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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4권. 제16장. 6절. 다양한 마루타들의 상호 내력

작성자정기진|작성시간26.06.20|조회수5 목록 댓글 1

 

 

 

마루타(186) 4권 신무기라는 이름으로 물건처럼 소모되는 마루타

16이시이와 요시다는 다시 한 번 후미코를 사이에 두고 진검 대결

 

6절. 다양한 마루타들의 상호 내력

 

침구를 쌓아놓은 바로 앞에 수갑을 찬 두 손을 앞으로 하고 앉은 334번은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었다.

명상이라기보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있을 뿐이었다.

그는 화가로서 40세의 중년이었다.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심한 고문을 받아 한쪽 눈이 실명되고 왼쪽 다리를 절었다.

마루타로 들어온 지 보름이 지났으나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실험에 사용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세균을 주입했기 때문에 그 상태를 수시로 살피는 것이었다. 옮기기를 바라면서 관찰하는 것이었다.

 

한쪽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변기에 앉아서 설사를 하던 745번이 소리 나는 복도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는 설사를 자주 하여 허기가 져 있었기 때문에 식사가 오는 소리를 듣고 얼굴이 기쁜 표정을 띄었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리 나는 쪽을 힐끗 돌아보는 것이었다.

260번은 예민한 코를 번뜩이며 냄새로 식사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식사 그릇이 들어오는 뒤쪽 벽에 뚫린 조그만 창 앞에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그 창은 뒤쪽 벽으로 뚫린 세로 10cm, 가로 20cm의 구멍이었다.

그들이 있는 7호실은 처치실, 그리고 뢴트겐 실이 그들이 있는 방의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마루타들을 데리고 가서 이야기하는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그들은 일본말을 웬만큼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수술을 한다든지 해부의 필요성, 간이 부은 것이라든지 피를 뽑아 봐야겠다든지, 페스트, 장티푸스, 동상실험 등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군속들의 대화를 들어서 바로 위층에 여자 마루타들이 수용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조그만 창이 열리며 밥그릇이 안으로 들어갔고, 그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7호실의 작은 창이 열렸다.

그리고 조그마한 반합에 담긴 찰밥과 여러 가지 반찬이 담긴 소담스런 음식이 하나씩 들어왔다.

오늘 소고깃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개의 반합이 들어오고 난 다음 물그릇이 들어왔다. 물그릇 옆에는 세 개의 컵이 딸려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저트로 사과가 예쁘장하게 깎여서 들어왔다.

디저트가 매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들어오곤 하였다.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창문이 닫혔다.

 

무엇인지 바퀴 달린 것을 끌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냄새 난다. 물 내리고 똥 싸라."

 260번이 변기에 앉아 있는 745번에게 말했다.

"끝났어." 하고 745번은 재빨리 밑을 닦고 휴지를 변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물을 내리고 음식 앞에 앉았다.

 

음식을 먹기 전에 260번은 늘 했던대로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고 나라에 임하옵시며,

그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죄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의 권세와 영광이 하나님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

 

 260번은 한때 교회에 나간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731부대에 들어와서부터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자 평소에 하지 않던 745번이 불교 신자였다는 이유로 반야심경을 외웠던 것이다.

260번이 주기도문을 외울 때 "반야바라밀다심경--." 하고 외웠다.

처음에는 그 일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주기도문을 외울 때 부정타니까 반야심경을 외우지 말라고 했다.

745번도 맞서서 불교의 반야심경을 소리내서 외워야 한다고 하며, 주기도문을 속으로 외우라고 했다.

그들은 타협을 보지 못했다.

화가인 334번은 그 모습을 한 눈으로 지켜보다가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것이었다.

식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두 사람의 싸움이었다.

그들이 신앙심이 있어서 한다기보다 무슨 억눌린 공포를 그것으로 푸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한 번은 334번이 두 사람에게 장난하지 말고 식사를 하라고 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삿대질을 하며 334번에게 대들었다.

한동안 대들다가 분이 풀리지 않아도 334번이 잠자코 있자 제풀에 꺾인 그들은 잠잠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이 많은 윗분에게 욕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두 사람의 행동은 334번이 보기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공포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무엇일까.

반야심경과 주기도문이 끝난 두 사람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260번은 745번과 떨어져 앉아 먹었다. 그 이유는 745번에게 전염병이 있기 때문에 감염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틀린 것은 아니었다.

260번은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경계했지만 계속 설사를 하는 등의 수인성 전염병이었기 때문에 음식물에 주의하면

전염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너무 지랄하면 내 병을 너에게 꽉 옮겨 줄거다."

"어떻게?"

"자고있는 너의 입에 키스를 하면......."

"뭐?"

"하하하."

45번이 음식을 먹다가 웃자 밥알이 바닥에 튀었다.

그것을 보며 260번은 질색을 하였다.

"더러워! 그러니까 전염병에 걸렸잖은가."

"그래서 걸렸느냐? 쪽바리 새끼들이 음식물에 넣어서 그렇지."

 

그 말에 260번은 숟가락을 놓고 음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육안으로 보아 식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260번은 한동안 살피다가 식사를 계속했다.

"할 수 없지." 하고 260번은 시무룩해져 밥을 떠넣었다.

"어차피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하고 죽을 텐데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냐?"

두 청년이 수다를 떨며 밥을 먹고 있을 때 화가인 334번은 계속 침묵을 지키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그는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하루종일 입을 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을 한다고 해도 "잠 좀 자게 해주시오." 라든지, "여보시요 젊은이들, 그렇게 싸우지 마시오." 한다든지,

"비가 올려나, 다리가 아픈 걸." 하고 중얼거리는 정도였다.

 

하루는 세 사람이 잡혀온 내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었다.

그것은 화가 334번이 물었기 때문이었다.

260번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른다고 하면 바보가 될 것 같아 그는 꾸며서 말했다.

"내가 헌병대에 잡혀온 이유는 말이오, 난 미쟁이라서 집수리를 해주는 사람이오.

그런데 어느 날 헌병장교 집에서 집수리를 해주고 있는데, 글쎄 말이오.

사다리에 올라가 처마 밑을 시멘트로 바르며 방 안을 보니까, 방 안에 그 장교 마누라인 일본년이 옷을 훌렁 걷어 올리고

목욕을 하고 있었소. 목욕탕이 없는지, 물을 떠다가 방에 놓고 목욕을 합디다.

그래서 내가 들어가 때를 밀어 주었지. 그러다가 들켜서 잡혀 왔소." 그것은 완전히 지어낸 말은 아니었다.

미쟁이 일을 하다가 그와 비슷한 장면을 목격한 일이 있었다. 목격했지만 때를 밀어준 일은 없었다.

 

화가인 334번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260번은 화가가 정말 믿는 듯해서 계면쩍어졌지만,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 없어 그대로 있었다.

여러 날 지난 후에 334번에게 그 말을 믿었냐고 묻자, 화가는 믿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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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광춘 | 작성시간 26.06.21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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