우셔도 좋습니다."
중위가 마이크를 들고 경례를 하다가 그것을 놓쳐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지하실에 불이 켜지자 장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보조하던 병사 한 명이 탁자 앞을 지나다가 마이크 줄을 밟았는지 중위는 병사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이 새끼야, 발을 들어!"
그런데 중위의 입이 마이크 가까이에 있어서 그의 욕설이 확성기를 통해 지하실에 크게 울렸다.
그러자 출구로 나가던 장교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요시다 대위는 모리가와 중위와 함께 나온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보안등이 사방에 켜있었다.
밤벌레들이 보안등에 날아들었다.
"자네 화투하러 안 가나?"
요시다가 빙긋 웃으며 모리가와 중위에게 물었다.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왜 돈이 없나?"
"아뇨, 일부러 가지고 오지 않았죠. 도박에서 손을 떼려고 합니다."
"웬일인가?"
"한 번 결심을 해 본 것이지요."
"도박에서 손 떼기는 힘들다는데?"
"노력해야지요. 뭐."
"웬일이지?"
"대위님이 그렇게 시키셨잖아요?"
"그건 그런데......알겠군. 가네스기 미요코(金杉妙子) 양 때문이군?"
"그날 밤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자네가?"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미요코 때문에 많이 달라지는군."
"저는 반했는데 그 여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잘해 보게. 여자 사귀는 것과 술 만드는 일은 서둘지 말라는 말이 있네."
"그렇습니까? 그래서 저는 저의 큰 약점인 도박 버릇을 고치고 있는 것입니다."
"잘 생각했네."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안다이 실험장 정원을 거닐었다.
측백나무와 잔디를 깔아 넓은 뜰을 꾸며 놓았고 인공 연못이 조경이었다.
지난해에는 보지 못했던 조경이었다. 그 들은 인공 연못가의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웠다.
"오늘은 일찍 주무시지요, 대위님. 내일 새벽에 이시이 대위와 결투하실 건가요?"
"잠이 올 것 같지 않네."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지면 칼을 버리시죠. 칼을 버렸는데 치지는 못할 테니까요.
저를 비롯해서 분명히 이시이 대위의 심복 이토오(伊藤)헌병 중위가 나올 것입니다.
우리들이 보는 데서 엉뚱한 짓은 못합니다.“
"자네는 살기 위해 비굴해져도 괜찮단 말인가?"
"그건 비굴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삶에 대한 애착은 없네."
"그건 무책임한 말씀입니다. 후미코 양을"
"......"
"싸움이란 비극입니다." 하고 모리가와는 말했다.
"필요해서 하는 싸움만은 아닐쎄."
"전쟁이 우리를 포악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건 틀린 말이네."
"네?"
"그건 틀린 말이라구, 모리가와 중위. 전쟁이 우리를 포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전쟁이란 이름으로 포악해진 거야."
"......"
"전쟁 때문이야, 하고 우리 모두는 전쟁 때문에 인간을 무조건 살상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전쟁 때문이 아니고, 그 전쟁의 주체적 책임소재를 따져야 해.
전쟁 때문인 그 전쟁을 누가 만들었나?
바로 우리라구. 그러니까 잘못은 전쟁 때문이 아니고 우리 때문이야.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합리화시키지 말아야 해."
"전쟁은 많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지만, 저는 신성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국을 위한 일이니까요."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무슨 말씀입니까?"
"전쟁은 조국을 위한 것이 아니야."
"그럼 무엇입니까? 누구를 위한 것이지요?"
"군부의 독재자와 정치 모리배, 군벌, 군영 상인들을 위한 것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도록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있는 거야. 그 말을 이해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겠지."
이를테면 반전운동(反戰運動) 그룹에 있는 관동군 사령부 통신대의 구로다(黑田) 대위 같은 부류라고 그는 말하고 싶었으나 입을 다물었다.
요시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게 반짝거렸다.
요시다 대위는 담배연기를 허공에 뱉으며 중얼거렸다.
"어느 장군이 말하기를 전쟁은 정치의 연속에 불과한 막바지 수단이라고 했네.
그 수단에서 정치가는 탁자에 모여 앉아 담배 피우는 일이고, 병사들은 죽는 일이라고 했지.
그것밖에 없어. 전쟁에 가치를 신성하다고 내세우면서 전선의 도처에서는 강간, 약탈, 방화, 학살이 자행되고 있네."
모리가와 중위는 약간 놀란 눈으로 요시다 대위를 쳐다보았다.
그는 전쟁에 대해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모르나 많이 변해 있는 것을 모리가와는 느낄 수 있었다.
모리가와의 시선을 느끼자 요시다가 말을 이었다.
"나를 반역자라고 생각지는 말게. 나는 그 누구보다도 내 조국을 사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