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85) 제4권 “신무기”라는 이름으로 물건처럼 소모되는 마루타
제16장. 이시이와 요시다는 다시 한 번 후미코를 사이에 두고 진검 대결
5절. 세균실험에 마루타 상호간 예민
7동 1층의 마루타들은 위층에서 마루타들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라든지 중정(中庭)에서 총을 쏘아대는 소란을 듣고 있었다.
그들은 잠잠해지더니 갑자기 통풍구로 안개 같은 연기가 들어오면서 기침을 했고, 목을 움켜 잡다가 쓰러졌다.
그러다가 영문을 모른 채 숨을 거두었다.
옥상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요시다는 마루타와 그들의 죽는 모습에 우울한 기분으로 12호동 옥상을 내려갔다.
그는 63동 대강당 2층 장교 식당으로 가서 술을 주문하여 홀로 마셨다.
'갓댐, 갓댐 제팬--'하고 고함을 지르며 팔을 휘두르던 미군 해병 대위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정종을 두 잔 마시고 담배를 피워물며 멍하니 않아있는 요시다 옆으로 요시무라 미쓰요시(吉村光由) 동상연구 반장이 다가왔다.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요시다 대위, 지금 낮인데 술 마셔도 되는 거요?"
오후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요시무라는 교육실습실에서 소년대원들에게 동상에 대한 특강을 하고 마치던 시각에 마루타의 폭동 소식을 들었는데 자신이 연구하던 미군의 동상실험 재료가 모두 죽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난 것이다.
"나도 한 잔 주시오." 하며 요시무라는 요시다에게 잔을 내밀었다.
요시다는 잔에 술을 따라 그에게 내밀었다.
"고맙소." 하고 그는 맞은편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멍청하게 모두 죽일 필요는 없잖아, 마루타들이 폭동을 일으킨들 지들이 어떻게 할거야.
거기서 도망가지 못할 놈들인데 몇 개월 동안 애써 실험하고 있는 동상연구를 모두 망쳐 놓고 말았지 뭡니까."
"동상연구는 여름에도 합니까?"
"그야 물론이지요. 냉동실이 있잖소.“
"소년대원......"
"뭐요?"
"소년대원들에게도 동상실험을 하신다고 하는데 그건 삼가해 주십시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오? 내가 소년대원들을 죽이기라도 했단 말이오?"
"손가락을 넣고 실험하다가 손에 동상이 걸린 소년대원이 있습니다. 보고를 받으셨을 텐데요?"
"그 일 말이오?"
요시무라는 계면쩍게 웃으며 변명했다.
"하하하, 일본 사람의 피부조직 강도를 조사하기 위해서였소. 피부 강도는 민족마다 다르지요.
이를테면 에스키모인은 동상을 가장 잘 견디지요. 아시아에서는 몽고인이오. 그렇게 민족마다 다르죠.
오로촌(Orochon)인은 항동상지수(抗凍傷指數)가 더욱 크지요.
아시아 민족 중엔 일본인이나 남방 민족은 아주 약합니다."
"듣기 싫습니다."
요시다 대위가 약간 충혈된 눈으로 요시무라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 말에 요시무라는 당황하였다.
"술에 취했군요, 대위."
요시무라가 정색을 하며 말을 받았다.
그는 요시다 대위보다 한 등급 높은 고등관(高等官)의 신분이었다.
판임관(判任官)으로부터 경멸에 어린 핀잔을 듣자 모욕감으로 얼굴을 붉혔다.
"난 취하지 않았소."
"듣기 싫다고 했잖소?"
"앞으로 소년대원들을 실험에 사용하지 마시오."
"동상연구는 황국 군대가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요시무라가 지껄이고 있는 도중에 요시다 대위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술 값을 치루고 밖으로 나갔다.
7동에서 고함소리와 총성이 울린 그날 밤 731부대 대원들은 지독한 악취를 맡아야 했다.
80여 구의 마루타 시체를 밤새도록 소각시켰고, 그 악취는 본부 건물뿐만이 아니라 부대 전체에 풍겼다.
시체를 소각하는 굴뚝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연기가 별을 가렸다.
해부를 담당한 오카모토(岡本) 반과 이시가와(石川) 반은 밤을 새워 일했다.
생체가 아닌 사체(死體)지만 부검의 필요성이 있어 각 반에서 해부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모두 충족시켜 줄 수는 없었다. 오래 두면 부패하여 해부할 가치가 없었고 하루가 지난 것이라도 해부할 수 없었다.
더러는 냉장고에 시체 넣었다가 해부를 할 생각도 하였으나, 냉동관은 한정되어 있어 그 방법으로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각 반의 연구자들은 그들이 애써 실험하고 있는 것을 한꺼번에 죽였다고 불평을 하였다.
밤새워 시체가 소각되면서 풍기는 악취는 아직 살아있는 8동의 마루타들에게도 260번 마루타는 남달리 코가 예민한 청년이었다.
그는 그 악취를 맡으면서 마루타가 대충 몇 구나 소각되는지 알아 맞추기까지 했다.
그 악취는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아직도 굴뚝에선 연기를 내뿜었다.
마루타의 일부는 해부나 분해실험을 하기 위해 특별 분해실로 옮겼으나 대부분의 마루타는 무더기로 소각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 식사가 늦는 이유를 난 알지."
260번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 그는 미장공으로 하얼빈 프자덴에서 노동을 하던 25세의 청년이었다.
그는 한 달 전에 731부대 특설감옥으로 수감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 때문에 수감 되었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수상하다는 이유로 헌병대에 체포되어 세 번의 감옥을 옮기고 보니 식사 메뉴가 기가 막히게 좋은 특설 감옥이었던 것이다.
처음에 그는 식사 메뉴가 좋아서 당분간은 그곳에 있으면서 영양보충을 하고 싶었다.
다른 데로 옮기려는 눈치만 보이면 더 머물겠다고 말하곤 했다.
욕실로 끌고 가서 목욕을 시키거나, 특별 처치실에 가서 각종 검사를 맡을 때라든지 뢴트겐 실로 가서 신체의 내부 사진을 찍을 때도 그는 계속 머물렀으면 싶었던 것이다.
그는 한국인으로 춘천에서 태어났는데 만주에 일거리가 많다고 해서 단신으로 옮겨왔던 것이다.
"아침 식사가 왜 늦느냐면 말이야. 특별반원들이 어제 옆의 감옥에서 난리를 쳐 당번 놈들이 늦잠을 잔 것이지."
"입 닥치지 못하겠어?"
수갑을 찬 손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던 745번이 핀잔을 했다.
그는 광복군 병사로서 27세의 청년이었다.
특설 감옥에 들어온 지 2개월을 넘기고 있었고, 그에게는 각종 세균실험이 행해지고 있었다.
심한 열을 내면서 죽을 고비를 두 번 넘겼는데, 지금은 회복하고 있는 시기였다.
의사들이 철문의 창구를 통해 빠끔히 들여다 볼 때는 745번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회복하고 있긴 하지만 그는 잦은 설사를 했다.
아침운동 삼아 껑충껑충 뛰던 745번은 갑자기 엉거주춤 섰다.
그것을 보던 260번이 키득키득 웃었다.
745번은 수세식 변기에 엉덩이를 얹었다. 그의 엉덩이가 변기에 얹히는 것과 거의 동시에 푸드득--, 하고 설사 소리가 났다.
"무슨 세균을 배때기에 넣었길래 노상 설사인가? 히히히."
260번은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